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랑일기 179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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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만에 노트북을 켰다.
보통 요즘은 새벽에 깨는 일이 있어도 폰을 잠시 보거나 간단히 요기할 것만 먹고 바로 잠드는 편인데 오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노트북으로 포스팅이 하고 싶었다.

글을 쓴다는게 처음에는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누군가가 '글잘쓰는 요령'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필요없는 수식어도 아무렇지 않게 쓰게되었다. 장문보다는 단문으로 끊어주는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살펴보던 것들도 의식의 흐름대로 내버려 두었다. 쓸말이 없어서 그날 아침 출근길에 들었던 오디오에 나왔던 이야기나 인터넷에서 인기글로 올라온 글들을 읽고 내 생각을 적거나 하는 식으로 포스팅하는 날이 점차 많아졌다.

그러다가 코인가격이 하락하고 이웃들도 점차 떠나가자 눈팅할 글들도 많이 줄어들고 나도 또한 임신이라는 핑계로 포스팅할 시간이 많았음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봤는데. 사람이 뭔가에 몰두하거나 빠짐으로써 인생에 뭔가 하나는 얻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여기와서 일기쓰는 습관이 생겼다. 혈액형의 비애인지는 모르겠으나(나는 B형) 한동안 좋아하는 애니를 정주행하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장편소설을 읽는 기쁜마음으로 스팀잇에 봄부터 가을까지 빠져살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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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니 현실에서는 여러사람과 동시에 대화하거나 이목이 집중되는 일들을 항상 피해왔는데 여기서는 되려 그것을 즐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즐거웠나보다. 익명이라는 감투는 사람의 본성을 끄집어내는 신기한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나쁘든 좋든. 절대 현실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데 이 곳에서는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글을 읽고 댓글로 콩나라 팥나라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러다가 뭐랄까 친목처럼 채팅방까지 만들어지고 나서야 아차 싶은거다. 정말 리얼 현실이구나. 애써 익명처럼 말하려고 해도 이미 그사람과 현실에서 보기라도 한것처럼 말이 쉽게 되지 않는다. 아마도 현실의 나는 생각보다 딱딱하고 유머도 없는 사람이였음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달까. 정말 나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게 되는 가상의 블로그다.

요즘은 평소 스팀잇 하던 시간에 이곳을 알기전 자주 하던 웹서핑이나 독서, 웹툰같은 것이나 보며 산다. 아주 오래된 눈팅러라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느낌마저 든다. 누가 방생한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몇 달을 이웃들의 포스팅을 읽지 않았는데 놀라운 일이 다시 일어났다. 다시 긴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근은 틈틈히 소설을 보고 있다. 에세이나 소설 뭐 하여튼 흥미가 생기는 책이라면 한번 뒤적거려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 몇달간 책을 조금 읽었다. 누군가에게 이만큼 읽었다고 생색낼만큼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권수를 적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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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꼭 적어보고 싶었던 책도 있었는데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다. 외국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뒤통수를 내려치는 듯한 아름다운 글이였다. 번역체의 딱딱함이 전혀 없는 따스한 문장이다. 되려 박진감 넘치고 힘있는 글들을 보다가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한 한국작가의 에세이를 보자 순식간에 그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다. 책도 전혀 두껍지 않아서 2~3시간이면 금방 읽을 분량이였다.

중간중간 내용에 단어의 어원을 설명할때는 이것이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인가 싶었고, 중간중간 인용문들이 등장할때면 이것이 자기계발서적인가 싶은 착각도 들게 하였지만 글마다 끝맺는 이기주작가의 생각이 참 좋았다. 뭐랄까. 영화를 다보고 나서 평론가가 '이 영화는 이것이다'라고 마침표를 찍는 듯한 인상이였다. 좋았던 문장들이 많았는데 그래. 적어보자.

갤러리를 열어보니 2장밖에 사진이 없다. 분명 크... 멋진 말이 많았던 것같은데 왜 이것밖에 없을까. 그냥 얼른 읽고 싶어서 다 넘겨버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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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는 어떤 일이나 과정에서 재미와 즐거움 같은 요소가 사라지면 더는 하지 않는다. 아마추어의 입장에선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새삼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프로와 아마추어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인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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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았다. 한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네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 담을 설치했고, 결국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단지를 빙 돌아서 등교하고 있다고 했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다. 씁쓸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왜 자꾸 나누고 구획하려는 걸까. 인류의 불행 중 상당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행위에서 비롯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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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찾다가 다른 사진도 몇장 보인다. 이 글은 언어의 온도가 아니라 인터넷을 떠돌다가 어디서 줍줍한 것 같다.

<<버티는 인생만 살다 보면, 자신이 뭐가 하고 싶어 이곳에 있는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아무튼 살아 보자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때론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ㅡ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 대해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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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글은 어떤 분이 인터넷에 댓글로 남긴 말인데, 질문한 사람은 멍청한 와이프와 결혼하면 아이도 멍청한거 아니냐고 질문한 것이다.

<<아이는 엄마 머리를 닮는다는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를 들어보긴 했습니다.
근데... 이런 질문을 물어 보실 것이 아니라... 본인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와이프랑 결혼하신 본인은 그 멍청함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더 멍청한 거 아닌가요?? 썩 현명한 질문은 아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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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도 너무 충격적이라 헉했던 것 같음.

<< 정상인들도 하루에도 암세포가 막 생겼다가 면역 체계에 의해 사라지는거래요.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못죽이면 암이 되는거구요. 이건 주워들어서 진짜인지 모르겠는데 1cm정도 발견될정도로 자라는데 10년인가 걸린다나 젊으면 더 빨리 진행되구요.
그래서 갑자기 뭔 일 생겨서 스트레스 받으면 암걸리고 이게 괜히 그런게 아니었어요... 요즘 건강에 관심 많아가지고 찾아보는데 정말 무서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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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하다가 암이야기까지 흘러가는구나. 아무튼 이제 이정도 글을 쓰는데에도 1시간이나 걸리네. 역시 글쓰기든 그림이든 뭐든 꾸준히 해야 하나봐. 그래도 나의 일기장이 되어줘서 고맙다. 스팀잇.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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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는 어떤 일이나 과정에서 재미와 즐거움 같은 요소가 사라지면 더는 하지 않는다. 아마추어의 입장에선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새삼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프로와 아마추어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인지 모른다고.>>

맞아요. 최소한 프로는 돼야죠. ^^ ㅎㅎㅎㅎ 오늘 뭔가 의미심장한 글들이 많네요. 찡크라테스님 ㅎㅎㅎㅎ

어느 세상이나 담을 만드는 사람은 있습니다~ ㅎㅎ
스팀잇도 마찬가지죠! ㅋㅋㅋ

다시 이렇게 보게되니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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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확실히 쓰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지요^^ 장편소설을 읽고 계시군요. 태교에 도움이 되겠어요ㅎ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디클릭 ♥ 사랑 함께 응원합니당~!
행복한 일욜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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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저 또한 B형이지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그냥 아무말 읽으니 뇌가 정화되는 느낌! 혹한기 건강 동파 조심하세요.

암은 충격적이다. 찡언니 ㅠㅠ

1시간동안이나 글써줘서 고마워
정독했음~!!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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