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Tour: LA #2] 2014년, LA에서 한국을 만나다.

in #photokorea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Apr. 15. 2018.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첫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북창동 순두부에서 순두부, 갈비, 김치 만두 등의 한국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일찍 침대에 누웠더니 생각보다 가뿐하게 일어났습니다. 🥘 한인민박에서 챙겨주신 아침덕분에 더욱 힘이 넘쳤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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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일정을 위해 길을 나서자마자 한국어 간판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곳은 한국에 관한 가게가 전무하고, 한국인도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두 시간 거리인 라스베가스를 찾을 때마다 한국말 간판을 보기는 했지만 라스베가스의 코리아 타운은 차이나 타운에 살짝 얹혀 있는 느낌이랄까요. LA의 코리아 타운에 비할 바가 아니었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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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국말 간판이 우후죽순으로 펼쳐져 있는 LA 코리아 타운의 거리 풍경이
참 반갑고,
그러면서도 낯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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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타운의 많은 건물들은 노후되고, 촌스러운 글씨체와 색깔로 덮여 있어서 1990년대의 서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기름을 넣다 앞을 보니 맞은편에는 MBC 건물이 있었는데, 역시 철지난 가수들의 사진으로 도배된 오래된 녹색 건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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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군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 들린 한인 미용실에서도 LA식 한국 은 반갑고도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한국말로 간판이 쓰여있었지만 생김새는 영락없는 미국식 건물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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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김선영 미용실의 1호점.
김선영 할머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현재는 동생분이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동네 미국 미용실에서 바리깡으로 한 번 된통 밀린 뒤에는 머리 자르기를 두려워하던 햇님군... 분명 머리 긴 원빈 사진을 보여줬는데 아저씨의 원빈스타일로 만들어버렸던 아픈 기억입니다. 단, 구렛나루까지 싹 밀어버려서 이건 원빈도 아니고... 그냥 검정 고무신 의 주인공 머리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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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햇님군 머리는 라스베가스 한인 미용실에서 자르거나, 아니면 저희 집 앞마당 잡초마냥 자라게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러다 LA에 온 김에 한인 미용실에 들려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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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아서 내부 사진은 이것 뿐이지만 보이는 것 외에도 공간이 있어 상당히 넓고 헤어디자이너 분들도 여러분 계셨습니다. 4년 전의 한국 미용실과 비교해도 분위기는 상당히 촌스러웠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손님은 말할 것도 없이 바글바글했고, 외국인 손님도 참 많았습니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머털 도사였던 햇님군 머리를 한국 남자들의 댄디 컷으로 잘라주셨거든요. 종일 미국과 한국의 애매모호한 뒤섞임이 혼란스러웠던 제게는 한국인 미용사 분의 섬세한 손길이야말로 진짜 한국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로 하여금 한국을 가장 떠올리게 한 곳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LA 대한민국 대사관


사실, 그 때 LA 를 가기로 결정했던 건 여행보다는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에서, 제 명의의 한국 핸드폰 없이 은행/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본인 확인을 위해 한국에 직접 가든지, 아니면 해외의 한국 대사관에 가서 위임장을 작성한 뒤 한국에서 대신 일처리를 해줄 대리인에게 보내야 했죠. 그래서 가장 가까운 한국 대사관이 있던 로스앤젤레스 대사관에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마침 그 때는 2014년 5월. 세월호 사고 후 보름 정도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대사관 벽에는 노란 리본과 노란 종이배가 걸려 있었고, 대사관 입구에도 꽃다발과 노란 쪽지가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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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로스앤젤레스 한국 대사관 앞에서


앞서 말했듯이, 저는 한국어 간판이 낯설고, 지나가는 한국인이 어색한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따로 찾아보지 않는 한, 한국을 자주 잊고 살곤 했습니다.

세월호 소식을 알게 된 것도 하루가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뒤늦게 뉴스를 보고, 인터넷을 꽉 채운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와 혼란을 그제서야 전해받았습니다. 분명히 마음이 아프고,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과 소식을 공유할 사람이 적은 곳에 산다는 핑계로 저는 너무나도 쉽게 일상으로 돌아와 버린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은행 업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 참에 LA 곳곳을 둘러볼 생각에 마냥 기쁘던 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죠.

노란 쪽지 하나를 더하고 그곳을 떠나는 길,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014.4.16.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쏭블리 LA + 샌디에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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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journey. Blessings

세월호가 사건이 벌써 4주년인데...저렇게 미국 대사관에 노란리본이 걸려있는걸 보니 감동스럽네요...

한국간판이 있으니까 정말 새로운느낌이 나는거 같아요!! 송블리님^^

LA 안가봤는데 사진상으론 이태원이랑 느낌이 비슷하네요!ㅋ 신기해라ㅋㅋ

여행 하다가 아침에 먹는 한식은 정말이지 그렇게 에너지를 돌게 하더라구요. 코리아타운에는 낡은 건물이 많은가보네요.
그래도 사진속처럼 LA의 쨍한 하늘을 잊을수가 없어요..(남미여행 하기 전에 3일정도 경유했어요-!

그나저나.. 아, 벌써 4주기네요..

주희님!! 오랜만이에요 :) 유우니 사막 포스팅이 올라와있네요?! 여기 댓글 쓰고 얼른 읽으러 가야겠어요 마음이 콩닥콩닥 :p

3일 경유라니 대단하신데요? LA는 날씨도 좋고, 길가의 야자수와 여유로운 분위기, 쇼핑의 천국, 파란 하늘... 크으.. 먹고 놀고 쉬기에 참 좋아요. ㅋㅋㅋ

이번주는 월요일이 되기 한참 전부터 맘이 싱숭생숭했어요. 아직도 월요일같아요. 4월 16일이 참 기네요.

그는 공인인증서 없는 한국인처럼 울었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ㅠㅠ....
미용실은 정말ㅋㅋㅋ외관은 거의 타임머신인데요

ㅋㅋㅋㅋㅋㅋ 아 그 말... 왜 이렇게 다가오죠.. 저 진짜 울었어요...
밤에 공인인증서는 없고, 은행 사이트에서는 자꾸 액티브 X를 깔라고 하고(참고로 저는 맥을 쓰다보니 액티브 X 및 플래쉬 등이 잘 되지 않더군요), 게다가 다 깔고 나니 한국 핸드폰 번호를 대라고 하고.. 진짜 좌절했습니다.ㅠㅠ 오죽하면 8시간 거리의 LA를 가야겠다 마음먹었을까 싶네요... 에휴....

미용실 진짜..ㅋㅋㅋㅋ 외관은 좀 촌스러워도 머리는 잘 잘라 주셨습니다. ^^

저도 진짜 카드 결제 안돼서 얼마나 성질내고 힘들었던지ㅠㅠ여행가려고 티켓 어레인지하는데 해외결제 계속 락 걸리고...........외국에서 살면 서러운게 별게 아니고 진짜 금융관련 업무인거 같아요. 한국시스템은 다 핸드폰 인증하라고 하니까.......어휴

^^ LA근처에서 살았던 적이있는데 넘 반가운 글이네요. 안전한 여행되시길 바랄게요~~좋은 밤 되세요😀 댓글은 저희 부부에게 큰 힘이됩니다❤️

한인 미용실 만큼은 정말 부럽네요. 저는 여기 커트만 한번에 9만원이라 아예 머리를 안 자르고 남편은 한번에 3만원쯤인데 진짜 이상하게 잘라와요. 게다가 가위가 머리를 씹어서 아프다고..
그래서 한번은 지인분께 가위를 빌려서 유투브 보면서 제가 직접 잘라봤는데 그것도 맘에 안드는지(당연하겠죠 ㅋㅋㅋ) 그 담번엔 미용실 가더라구요.

👨 한인타운이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는데 햇님군의 헤어스타일에서 진짜 한국을 느끼 셨군요. ㅎㅎ

4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네요.
정확한 원인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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