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의 독서일지 #2 I 당신이 병드는 이유
/ 멋진 대문을 만들어 주신 @kiwifi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망고입니다 🍋
「당신의 병든 이유」는 지난 주 소개한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저자 콜린 캠벨 박사의 후속작입니다. 2005년에 출간된 「무엇을 먹을 것인가」(국내 번역본은 2012년, 열린과학)에서 캠벨 박사는 자연식물식이 가장 건강한 식사법이라는 증거를 논리적으로 상세히 소개합니다. 책은 출간 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수백만 명의 식습관을 바꾸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직 변화가 미미합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과 장수의 열쇠가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캠벨 박사는 「당신의 병든 이유」에서 이 물음에 포괄적으로 답하며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개인으로부터의 혁명을 제시합니다.
패러다임의 문제: 총체론 vs. 환원론
캠벨 박사는 건강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원천봉쇄되는 이유로 총체론과 환원론으로 구분되는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총체론과 환원론은 고대부터 철학, 신학, 과학 등에서 논쟁거리가 되어 온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환원론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그것의 각 구성요소를 이해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총체론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관점입니다. 캠벨 박사는 총체론과 환원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환원론적 과학기술과 총체론적 조망 사이에는 내재적인 갈등이 없다. 환원주의는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니다. 사실, 환원론적 연구는 지난 수 세기 동안의 가장 심오하고 획기적인 발전들에 기여했다. 해부학에서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환원론적 실험으로 세상을 보다 상세히 이해하게 됐다. 총체론은 환원론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전체가 부분을 아우르듯이 환원론을 아우른다. 2천년의 과학적 진보를 뒤집고, 자연을 이해하기보다는 숭배하려는 시대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영양학에서의 총체론 vs. 환원론
'우유에는 칼슘이 많이 있어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라는 말은 영양 상식처럼 퍼져 있습니다. 이 말은 영양 환원주의의 단적인 예입니다. 영양에서 환원주의는 식품을 구성하는 부분들, 즉 개별 영양소를 규명하고 각 영양소가 체내에서 하는 역할과 우리에게 필요한 양은 얼마인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환원론적 세계관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음식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고, 단지 그 음식 안의 영양소만 중요하다고 믿게 됩니다. 하지만 영양은 환원론적 틀 안에서는 결코 이해될 수 없을 정도로 셀 수 없을 만큼 변수가 많고 무척 복잡한 총체적인 현상입니다. 우리가 입에 넣는 음식이 우리의 영양을 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그 음식들과 함께 영양을 조절합니다.
만약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어떤 조합으로 먹을지 결정하는 것을 우리의 뇌에 의존해야 했다면 인류는 오래전에 멸종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매우 단순했다. 올바른 음식을 과하지 않게 만족할 양만큼 먹으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들을 주어진 순간에 필요한 양만큼 대사하여 제공한다.
캠벨 박사는 책에서 아주 적절한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누군가가 던진 공을 잡는 것 같은 단순한 행동을 생각해 보자.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지 상상이나 되는가? 우선 당신의 눈이 그 물체를 보고 공인지, 벌떼인지, 아니면 바셀린으로 채워진 풍선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공의 크기와 속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당신의 뇌로 어지러운 배열의 데이터를 전송하기 시작한다. 비록 당신이 고등학교 때 기하학 시험에 낙제했다 하더라도 당신의 뇌는 공이 그리게 될 포물선 경로를 계산한다. 그리고 당신이 물리학 시험에 낙제했다 하더라도 당신의 뇌는 공의 질량, 가속도, 힘을 계산한다. 뇌는 이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동시에 팔과 손을 조절하는 신경과 교신하면서 등, 목, 다리의 근육을 안정시키고, 다가오는 발사체를 처음 본 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시킨다.
우리의 인체가 이처럼 무수히 많은 입력정보를 잘 조절하여 적절한 시점에 완벽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팔을 뻗고 공을 잡는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공을 잡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가장 올바른 방법은 수학과 물리학을 이용하여 공의 속도, 포물선 궤도, 풍속 등을 계산해야 한다고 해보자. '잡기'와 관련된 학교 교육과정은 급증하고, 교육자들은 이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수없이 논쟁할 것이다. 약 1%의 학생들은 이런 방법론에 뛰어나겠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공을 잡는 법조차 배우지 못할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 모든 사람이 공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면 연구자들은 어떻게 해서 그 지역의 모든 사람이 공을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공을 놓치는 것을 '치료'하기 위해, 그들의 생리학적인 특성과 공의 재료와 공 잡기를 둘러싼 공공정책을 연구할 것이다.
캠벨 박사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 개별 영양소, 그들의 특성, 식품 속에 포함된 영양소의 종류와 양, 조직 내 농도, 생물학적인 기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공을 잡는 방법을 익히려고 수학과 물리학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자연이 진화한 방법이 아니며, 이러한 관점은 적절한 영양을 실제보다 더욱 어려운 것으로 만듭니다. 우리 인체는 어떤 데이터베이스의 도움 없이도 건강에 부합하는 조직 내 영양소 농도를 유지하고,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기전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영양소의 소화, 흡수, 운반, 대사과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건강법: 영양 vs. 질병관리시스템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에 따라 자연히 제시하는 해결책도 달라집니다. 환원론에서는 건강을 위해 질병관리시스템을 제시합니다. 질병관리시스템은 환원론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주류 시스템으로, 질병이 발생한 후 나타나는 증상을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프면 병원 가거나 약 먹어야지!'는 환원론적 사고방식의 한 예입니다. 환원론에서 증상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반면, 총체론에서는 예방을 강조하고 증상보다는 근본 원인에 집중합니다. 평소에 인간에게 적합한 음식을 먹어 영양을 공급해 주면 대다수의 만성 질환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질병관리는 인체의 특정 부위를 표적으로 하는 개별적인 환원론적 치료법을 택하지만, 영양은 인체가 총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할 뿐이다. 질병 관리는 인체가 독소로 인식하는 합성된 약물 사용을 선호하지만, 영양은 수십만년 이상 인류가 식용으로 진화시킨 음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 물론 화학물질, 심지어 합성된 화학물질도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이 효과를 보지 못할 때만 그렇다. 환원론적 질병관리법은 건강관리의 마지막 보조 수단이 되어야 한다. 주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개인으로부터의 혁명
현대 사회에서 환원론이 우세한 가장 큰 이유는 자본주의 논리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의 건강관리시스템에서 환원론적 건강 해결법을 위해 총체론적 영양을 억제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취하는 산업으로는 크게 의료산업, 제약산업, 그리고 영양제산업이 있습니다. 캠벨 박사는 책에서 이러한 산업들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환원론적 패러다임을 구축해 왔는지 상세히 다루며 시스템 차원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건강 악화가 현 건강관리시스템의 계획된 목표는 아니다. 단지 기업들이 벌이는 이윤 창출 활동의 불가피한 부작용일 뿐이다. 개인의 비도덕적인 의도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혼란에 기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좋은 일을 한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그들은 암과의 전쟁에 복무하고 있고, 우리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 내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많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영양소들을 알약과 식품에 첨가하고. 새로운 수술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도 사먹을 수 있도록 밀가루, 설탕, 식용유의 가격을 낮추고 동물성 식품의 가격도 낮추고 있다. 그들은 날씬해지고 건강해지는 방법을 갈구하는 대중에게 새로운 방법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 훌륭한 의도들은 결국 더 많은 이윤과 더 많은 질병만 낳고 있다.
캠벨 박사는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위해 개인으로부터의 혁명을 제시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양에 대해 바로 알고 올바른 음식을 선택한다면,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건강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꾼다면, 정책이 변하기 시작하며 기업들도 우리의 나쁜 건강상태와 무지로부터 얻는 수입이 줄어들며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합니다. 패러다임 차원의 문제를 개인의 혁명으로 극복하자니 이상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나마 이 방법이 가장 가능성 있는 해결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환원론적 패러다임 속에서는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현실적으로 사회 구조적 차원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그 산업에 자원을 배분해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양학에서의 총체론과 환원론, 그리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재의 질병관리시스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직접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논리적으로 굉장히 잘 짜여진 책인데 요약하다 보니 세부적인 사항까지 다 다루지는 못했어요. 저자가 업계에 몸담으며 직접 겪었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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