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이야기 17.

in #krlast month (edited)

퇴근 시간 무렵이었다. 앞에 자는 아이를 업고 걸어오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많아야 3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눈에 띈 이유는 정장을 입었기 때문이다. 튀지 않는 전형적인 비즈니스 정장이었다. 살짝 피곤해 보였다.

아마도 퇴근 후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귀가하는 젊은 엄마일 거라고, 내 나름대로 상상해보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구두가 걸려 앞으로 쾅 넘어져버렸다. 그 젊은 여성은 넘어지면서 아이를 업은 손을 풀지 않고 배와 가슴으로 그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꽤 아팠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먼저 아이를 살폈다. 아이는 잠에서 깨어났을 뿐 놀란 기색도 없었다.

젊은 여성은 다시 아이를 업고 가던 방향으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보통 돌에 걸려 갑자기 넘어지게 되면 본능적으로 팔을 앞으로 내밀어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아마 나였다면 오른팔은 아이를 꽉 잡았겠지만 왼팔을 앞으로 뻗어 충격을 줄이려 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젊은 여성은 자신을 보호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아이만 보호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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