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잡담 #10 - 시선에 따라 세계를 관찰하기 / A rainy day in Kyoto

in #photokorea7 years ago (edited)

2017.1. 일본 교토, Nexus 5x
2017.1. Japan Kyoto, Nexus 5x
(크게 우동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은 넘어가도록 하자.)


날씨가 춥고 비가 으슥으슥 내리던 겨울이었다. 이런 날씨에는 어디로든 빨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날의 빛과 분위기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터치 (스마트폰 카메라이므로 셔터를 누르는게 아니고 터치이다)하게끔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르자면, 나는 사진에 사람을 주요 피사체로서 넣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광경의 일부분일 뿐이지,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사람을 보고 있지는 않은 편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자, 뜬금없는 양자 역학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주류의 해석으로 인정 받는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양자계의 상태는 확률로 존재하고 우리가 측정(measure)할 경우에 상태 함수가 붕괴한다. 붕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여러 상태 중 하나의 상태로 고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측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측정을 통한 개입은 결국 세계를 어떠한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다.
어떤 피사체가 의지를 가지고 나를 응시하고 있다면, 분명히 나는 그 세계에서 관찰자로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나는 렌즈를 들이댐으로써 세계에 개입했고, 세계는 나에게 미소 혹은 찡그린 (혹은 노려보는) 표정으로 화답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당황한다. 내 시선과 피사체의 시선이 묘하게 얽혀있는 상태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인물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대단한 존재들이다.)

그리하여 내게 있어서 사진은 내 시선을 나타내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세계를 오롯이 그대로 (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놓아두는 것이다. 어떠한 사진이든, 그 시선은 결국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관찰자와 개입자 중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를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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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성 원리가 사진에 적용될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
놀라운 통찰입니다...

다분히 관찰자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싶어서 그렇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진에 대해서도 시(詩)처럼,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로 놓아두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읽기 전까지 의미가 확정되지 않도록 말이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으아~ 너무 어렵네요 ㅠㅠ
아무튼 전 저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비가 그친 뒤나 이슬비 내리는 와중에 가게에서 새어 나오는 steam! 이 너무 좋네요. steem도 좋구요!

저도 이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약간은 습하지만 따뜻한 입김이 나오는 거리, 자박바작 걷는 사람들의 걸음,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도 steam도 좋고 steem도 좀 더 마음에 들고 있습니다. :)

저도 인물사진 찍는걸 원래는 별로 안좋아했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사진들을 돌이켜보다보면 인물 사진이 더 재밌고 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 것 같더라구요^^글 잘 보고갑니다

네. 맞습니다. 인물사진은 결국 피사체와 피사체를 담는 사람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소통이 잘 담겨 있다면 풍경 사진 (따위) 보다는 확실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저 스스로와도 대화를 잘 못해서, 셀카도 어색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센과치히로의 초반 음식점 거리
같은 느낌도 나면서 굉장히 분위기가
좋으네요 ;D
천사짱짱맨_작게.gif

이 시기의 광경이 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음식점 거리도 좋고 음식도 옳습니다 (...) 저는 그림에 재주가 없어서인지 일러스트 그리시는 분들을 뵈면 경외심이 들더군요. 좋은 작업 응원드립니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자주뵈어요^^

올려주시는 사진들 종종 들러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인물 사진은 참 어렵더라구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난해 가을에 교토에 갔었어요. 사진을 보니 그때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네요. 주요 피사체는 아닐지 몰라도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에 오래 시선을 두게 되네요. 글도 잘 읽었습니다. 사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더 진지한 자세로 사진을 찍게 된다면 관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팔로우 하고 갈게요^^

다행히 이번에는 주요 피사체로 둔 것이 맞습니다. 제 시선을 잘 따라와주신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저도 사진에 대해선 잘 모르고 제 나름대로의 잡담을 정리한 것 뿐이니, 마음가는대로 해석하셔도 좋고 사진도 가볍게 찍으셔도 괜찮습니다. 진지한 개입자분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취향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의 사진은 거의 다가 ‘개입자’적 시선을 가졌던 것 같아요. 사진을 예술로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나 ‘수집’ 혹은 ‘기록’ 의미로 이용하기 때문일테죠. 그래서 저의 사진첩의 피사체는 대부분 인물이네요^^ 지그러하지 않은 이런 사진들을 보고있으면, 나역시도 어떠한 목적의식 없이 그저 스모그 그대로를 찍어보고싶단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보는 그대로 그저 아름다운 그런 사진으로. 소통하고 싶어 팔로우 합니다^^

개입자의 시선을 가지신 분들이야말로, 소통의 중요성을 체화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활, 수집, 기록의 사진이 정말로 비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찬찬히 글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저도 인물사진 잘찍는 분들은 정말 존경합니다...
피사체와 끝없이 대화하고 표정을 이끌어내고 표현하고 보정하는게 아직 제게는 너무 어렵거든요ㅜㅜ

대화하고 표정을 이끌어내는게 사실 모두에게 쉬운일은 아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골목길 참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김기찬 선생님의 골목 안 풍경은 제 마음속의 넘버원입니다.

사진은 내 시선을 나타내는 목소리

표현이 좋아요.
사진의 온도가 느껴집니다.
안개 속 냉기와 온기 모두.
팔로우하고 가요. ^^•

저에게 '사진의 온도'라는 화두를 던져주시는군요 :)
느낌있게 닿아서 다행입니다. 저도 올려주시는 글 틈틈히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킹스장학금에서 나왔습니다. 풀보팅하고 갑니다. 스티밋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세요. (3일차당첨자)

좋은 소식과 댓글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시작하시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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