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의 발치에서

in #steem3 hours ago

image.png

허물의 발치에서

image.png

눈앞의 거친 황무지도 평탄한 길이 되리라 믿으며
오직 앞만 보며 내닫던 나의 맹목적인 걸음들
지나고 보니
그 질주는 눈먼 군마의 달음박질처럼
얼마나 위태롭고 무모한 허상이었던가.


세상의 모든 진리를 거부하며 자만했던 날들
그것은 나의 얄팍한 자신감이 부린 오만이었다.
여름날 소나기처럼
한순간 불어났다 꺼질 거품을 안고
모래성을 쌓은 뒤에 기초를 다지면 된다고 고집했다.


당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에 취해
나 자신을 과신하며 흘려보낸 안일한 순간들이
심장 겨눈
독 묻은 가시로 자라날 줄은 미처 몰랐다.
시간이라는 소리 없는 잔잔한 파도는


천천히, 그러나 거역할 수 없이 분명하게 밀려와
내가 뿌린 허물의 잔해들을 내 발치에 내려놓는다.
이제야 뼈아프게 깨닫는다
내 삶을 흔든 모든 풍랑은
내가 가볍게 던진 돌멩이 하나가 나비효과가 되어
거대한 소용돌이로 되돌아온 인과였음을


스스로를 신뢰하던 그 거대한 오만을 내려놓을 시간.
살얼음판을 걷듯 매사 신중의 신중을 기했다 한들
그 얼음판이 통째로 녹아내려 가라앉던 순간을 기억하리라.
이제는 가장 낮은 자세로, 겸손한 손길을 모아
내일의 숲을 이룰 오늘의 씨앗을 희망으로 심어야 하리.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3
JST 0.099
BTC 64757.06
ETH 1876.27
USDT 1.00
SBD 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