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미식의 역사 Food in Art

in #promisteem6 years ago (edited)

『미식의 역사』라니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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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아니 책속의 진수성찬이라도 참 맘에 드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제일 꺼려하는 것 중에 하나가 뷔페에서 마른 양반 뒤에 서는 거. 그리고 회식에서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다고 밥이나 면을 안시키는 중에 혼자만 밥 한 공기 다 때려 먹고 간혹 남이 남긴 밥까지 먹을 때. 우리 할머니가 밥 남기면 벌 받는댔어. 흉년을 대비해 있을 때 먹어둬야 하는 유전자의 영향을 좀 많이 받는 편일 뿐이라구!

각설하고 『미식의 역사』라는 제목보다는 <명화속에 숨겨진 음식의 세계> 정도의 제목이 나을 뻔 했다. 기원전 3만년 구석기 시대 쇼베 동굴의 들소 벽화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식료품 재료를 분석하고 관련 문서를 참조하여 조리방법, 곁들인 소스, 연회장의 분위기, 부엌의 풍경, 조리사의 모습까지 세세하게 설명했다. 문서로 작성되기 전의 요리 세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덤에서 발굴한 오리고기 같은 것과 회화에 소품처럼 처리된 식탁위의 음식뿐이다. 저자가 르네상스까지만 기간을 설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몸에 좋은 가지가 중세에는 외설스런 최음제로 알려졌다는 것을 아는가. 이에 비해 오이는 그리스도의 순수함과 순결함 또는 요나를 상징했고, 과일은 성모 마리아의 생식 능력으로 인식했다. 이외에도 명화에 등장하는 음식들이 상징하는 내용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석류는 봄의 여신인 페르세포네와 관련하여 비옥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상실을 상징한다.
아기 예수가 들고 있는 과일은 고난과 부활을, 씨 많은 과일은 교회의 전능한 권세를 말한다.
치즈와 배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은지 농부에게 알리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호두와 같은 견과류의 껍질은 나무 십자가를 상징하고 껍질 안의 달콤한 부분은 인류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뜻한다.
파이는 소박한 겉모양과 달리 호화로운 속을 채워 넣으므로써 평범해 보여도 사실은 부유하다고 자랑하고 싶을 때 또는 얌전해 보이지만 관능적인 매력이 있다는 암시로 이용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죽은 새는 불륜을, 통통한 여자가 둥근 양배추를 움켜쥔 모습은 생식능력을 뜻한다.
청어가 접지에 서로 엇갈려 있는 것은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로마인들은 먹다남은 음식을 바닥에 버려 부를 상징하는 일종의 장식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또 네덜란드 그림의 단골 소재인 청어는 맥주, 빵과 함께 적의 침략과 자연 재해를 이겨낸 국가적 상징이 되었다. 모든 식사에 포도주와 맥주가 반드시 곁들여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책을 읽고 나니 도대체 다 비슷해 보이는 유럽의 종교화 중 오렌지나 사과의 의미만큼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사진의 포스트잇이 보이는가. 아래의 노란색 말고 위의 파란색 포스트 잇. 두툼한 컬러 화보로 얼마든지 고급스러울 수 있는 책인데 번역이 너무 엉망이다. 오죽하면 출판사에 메일이라도 보낼까 생각을 다 했다. 그나마 고유 명사는 원어를 달아주어 다행인데, 이해 불가인 비문이 꽤 보인다. 아쉽다.
『미식의 역사』//질리언 라일리 // 박성은 옮김//푸른지식사//2017//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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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zam 님 주 1권 독서하고 서평쓰기 챌린지 #11 미션 완료입니다! 이 글에 3/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
현재 @promisteem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12 참여자분들 모집중에 있습니다 :) ^^

감사합니다.ㅎㅎ

@dozam 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2 잊지 마시라고 1/3만큼 미리 보팅하고 갑니다 :)

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고 있슈..

@dozam 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2 미션완료입니다. 3/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 고생많으셨습니다.

흥미로운 책일 것 같네요~ㅎ

재미는 있으나 번역이 좀 그랬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번역이 이상하다라.. 영어가 원문이면 영어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한번 번역이 이상하다 싶으면 계속 그게 눈에서 걸리적거리며 독서를 방해하네요.

억 ㅋㅋ 가지가 최음제고 오이가 순결의 상징이였다니 알것 같으면서도 충격적이네요.

번역이 별로인책은 오히려 리뷰가 더 재밌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ㅎㅎ 그래요?
문장이 매끄럽지 않으면 집중을 방해하더라구요. 의심하게 되고요.

도잠님 덕분에 좋은 내용 보게 되어 고맙습니다~^^

오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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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역사라니.. 독후감 보고... 영제목 보니.. Food in Art 네요.. 미술속 음식.. 이정도 제목인데.... 흐..
어느 미술 역사가의 논문 주제정도 일듯한 책이네요..

예리하십니다. 거기다 번역이 별로라서 좀 그랬습니다. ㅎㅋ

번역이 한번 거슬리면
진도가 잘 안 나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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