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판관의 먹스팀]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공간 <예전>
전 80년대의 거진 절반을 생명체로든 세포로든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보냈습니다만 어쩐지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세상에 출고된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어딘가 희망과 낭만이 가득했던 모습으로 모든 게 기억되는군요. 지금 기준으로는 촌스러운 청바지와 장발을 하고, 르망과 엑센트를 뽐내며 타고 다녔을 순수했던 청춘들이 머리에 아른거립니다.
시작부터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간만에 먹스팀을 하나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할 공간은 월미도의 예전입니다. 조승우와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클래식>만큼이나 매우 클래식(classic)합니다.
입구에 귀여운 조각들이 절 반겨줍니다.
이 사진은 참 여러 번 찍었습니다만 하나도 이쁘게 나오지 않았군요. 딱 보아도 아마추어의 솜씨입니다. 친구가 사진을 찍을 때는 한 면은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는데, 위를 일직선으로 맞추어 찍었고 좀 후회가 되는군요. 직접 가셔서 보면 훨씬 더 정감 있고 예쁩니다.
저는 카메라 잼병입니다.
트럼펫 부는 아저씨도 있고요.
이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전반적으로 붉은 색과 마호가니 나무가 올드하면서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층의 전경입니다. 창가가 보이는 테이블도 좋습니다만 저는 낮술을 먹으며 꼬장을 부리기 위해 안에 숨겨진 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클래식하죠?
저 책은 실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무려 미국 건축 공학에 대한 원서더군요...... 하하 어쩐지 어울려.
메뉴판 사진을 찍는 걸 깜박했네요. 타임 워프를 한 것 같은 메뉴판이었습니다. 메뉴도 그렇고 종이 재질도 그렇고.......
방 안에서 보는 밖입니다.
한참 술을 마시다가 심심해져 다시 밖으로 나가 보았네요.
비가 오는 바깥이 참 운치있더군요. 삐뚤빼둘하게 나온 건 아마 찍사에게 예술적 감성이 전무해서일 겁니다.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찍었는데 뭐가 정석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창가로 다가가 밖을 찍어보았고요.
그 와중에 카페에 피어 있는 한 떨기 꽃을 보았답니다. 처음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들어오더군요.
오래 전 이 카페, 이 자리에서 어떤 여자 아이와 소개팅을 했었지요. 그 세 시간 동안 그 아이는 제 눈을 거의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망한 소개팅이라고 생각했죠.
비가 추적추적 왔는데, 어쩐 일인지 그 날은 사람 많은 월미도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한적한 거리에,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커플이 두 손을 잡고 비닐 우산을 쓰고 걸어가더군요. 촌스러운 흰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걸로 봐서는 불륜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걸어가시던 두 분은 잠깐 멈추시더니 창가에 있는 저와 그 여자 아이를 쳐다보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참 묘했답니다. 어쩐지 힘을 내라는 그런 느낌.
나중에 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의 기억에 대한 강렬함 때문인지, 인연이라고 생각했죠.
결혼하신 분들은 종종 그런 말을 하죠, 정말 함께 할 사람은 보면 안다고. 아마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냥 홀랑 헤어져버렸네요. 이후에도 몇 번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결국 지금은 다 남남이기 때문에, 나는 별로 감이라는 건 신뢰를 안 해요. 원래 인생은 각자 장르가 있는 법이니까 암 그렇고 말고.
아 다시 보니까 꽃인줄 알고 찍었던 것도 그냥 빛바랜 잎이군요. 와장창.
그냥 아쉬운대로 그 친구가 좋아했던 음악이나 하나 링크합니다.
아마 수 많은 연인들이 저 자리에 앉았겠죠. 그 중 태반 이상은 분명(?) 이별했겠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많을 거에요. 워낙 오래 된 카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그 공간에서, 나는 달라, 우리는 달라, 언제나 함께 할 거야, 그런 밀어(密語)들이 오갔을 겁니다.
제가 사진을 찍던 그 순간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앉아 계신 커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자 분이 일본 분이시더군요. 이별 없이 아름다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무수한 그 말들과 함께 한 시간이 지나간 기억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PS : 먹스팀의 취지에 부합하게 한 마디 더 적으면, 음식은 대단치 않지만 와인의 가성비는 나쁘지 않습니다. 먹스팀의 취지에 맞게 기본적인 정보 역시 아래 기술합니다.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북성동 월미문화로 43-2
영업시간: 영업 중 ⋅ 오전 1:00에 영업 종료
연락처: 032-772-2256
월미도네요 쟈이나타운 근처인가요 ?ㅁㅎ
월미도 바이킹 근처에요 ㅋㅋ 주소도 위에 다시 올려놓았습니다 ^^;
저 한 떨기 꽃은 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잎이죠. "그런 느낌"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저 엉터리 느낌이었던 것과 비슷하군요.
...이렇게 분위기 와장창 깨고 가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써주신 내용을 반영해 일부 수정갑니다
사실 꽃 부분은 저 가운데 노란 부분이라 별로 안 이쁘죠. 으음...
"그런 느낌"을 저도 두 번은 겪은 것 같네요. 둘 다 결혼하지 않고 있어서 좀 무서운데 그 여자분들은 아마 하셨겠죠.
사실 전 헤어진 사람들을 굳이 카톡에서 지우는 편이 아니라 가끔 보는데 한 사람 안 한 사람 참 다양하군요. 연락 안 한지 6년이 다 되어가는 저 친구도 안 한 것 같은데 ㅋㅋ 사실 다시 만날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때 느꼈던거나 글에서 드러내는 감성과는 또 다르겠죵 ㅎㅎ
와장창 깨진 제 감성 돌려주세요ㅠㅠ
죄송 ㅋㅋ
정말 맛있을거 같에요.
이 영혼 없는 답글은 뭐죠.. ㅋㅋㅋㅋㅋㅋ
여튼 방문 감사드립니다 ^^
쟤 봇이에요. ㅋㅋ
아 정말 영혼이 없었군요 ㅋㅋ
사진 찍느라 애 쓰셨네요.
ㅎㅎ 생각 외로 그렇게 힘들진 않았답니다^^ 좀 뜬금 없지만 강원도에 삼탄 아트마인 참 괜찮아요!
카페 분위기도 장난아니고 글도 아련... 노래도 괜히 아련한듯...ㅠ.ㅠ
ㅎㅎㅎㅎ 감성 와장창 깨지기 전에 다신 댓글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옹^^역시 사람은 글을 잘 써야하나봐여 잘읽었네여 음식사진도 좀 올려주시징ㅋ 카페소개에 열심열심. 그래도 사진을 당신스럽게(?) 어색한듯 하지만 정직하게 잘 찍으셨어요.
프로사진작가처럼 찍지 않아도 그냥 그때의 모습을 담는다고 생각하며 아무렇게 찰칵찰칵해도 될거라고 생각합니당ㅋ
스팀잇 시작하고 노래링크 눌러서 끝까지 다 들은곡은 이 곡이 처음이네여 에피톤프로젝트? 참 목소리가 잠오는데 이거 자기전 들으면 강려크한 수면제가 되겠어영
하하 대충 구겨쓴 글인데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당^^ 제 이미지가 정직한 거였군요 ㅋㅋㅋㅋ 의외네요 아무래도 스팀잇에는 좀 비교적(?) 정제한 글들 위주여서 그런가 ㅋㅋ
저 노래 은근 슬퍼요 ㅋㅋ 묘하게도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 애의 감성이 이 노래에 다 녹아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딱 이 노래에 어울리는 아이였는데 아마 그래서 '효율'을 추구하는 나이 든 이후의 연애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뭐 그래도 그런 걸 다 받아주는 정말 자기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겠죠 ㅎㅎ 사실 연애나 결혼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말 어두컴컴한게 진짜 클래식하네요.
마치 중세시대에 와있는 느낌이네요.
나이 지긋한 중년 커플 손잡고 있으면
부부가 아니고 연애일 가능성이 더 높답니다. ㅎㅎ
ㅎㅎㅎ 그래도 불륜이면 좀 멋지고 이쁘게 차려입었을텐데 그냥 슬리퍼에 흰 티라 부부일 거라고 선해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ㅎㅎ
실내 사진 보고 유럽인줄 알았어요.
특별한날 가면 좋을것같은데 음식은 어떤거 파는곳인가요? 사실 음식 사진 언제나오나~ 하면서 내려가고 있었는데 글이 끝나버렸네요 ㅠ
잘보고 가고 앞으로 자주 찾아올게요^^
댓글로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면 사실 음식은 그저 그렇습니다^^ 경양식집입니다 ㅎㅎ 맛집이라기보다는 데이트하기 좋은 곳!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
이런 포스팅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딜가나 맛있다는 말만 있어서 믿음이 안가더라구요.
admljy19님 블로그는 자주 찾아뵈야겠네요:D
ㅎㅎㅎ 댓글을 또 달아주셔서 좀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음식은 맛이 없습니다)
비밀입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언제나 낭만 적이더라구요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OMG..예전. 여기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나보군요..
여러모로 추억돋게 만드시는 '풍류판관님'
Thanks a lot^^
매우 오래된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 ^^
저에게도 추억이 되는 곳인데, 연배가 더 있으신 분에게는 더하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