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록음악에서 디스토션 사운드가 갖는 정치적 방향성에 관하여

in #kr6 years ago (edited)

dawson-kim님의 을 오마주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해 봅니다.

영화나 소설에는 장르라는 것이 있게 마련입니다. 음악에도 장르가 있게 마련이죠. 일렉트로니카, 팝, 록, 힙합 등등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록음악 안에도 다시 하위 장르가 여럿 있는데, 펑크와 헤비메탈은 록음악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하위 장르들입니다.

록음악은 기성질서 및 체제에 대한 반감과 저항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록음악의 사운드 자체가 어떤 상황적 맥락 안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핑크 플로이드 같은 밴드가 떠오르네요. 섹스 피스톨스나 클래쉬도 떠오릅니다. 최근 밴드로는 크랜베리스나 U2 같은 아일랜드 밴드가 떠오르고요. 너바나 Incesticide 앨범 재킷의 해설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고 하네요.

우리 팬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 중 어떤 식으로든 동성애자, 피부색이 다른 사람, 여성을 혐오하는 분이 있다면 우리를 위해 이것 하나만 해주세요. 여기서 꺼져! 우리 공연에 오지도 말고 우리 레코드를 사지도 마. - 모던팝 스토리, 809쪽.

각설하고, 오늘은 dawson-kim님이 작성한 을 통해 펑크와 헤비메탈이 디스토션(distortion)이라는 기타 사운드를 공유하지만 어떻게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갖게 될 수 있는지 가볍게 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밴드가 보여준 행보에 따라서 같은 디스토션 사운드라도 완전히 다른 정치적 메시지로 다가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비교에는 필연적으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메탈 밴드라고 해서 모두 보수적이거나 우파적이진 않죠. 좌파적인 성향의 메탈 밴드로서 Rage Against the Machine 같은 밴드가 바로 떠오르네요. 더욱이 메탈이라는 장르 안에도 수많은 하위 장르가 있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Rage Against the Machine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헤비메탈 밴드는 분명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awson-kim님의 을 읽으면서 꽤나 즐거웠습니다. 제가 10대 중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파고 있는 게 록음악이라 이런 글을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죠. 좋아하는 밴드가 한국에 안 와서 외국으로 직접 보러 가기도 했고, 1년 반 넘게 밴드를 하며 좋아하는 장르(shoegazing)의 문법을 직접 구현해 보려고 이래저래 지하 합주실에서 땀 흘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좋아하는 밴드의 신보를 찾아서 듣고, 다양한 루트로 새로운 뮤지션을 알아가고 있죠.

스팀잇에 더 많은 락덕후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소개글을 마칩니다. ㅎ

stylegold님의 제안대로 페이아웃 금액의 SBD는 dawson-kim님에게 모두 전달할 예정입니다. 글을 올리는 데 대한 저자 동의는 당연히 받았습니다.

이하 원문입니다.


View on Political Orientation of Distortion Sound

락 음악을 처음 접할 때면,
하위 장르의 구별이 곤욕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엇비슷하게 들리는
기타 앰프의 과도한 출력음(Overdrive Sound) 속에서
펑크(Punk)와 하드락(Hard rock), 헤비메탈(Heavy Metal)를
명확히 구별하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걸 왜 구별하려고 했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4.jpg

다음 중 가장 빡센 음악을 하는 밴드를 고르시오.

.

음악을 음악으로 느끼고 즐기기보다
장르 구별에 천착하며 아는 척과 잘난 척이
음악 감상의 중대한 잣대라고 믿는 시절이 있습니다.
이건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기억 너머의 흑역사 같은 걸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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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슨 정녕 이불킥각

.

정작 음악을 생산하는 아티스트들은
이런 장르 구분을 비웃는 듯한 발언을 할 때가 많습니다.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너바나(Nirvana)의 정체성을 펑크(Punk)에서 찾았습니다.
(최소한 제가 알기로) 커트 코베인이 자기 음악을
시애틀 그런지(Seattle Grunge)나 얼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으로
규정한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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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Nirvana의 유래

.

그런가 하면 헤비메탈계의 큰 형님,
레전드급 마초 밴드로 유명한 모터헤드(Motörhead)는
스스로를 락앤롤(Rock n' Roll) 밴드로 정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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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메탈헤드들의 우상, 모터헤드

.

이렇듯 락의 세부 장르 구별에 집착하는 건 사실 우스운 일입니다.

"스래쉬 메탈적인 리프에 LA메탈적인 운지의 솔로잉을 입힌 후,
바로크 메탈적인 멜로디를 살리면서도 톤은 정제되지 않은 하드락 풍으로,
그러나 마인드는 펑크적으로다가"

애초에 이런 식으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없다는 거죠.

4(2).jpg

약간 이런 느낌이랄까

.

대부분의 음악은 치밀한 의도로 만들어지기보다
연주자의 취향이 무작위로 뒤섞여 탄생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음악은 치밀한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지향점에 따라
디스토션 사운드의 질감이 다르게 들리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헤비메탈과 펑크 밴드의 공연에서 느껴지는
아우라(aura)는 명백히 다르지요.

헤비메탈의 디스토션 사운드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입니다.

왜 미국의 레드넥들은
다임백 대럴(Dimebag Darrell)이나 잭 와일드(Zakk Wylde)의
기타 사운드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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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심지어 남부연합기(The Confederate Battle Flag)를 테마로 한 기타를 즐겨 연주했었죠 ㅋ

인종 차별, 게이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모틀리 크루의 빈스 닐(V. Neil)이나 GNR의 액슬 로즈(A. Rose)가
모두 헤비메탈 밴드의 프론트맨인 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에 반해 펑크 밴드의 사운드는
무정부주의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펑크 밴드의 디스토션 사운드는
자기를 구속하는 모든 관습을 타파하려는 절규에 가깝죠.

그들의 왜곡된 음량은
위 아래도 없고, 애미-애비도 못 알아보는 느낌을 추구합니다.
보컬 역시 좌중을 압도하는 포효보다
해체와 분쇄를 외치는 비명에 가깝게 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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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펑크 그 자체. 시드 비셔스(Sid Vicious)와 쟈니 로튼(Johnny Rotten)

.

그런 의미에서 비평가 스티브 왁스먼(Steve Waksman)의
음량에 대한 헤비메탈과 펑크 록의 상반되는 가치관 분석은
상당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헤비메탈은 소리의 크기를
압도적인 권력의 인식으로서 투사하고 전도한다.
반면에 펑크는 사운드의 관습을 교란하여
소음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헤비메탈이 기존 질서의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디스토션 사운드를 활용하는 반면,
펑크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해체주의적 성향으로
노이즈를 발산하기 때문에
얼핏 서로 비슷하게 들려도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는
상호대척적인 입장에 놓여 있다는 분석입니다.

헤비메탈과 펑크, 그리고 그 사이 어디즈음에서
유래하고 파생된 수많은 헤비한 음악들.
락의 하위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지만,
요런 숨겨진 재미를 찾는 것도 음악 감상의 즐거움 중 하나겠지요.

어쩌면 이 글 또한,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이불킥각"이 될 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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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분이라도 즐겁게 읽으셨다면 소기의 목적 달성입니다~ 팔로합니다.

확실히 지미 헨드릭스 이래 디스토션 사운드의 '발명'은 혁명이었지만 후대에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는 정말 다른 해석으로 다른 양상이 펼쳐졌네요.

네. 지미 헨드릭스를 디스토션 사운드의 시초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프로필사진부터 닉네임까지 록스피릿 물씬 풍기네요. ㅎ 팔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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