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그믐
유월 그믐/
올해의 허리가 동강 잘렸다.
시간은 비정한 도망자
달력은 살점 뜯긴 채 벽에서 운다.
봄날의 꽃잎처럼 바닥을 뒹구는 다짐들
세월은 맹수처럼
내 기억의 껍질을 할퀴고 갔다
강철 가면을 쓴 세상이
아스팔트 채찍으로 등을 후려칠 때
나는 태엽 인형처럼 위태롭게 춤췄다
손바닥에 고인 허공과 바람
무엇을 위해 이토록 숨이 찼던가
유월의 가로등이 지친 눈을 깜빡일 때
거대한 톱니바퀴에서 걸어 나온다
세상의 손을 놓고, 내 시간의 손을 잡는다.
남은 반년은 깃털처럼 자유롭게
내 심장 소리를 나침반 삼아 걷자
변하지 않을 사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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