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 and '날개' [#지루함 주의]

in #old8 years ago

언제고 한번은 써야 겠다고 마음먹었던 쥬얼리디자인에 대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어려움이 느껴진다.
나름대로는 자신있는 분야였기에 할 말은 있지만
그것이 반대로
글을 읽게 될 누군가에게 허튼소리가 되면 안되겠기에
먼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특별한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잘 되지 않으니 핑계를 찾아본다.
어디가 좋을까?
익숙한 조용한 카페라도 있으면 찾아가련만
젊은시절 다방을 들락거린거 외에 카페는 친숙한 장소가 아니다.

목적지가 없는 어딘가를 향해 문밖을 나서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하다.
'날개'가 없는 사람이란 그렇다.

갑작스레 화창해진 하늘과 기온이 부추긴걸까?
며칠간 머리속을 맴돌던 그 사고의 정리를 위해 집을 나선다.
'애인ㅇㅇ씨'가 어것저것 챙겨주려 한다.

초콜렛, 물병에 심지어 사과조각까지

성의를 전부 마다하고 작은 스텐리스컵 하나를
어깨에 메고 다니는 가방에 챙겨넣었다.

이것만 있으면 물을 마실수 있다라고 나를 안심시키며

"그래도 뭔가 가져가요. 돈.."

그말을 듣고보니 문득 기억이 났다.
메고 있는 가방 안주머니에 일만원 지폐가 있다.
무엇때문인지 전에 그 돈을 받아서 넣어뒀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걸 꺼내서 건네준다.

"이건 또 왜 꺼내놔요?"
"이렇게 많이는 필요없으니까. 한 2~3천원만 줘요."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천원짜리 세장과 빨간색 카드를 내준다.
조용히 주머니에 넣고 길을 나섰다.

도서관까지는 걸어서 30분정도 걸린다.

눈부신 햇살을 피해 인적이 없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잘 정비된 도로가에 깨끗한 이층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신기한것은 몇번이나 그 길을 지나가면서
그 집근처를 지나치는 사람을 본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에
그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지나치는 것이 교차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공공장소에
그 사람들의 숫자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변기만 있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도서관은 언제나처럼 조용하다.
각자의 할일을 찾아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잘 정돈된 서고를 마주하고 앉고는
생각의 정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책을 가져온다.
마치 식당에가면 뭔가를 주문해야 하는 것 처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펼치기 시작한다.

[생각]
세상의 발전과 개인의 현실사이에는 모종의 괴리가 있다.
그리고 개인들이 그 괴리를 인식하기 전까지는
그를 진정으로 그 시대의 사람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인간문명의 객관적 발전수준과 개인의 지각사이에는
어느정도의 괴리가 있을까?

마치 정보의 무한 공급을 가능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터넷의 발전으로
개인에게 도달하는 정보의 양이 인류역사의 그 어느때보다
증가했지만 여전히 그 정보들은 개인들에게는
가능성의 영역에 남아있을 뿐이다.

모니터를 가득채우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어찌보면 선험적 카테고리들이
나에게 24시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간까지 제시된다.

그러나,
길을 걸으며 자기 몸통만한 뭔가를 물고가는 일개미를 위해
'그의 삶의 무게'라는 제목을 생각하고
'그의'에 걸맞는 영단어 'his'를 무의식중에 떠올렸지만
갑자기 'his(?)'라는 물음표가 붙고말았다.

대체 'his'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써본것이 언제였을까?

인칭대명사 he 의 격을
의미도 모른채 외웠던 그 날들은 내게 무엇이었을까?

지식들과
개인에게 필요한 지식의 적절한 공급이
외부의 강제없이
그야말로 자유롭게 이루어질 날은 올까?

새로운 질문이 꼬리를 물고 달려든다.
눈이 침침하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가져온 컵에 냉수를 두번이나 떠다 마셨지만
점점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흐려진다.

읽던책을 수레에 가져다놓고 도서관을 나섰다.
눈을 뜨기 힘들만큼 졸음이 쏟아진다.
어딘가 그늘진 시원한 벤치가 있으면 좋겠다.
분명 어딘가에 많았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작은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며
눈을감고 있자니 날개가 떠오른다.

그는 눈을 똑바로 뜨고 걸었을까?
집을 나설 용기도 내지 못했던 그가
눈을 똑바로 뜨고 걸었을지
날개는 어디서 갑자기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무기력함에 궁상을 떠는 그에게
아내의 화장품에서 풍기는 익숙한 냄새는
상당한 안도감을 줬을게다.
그가 그걸 외면하고 문턱을 넘는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그의 아내는 그것으로 마음에 만족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날개는 그의 이야기이고
그의 아내는 주변인에 불과하지만
무기력함은 자신보다 주변인에게 더 치명적일거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애당초 집을나선 목적을 망각하고
새로운 짐을 얻었다.

생각은 언제 정리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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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story and inspiration story, I love this and thank you for sharing. keep the spirit and keep working and keep inspiring.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엔 생각도 주저리주저리 내리는것 같아요...

까페는 백색 소음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는곳이죠.

쥬얼리 디자인 포스팅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소요님은 언제나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생각이 많은 날은 커피 한잔 하면서빗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생각의 정리도 더 잘되더라구요.
편안한 밤 되세요

그래서 필수교과에 대해 뭘 가르쳐냐고 매번 바뀌는거같네요. 본문의 영어가 사라질 일은 없어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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