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Cheonggyecheon (청계천) at Night, Seoul, May. 2018

in #photography6 years ago (edited)

Cheonggyecheon (청계천), Seoul, May. 2018, Nexus 5x


현실의 일상과 머릿 속 상념을 잇는 매개의 역할로서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상이 상념만으로 그득한 것은 아니어서 생각의 전개만을 풀어놓는 것은 나에게 가끔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을 운영하는 원칙 중 하나는, 이야기를 전개하는데에 불필요한 것은 굳이 드러내진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삶에 관한 특징적인 라벨이나 아주 구체적인 궤적은 온라인에서 언급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여러가지 가능성의 예방의 차원에서.

나는 언제나 나만이 혹은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지를 둔다. 현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오프라인에서 교류하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물론 온라인은 온라인 자체의 매력이 있다. 각자 조절할 수 있는 익명성의 스펙트럼 안에서 편하게 풀어놓는 것도 있을 것이다. 허나 나는 오프라인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여기에 작성된 글을 읽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글을 적는 것을 선호한다. 자아가 여러개로 괴리된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Cheonggyecheon (청계천), Seoul, May. 2018, Nexus 5x


밤에 청계천을 걸었다. 공기가 맑은 날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다채로운 색의 연등이 걸려있었다. 어떤 해에는 여러 불빛의 조형물들이 같이 물 위에 떠다니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우천으로 인해 전통등 행사가 조기에 취소되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아마도 그러한 영향인 듯 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밤에 아무 거리낌 없이 나다닐 수 있는 도시는 몇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한적하고 느긋함이 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몇 장면을 담아 보았다. 야경을 찍을 때 노이즈나 조리개, 노출과 같은 요소들 때문에 가끔 아쉽기는 하지만 분위기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언제나 쨍하게 매끄러운 선을 가지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가끔은 제대로 장비를 갖추어서 오롯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다. 영하의 추위에 계속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내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버티고 기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주하는 일상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우연함을 조금 더 믿게 되었다. 사진의 질 자체는 그리 좋지 못하더라도 이면에 숨겨진 시선과 분위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언제나 각자의 취향과 믿음이 있는 법이니까.


Cheonggyecheon (청계천), Seoul, May. 2018, Nexus 5x


오늘도 부유하듯 걸었고 건넜다. 등불이 하나라면 세계의 이정표가 되지만 여러 등불이 모이면 세계를 밝히게 되는 것이었다. 하나의 등불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세계와 여러 등불이 이리저리 만개한 세계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후자를 고르게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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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이 하나면 ~~~
등불이 모이면. ~~
소녀감성 할맘 마음에 닮아갑니다~^^

모든 분들께 하나 이상의 등불이 켜지기를 바라봅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등불이 다채롭게 켜졌으면 좋겠어요 :)

청계천을 이렇게 아름답게 찍었네요. 다른 나라같아요. 유화같기도 하고 ..

지금 시기의 청계천이 유독 예쁩니다. 매년 이맘 때쯤 등불을 달아놓곤 하지요.

내가 알던 그 청계천이 아닌 것 같네요.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청계천에는 오랜만에 다녀왔는데 기억과 같은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다른부분이 참 좋았던 밤입니다.

청계천 야경이 정말 멋지네요.

조금은 화려한 불빛이 수놓고 있습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등불이 참 멋지더랍니다.

우연함 속에 깃든 한시적 가치가 좋더라구요 :)

너무도 복잡한 움직임들이 서로 얽혀 있어 우연함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우연함들은, 사실 계산만으로는 지속시킬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연등 덕분에 참 예쁜 밤 풍경이 되었네요.
등이 하나였으면 그렇게 이쁘지 않았을 듯...

등불의 행렬이 구석구석을 밝히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등불 하나라면 아마 어중간하게 외로웠을 것 같아요.

수채화 같은 사진들이네요. 자아가 여러 개로 괴리된다는 게 상당히 피곤한 일이라는 데 형광펜 긋고 싶어집니다. 내 안에 여러 가지 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여러 내가 즉각적으로 내는 마음의 소리를 온라인에 풀어놓는 것은 이불킥의 여지가 있는 갓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제가 이력서를 냈던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에게 제 블로그를 들킨 적이 있어서 그 때부터는 더욱 조심하고 있습니다. ㅎ 말하신 대로, 아는 사람이 내 글을 봐도 떳떳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놓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모든 글이 올리는 즉시 영구박제되는 이 스팀잇에서는 더욱요.

저도 이불킥 하지 않으려 조심합니다. 물론 이불킥을 하면 그것도 운동인지라 건강(?)해질수도 있겠지요 (...) 제가 항상 조심하는 것 중 하나는, 온라인의 꾸밈 자아가 오프라인의 자아를 먹어버리는 것입니다. 플랫폼에 따라서 페르소나를 여러가지 갖추고 쓸 수 있겠지만, 본연의 삶에 잘 맞지 않는 어색한 페르소나를 과도하게 쓰는 것을 경계합니다.

알고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인사 담당자보다는 가까운 사이가 알아볼 법한 정도만을 글에 남겨두고 있습니다. (물론 몰라도 전혀 상관 없고요.) 여기는 딱 그정도가 적절한 것 같아요. :)

연등 빛을 반사하는 물의 표면이 아름답네요:)
밤의 청계천은 이맘때 꼭 방문하고 싶습니다.

물감을 풀어놓은듯 형형색색 이뻤습니다. 제 생각엔 일년 중에 가장 화려한 청계천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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