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한낮>
---김 영 숙---
바람은 구름 꼬리만 쫓아다닌다
햇빛을 칭칭 감고 있는 강낭콩이 탱탱해지는데
시냇물 흐르는 소리 하나도 없다
앞마당 빨래줄 위에 잠자리가 그네를 타는 사이
낮잠 자는 할머니 젖가슴이 늘어지고
툇마루 아래 삽살개는 꿀잠에 들었다
접시꽃은 직립을 원하여 엇갈려 꽃을 피우고
나팔꽃이 굽어 가는 기둥에 기대 입을 다문다
서로의 천장을 바라보며
꽃도 열매도 엄살이 흘러서 자란다
노곤하고 나른하게 지쳐 가는데
싸리꽃 새하얀 얼굴 붉히는 한낮
햇살은 하늘을 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