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51.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잡풀이 우거진 폐가였던 그 집, 깨어진 질그릇이며 퇴색한 종이꽃들이며 짚 썩은 물이 간장처럼 늘 괴어있던 뒤란 처마 밑이며 솥은 누가 걷어갔었는지, 허무하게 뚫어진 솥 건자리에서 썰렁한 냉바람이 불었다.
뭉긋이 피어오르는 원한의 지난날을 아래로 아래로 밀어내리는 힘든 순간을 겪는 것일까.
목이 길고 느슨한 사내, 담쟁이 속을 스멀스멀 기어가며 이파리 사이로 모습을 들어냈다 숨겼다 하는 구렁이를 산도야지가 바라보며 시죽시죽 웃는다.
-토지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16장 주구(走狗)의 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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