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면 그게 사람인가.

in #steem17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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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살면 그게 사람인가, 별도 아니고.

별도 때가 되면 죽는다.
수십, 수백억 년을 밤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것들도 결국 연료가 떨어지면 소멸한다.
우주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백년이나 별의 백억 년이나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때가 되면 결국은 다 죽고, 모든 것은 '정리 모드'로 진입한다.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서 우리가 겪은 뜨거운 사랑도, 처절한 고통도 그저 처분해야 할 흔적으로 납작해질 뿐이다.

이 거대한 무의미함과 무력감은 인간을 갉아먹는 '죽음의 병'이 되어 우리를 주저앉힌다.
어차피 다 정리될 뿐인데 왜 이토록 치열해야 하느냐고, 삶은 우리에게 차가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그 죽음의 병에서 기어코 탈출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 탈출의 모습은 결코 나약한 눈물이나 체념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정리의 책상을 제 손으로 엎어버리고, 다시 삶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단단한 도약이다.

죽음의 병에서 탈출한 인간은 눈앞의 시계를 보지 않는다.
언젠가 찾아올 종말이라는 미래에 저당 잡히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맥박에 집중한다.
어차피 사라질 흔적이라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완벽하게 자유롭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평가 따위는 던져버리고 온전히 내 맘대로 살아갈 수 있는 절대적인 자유를 얻는다.

탈출한 자의 눈빛은 깊고 고요하다.
그는 다 타버려 정리될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제 손으로 다시 성냥불을 켠다.
결과가 무로 돌아갈지라도 지금 내 손끝을 데우는 이 불꽃의 온기와 살아있다는 감각만큼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진짜이기 때문이다.
멈추어 선 별은 죽은 별이지만 무모하리만치 계속해서 발걸음을 내딛는 인간은 살아있다.

그것은 종말을 이겨내려는 오만이 아니라, 유한함을 품에 안고서도 오늘을 뜨겁게 사랑하겠다는
가장 인간다운 선언이다.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는 거대한 시간의 파도 앞에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그래도 나는 지금 살아있다"고
외치며 춤을 추는 모습, 그것이 바로 우리가 끝까지 가져야 할 희망이자
죽음의 병을 깨부수고 걸어 나오는 인간의 가장 찬란한 얼굴이다.

모든 것이 정리된 줄 알았던 서늘한 방, 그 정적을 깨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린다.
밖에는 여전히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고, 인간의 진짜 백년은 바로 지금부터 다시 시작된다.
사람은 그래서 늘 희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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