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사이공 억류기) 18 솟아날 구멍

in #leedaeyong5 years ago (edited)

형무소 측에서는 이대용이 가족에게 편지를 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대용은 이순흥 회장을 통해 부인에게 소직을 전하고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11월 분 차입요청 편지와 가족에게 편지를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차입요청 편지봉투는 차입을 위한 인증서였다. 수감자가 가족이나 친지에게 편지를 보내면 그 수신자가 1회에 걸쳐 차입을 할 수 있었다. 즉 편지봉투는 차입을 할 수 있는 권리증이나 마찬가지였다. 차입품을 가지고 형무소 위병소에 와서 편지봉투를 제시하면, 위병소는 차입품을 접수한다는 것이었다.

형무소측은 이대용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고 싶어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11월 3일 경비원이 오더니 앞으로 월남어로 편지를 써야 발송해준다는 것이다. 영어도 안되고 한국어도 안되고, 불어나 일본어도 안되고 오로지 월남으로만 쓰라는 것이었다. 형무소측은 이대용이 월남어를 모른다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조치는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족과 편지는 비밀연락망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이순흥 회장에게 차입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지 못하면 차입을 제대로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었다.

11월 15일에는 비밀 연락망을 통해 수감되어 있는 안희완 영사의 비밀편지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안영사는 자신과 서영사 그리고 최기선 모두 차입을 제대로 받고 있다고 하면서, 차입이 중지된 이대용에게 자신들에게 보내온 물품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11월 17일 이대용은 안영사와 서영사에게 마음을 굳게 먹고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하라고 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11월 19일 안영사는 비밀연락원을 통해 자신들의 차입품을 보냈으나 그 중 좋은 것은 다 사라지고 1/3정도만 이대용에게 전달되었다. 약 3명의 연락원을 통해 물품을 전달받았으나 그들 모두 중간에 물품을 가로챘다. 상당한 비용을 연락원에게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그들은 전달되는 물품도 다 가로챘다. 그러나 그나마 이대용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11월 20일 이대용의 생일이었다. 자고 나니 기침이 나고 목에 가래가 끓었고 몸에 열이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하게 하루를 보냈다.

11월 21일 서영사가 두번째 편지를 보냈다. 중공에서 내분이 일어나 4인방이 반당분자로 몰렸다는 이야기를 적어보냈다.

11월 27일 이순흥 회장이 다시 비밀편지를 보내왔다. 내년 2월 18일 음력명절 때가 아니면 5월중에 석방될 수 있다고 경찰간부가 말했다고 전했다. 이대용은 자신의 석방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회장은 월남어로 쓴 차입요청 편지 견본도 보내왔다. 매달 이견본을 그대로 베껴서 보내면 그 편지를 근거로 차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11월 30일, 간수에게 11월분 차입을 받지 못했으니 12월은 차입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형무소 당국의 지시대로 월남어로 차입편지를 쓰겠다고 했다. 간수는 월남어를 아느냐고 묻더니 웃으며 돌아갔다. 상부의 지시를 받을 모양이었다.

12월 1일 오전, 간수가 월남어로 편지를 쓰되, 이순흥 회장에게만 보낼 수 있고 월남밖에 있는 가족에게는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대용은 시에스터 시간에 이회장이 보내준 월남어로된 편지 견본을 열심히 베꼈다. 단어의 뜻을 모르고 그대로 그리자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후내내 그린 편지를 경비원을 통해 간수에게 보냈다.

12월 11일 이대용은 비밀연락망을 통해 외무부장관에게 두번째 비밀보고서를 보냈다. 그간 자신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를 보고하는 내용이었다. 12월 13일 비밀연락원은 이대용에게 월남 화폐 600동을 요구했다. 이대용은 가까운 시일내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후에 돌려보냈다.

12월 14일, 73일만에 이순흥 회장으로부터 정식차입을 받았다. 약 45kg 정도의 차입품이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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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title]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걸 이 사건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네요;; kr-title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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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에도 이렇게 꼼꼼하게 기록을 해놓으셨군요.
저같으면 다 포기했을지도..

어찌됐든 차입이 되어 다행이군요.

감옥에서 나올기회가 생기나보네요.

열악한 감옥에서의 생활에 숨 막히는 비밀연락까지 해야 하고~
그나마 월남어를 베껴 쓴 보람이 있어 차입을 받아 참 다행입니다.
이순흥 회장도 참 의리가 대단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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