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가 오다 말다 한다.
하늘은 무언가 망설이는 것처럼 빗줄기를 떨어뜨렸다가 이내 거두어간다.
장마전선이 한반도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대지는 축축한 물기와 마른 바람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뉴스에서는 이제 며칠간 장마가 '멈춤 모드'에 들어간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것이 온전한 평온을 뜻하지는 않는다.
북쪽으로 밀려 올라간 장마전선, 그 아래에 남겨진 지역은 폭염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낮 동안 달아오른 열기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고 열대야를 만든다.
이윽고 장마전선이 다시 남하하면, 잠시 멈칫했던 장마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눅눅한 공기 속에서 고개가 아래로 꾸벅꾸벅 떨어진다.
깊은 잠도 아닌, 그렇다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서 헤맨다.
고개가 뚝 떨어지는 느낌에 깜짝 놀라 번쩍 눈을 뜬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지?" 하고 두리번거린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장마도 그렇게 오는 것 같다.
오다 말다 하는 빗줄기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비가 올 듯 말 듯한 마른장마에는 "무슨 장마가 이래?" 하다가도, 비를 억수로 퍼부으면 "어이구 지겨워, 언제나 이 장마가 끝나나" 하며 투덜댄다.
어쩌면 방금 전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졸다가, 깜짝 놀라며 깨어나던 그 순간이 바로 장마의 속성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탈하게 끝나나 싶은 장마가 갑자기 '개부심'(장마 끝에 한창 내리는 비)을 부리며 폭우를 몰고 와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졸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아야 하듯, 장마가 완전히 물러갈 때까지 끝까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26-07-10
글: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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