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ose about to rock) 디스토션 사운드의 정치적 방향성에 관하여
View on Political Orientation of Distortion Sound
락 음악을 처음 접할 때면,
하위 장르의 구별이 곤욕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엇비슷하게 들리는
기타 앰프의 과도한 출력음(Overdrive Sound) 속에서
펑크(Punk)와 하드락(Hard rock), 헤비메탈(Heavy Metal)를
명확히 구별하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걸 왜 구별하려고 했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음 중 가장 빡센 음악을 하는 밴드를 고르시오.
.
음악을 음악으로 느끼고 즐기기보다
장르 구별에 천착하며 아는 척과 잘난 척이
음악 감상의 중대한 잣대라고 믿는 시절이 있습니다.
이건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기억 너머의 흑역사 같은 걸 테죠.
이거슨 정녕 이불킥각
.
정작 음악을 생산하는 아티스트들은
이런 장르 구분을 비웃는 듯한 발언을 할 때가 많습니다.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너바나(Nirvana)의 정체성을 펑크(Punk)에서 찾았습니다.
(최소한 제가 알기로) 커트 코베인이 자기 음악을
시애틀 그런지(Seattle Grunge)나 얼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으로
규정한 적은 없습니다.
밴드 Nirvana의 유래
.
그런가 하면 헤비메탈계의 큰 형님,
레전드급 마초 밴드로 유명한 모터헤드(Motörhead)는
스스로를 락앤롤(Rock n' Roll) 밴드로 정의하죠.
전세계 메탈헤드들의 우상, 모터헤드
.
이렇듯 락의 세부 장르 구별에 집착하는 건 사실 우스운 일입니다.
"스래쉬 메탈적인 리프에 LA메탈적인 운지의 솔로잉을 입힌 후,
바로크 메탈적인 멜로디를 살리면서도 톤은 정제되지 않은 하드락 풍으로,
그러나 마인드는 펑크적으로다가"
애초에 이런 식으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없다는 거죠.
약간 이런 느낌이랄까
.
대부분의 음악은 치밀한 의도로 만들어지기보다
연주자의 취향이 무작위로 뒤섞여 탄생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음악은 치밀한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지향점에 따라
디스토션 사운드의 질감이 다르게 들리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헤비메탈과 펑크 밴드의 공연에서 느껴지는
아우라(aura)는 명백히 다르지요.
헤비메탈의 디스토션 사운드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입니다.
왜 미국의 레드넥들은
다임백 대럴(Dimebag Darrell)이나 잭 와일드(Zakk Wylde)의
기타 사운드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들은 심지어 남부연합기(The Confederate Battle Flag)를 테마로 한 기타를 즐겨 연주했었죠 ㅋ
인종 차별, 게이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모틀리 크루의 빈스 닐(V. Neil)이나 GNR의 액슬 로즈(A. Rose)가
모두 헤비메탈 밴드의 프론트맨인 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에 반해 펑크 밴드의 사운드는
무정부주의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펑크 밴드의 디스토션 사운드는
자기를 구속하는 모든 관습을 타파하려는 절규에 가깝죠.
그들의 왜곡된 음량은
위 아래도 없고, 애미-애비도 못 알아보는 느낌을 추구합니다.
보컬 역시 좌중을 압도하는 포효보다
해체와 분쇄를 외치는 비명에 가깝게 들리죠.
인생이 펑크 그 자체. 시드 비셔스(Sid Vicious)와 쟈니 로튼(Johnny Rotten)
.
그런 의미에서 비평가 스티브 왁스먼(Steve Waksman)의
음량에 대한 헤비메탈과 펑크 록의 상반되는 가치관 분석은
상당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헤비메탈은 소리의 크기를
압도적인 권력의 인식으로서 투사하고 전도한다.
반면에 펑크는 사운드의 관습을 교란하여
소음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헤비메탈이 기존 질서의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디스토션 사운드를 활용하는 반면,
펑크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해체주의적 성향으로
노이즈를 발산하기 때문에
얼핏 서로 비슷하게 들려도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는
상호대척적인 입장에 놓여 있다는 분석입니다.
헤비메탈과 펑크, 그리고 그 사이 어디즈음에서
유래하고 파생된 수많은 헤비한 음악들.
락의 하위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지만,
요런 숨겨진 재미를 찾는 것도 음악 감상의 즐거움 중 하나겠지요.
어쩌면 이 글 또한,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이불킥각"이 될 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락음악을 좋아하고 화창한 봄날에 지하합주실에서 사내들끼리 합주도 해보고 뭐 그런 사람인데요. 스팀잇에 락음악 관련글이 없나 둘러보다가 들어오게 됐습니다. 글이 너무 재미있어요!!
오마주 프로젝트라고 묻힌 글 발굴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글을 오마주 프로젝트에 응모해도 될까요? 발생하는 저자보상은 모두 dawson-kim님에게 드립니다. : )
예 저야 영광이죠. 저도 개인적으로 스팀잇에 음악이나 영화에 관한 포스팅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ttps://steemit.com/kr/@slowdive14/6d7xpu
글 올라갔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너무 재미있네요.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 오늘은 너바나나들어야겠어요 ㅋㅋ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