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으로 돌아온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눈물의 첫 모스크바 리사이틀 [kr-classicalmusic]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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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worldinmyheart입니다.

Kr-Classicalmusic, 오늘도 주인공의 연주를 하나 들으며 시작해볼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원래 '가장 뛰어난'이라는 단어는 개인의 주관과 상대성 때문에 좀처럼 사용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피아노에서 만큼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로비츠가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kr-classicalmusic] 그 세 번째 이야기로 소련 출신의 미국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일화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 슬픈 연주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원래는 라흐마니노프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했는데, 오늘 유튜브에서 호로비츠의 모스크바 연주를 보고는 가슴이 무너져내려 계획을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내일 이어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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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태생, 그러나 떠나야했다

ㅡ"끝없는 굴곡, 그리고 조국과의 이별"

호로비츠는 1903년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에프에서 태어납니다. 당시의 러시아는 전제황정을 표방하는 러시아 제국이었는데, 호로비츠의 가족은 부유한 유대인 집안이었습니다. 덕분에 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9살에 키에프 콘서바토리에 입학했어요.

나이를 무색케하는 성숙하고 아름다운 음색을 가졌던 호로비츠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17살의 나이로 첫 리사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내 큰 인기와 더불어 전국을 돌며 공연을 이어갑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마냥 밝을 것만 같았던 그의 인생...

하지만 1919년 러시아 혁명이 터지고부터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고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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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결과로 그의 집안은 몰락해버렸고 그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공연을 다니며 피아노를 연주해야했습니다. 문제는 나라가 너무나도 가난해 보수를 돈으로 받지 못하고, 빵이나 음식 등으로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한적도 많았다는 것. 스물 두 살의 나이로 독일 유학 기회를 얻은 그는 조국을 떠날 결심을 하고 기차에 올라타게됩니다.

그 때만해도 그는 알지 못했다고합니다. 그 것이 조국과의 길고도 긴 이별이 되리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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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세계적 연주자

ㅡ"서방 무대에 연착륙한 호로비츠"

호로비츠는 독일을 시작으로 서방국가들을 돌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온 유럽이 먼길을 건너온 이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크게 열광했어요. 그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유형의 연주자였습니다.

호로비츠가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의 연주법에 있습니다. 그의 감성은 인간이 가진 언어로 형용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 같은 피아노로도 다른 소리를 냈으며, 상냥하면서도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색을 관객에게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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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으로 건너간지 단 3년만에, 그는 미국 무대에 데뷔하게 됩니다. 1928년 미국 최고의 음악당인 카네기홀에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며 화려하게 등장했고 1933년에는 전설적인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하며 미국을 매료시켰습니다. 이는 실제로 역사상 전례없는 최고의 조합이었어요.

미국은 그를 사랑했고, 그도 미국을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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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민권을 얻다

ㅡ"냉전을 거치며 미국에 정착하다"

어려서 조국에 의해 잔혹한 경험을 겪었기에, 냉전시대에 미국 시민권을 얻은 호로비츠는 소련의 존재를 잊고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는 TV실황, 음반 녹음을 병행하면서 미국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어요. 이미 커다란 스타였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대접을 받으며 연주자 생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성연애설, 조국에의 그리움 등으로 인해 그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그는 항우울제를 복용했고 술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았다고 합니다. 스스로의 피아노 실력에대한 불안감도 커졌고, 물질적 풍요만으로 마냥 행복할 수 만은 없는 불안정하고 가여운 인생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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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년만에 조국으로 - 눈물의 모스크바 리사이틀

ㅡ"이제 그 곳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냉전이 소강상태에 들어서던 1980년대 중반, 미국과 소련은 대화의 창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피튀는 사상 대결이 조금씩 평화를 향해 흐르던 시기, 호로비츠의 선언이 세계를 깜짝 놀라고 흥분케 합니다.

"이제는 가야할 것 같다"

부푼 마음을 안고 조국을 떠난지 61년만에, 그는 러시아로 돌아옵니다. 첫 모스크바 리사이틀, 이제 그의 나이는 여든 셋이었습니다. 그의 방문은 정치적, 음악사적으로 너무나 큰 의미를 가졌고, 우리나라, 일본,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TV 실황 생중계가 이루어졌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은 호로비츠의 주름진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여든 살을 넘긴 그는 노쇠한 손가락으로 건반을 아름답게 두드립니다. 그는 이번이 자신이 조국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마지막 기회라는 걸 직감했어요. 다시 돌아오기엔 남은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그는 조국에서의 자신의 인생 마지막 곡으로 화려하고 빠른 곡이 아닌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선택합니다. 너무나도 쓸쓸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곡. 관객들도 다함께 숨을 죽이고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별의 마음을 담은 연주와 함께, 그는 조국과 작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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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가장 훌륭한 피아니스트

ㅡ모두에게 사랑받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조국에서 눈물의 리사이틀을 마친 호로비츠는 미국으로 돌아온지 3년 만에 결국 숨을 거둡니다. 전 세계가 그의 죽음을 슬퍼했고 미국의 모든 신문사들이 애도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그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피아니스트, 역사상 가장 훌륭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글을 적는 동안 호로비츠의 슈만 트로이메라이를 들었습니다. 그는 피아노를 가장 잘 이해하는 피아니스트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때로는 과감한 터치, 때로는 절제된 감정...고뇌와 희열의 대조를 자신의 감정을 입혀 풀어낸 멋진 연주자.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완전한 존재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저 곡만 들으면 눈물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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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한주, 호로비츠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여러분에게 큰 위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Kr-Classicalmusic 시리즈


#1. 리스트와 쇼팽의 우정이 말하는 스팀잇, 그 인연의 소중함 [kr-classicalmusic]
https://steemit.com/kr/@worldinmyheart/kr-classicalmusic

#2. '귀공자' 멘델스존이 코인투자를 했다면 그의 음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kr-classicalmusic]
https://steemit.com/kr/@worldinmyheart/kr-classicalmusic-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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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1인 입니다. 덕분에 좋은 음악 듣고 가네요.
스토리와 함께 들으면 더욱 와닿는거 같네요.
와이프가 임신 중이라 태교음악이 필요한데... @worldinmyheart 님 스팀잇을 참고해서 음악을 들어보라고 해야겠어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앗 그러셨군요! 사모님께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 스토리와함께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판다님:)

제가 감사하죠!!! 좋은 하루되세요!!!

넵 판다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worldinmyheart 님의 글을 읽기 전에 연주를 듣고, 다 읽고 다시 들으니 같은 피아노연주인데 다른 느낌입니다. 덕분에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얻었네요.^^

좋게 읽어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토이님! ㅎㅎ클래식, 분명 알면 알수록 아름다운 음악인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알고 들으면 또 다른 매력이 베어나와 더욱 행복하기도하구요.
멋진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적어보겠습니다

헐 제가 요새 좀 멘붕이라..죄송해요...이런 글을 놓치고 있었다니...
전 첨 들어보는 피아니스트인데 넘 좋네요..
악기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잘 알지 못하는 범인인 저에게 피아노만한 악기가 없거든요..
좋은 글과 좋은 음악 정말 감사드립니다. 근데 이런 지식까지 가지고 계시는 월드님은 도대체..ㅎㅎ
리스팀할게요~~ ^^

아닙니다! 관심가져주시는것만해도 좋죠~ㅎㅎ저도 여행글 살짝 포기하고서라도 클래식이랑 하우스뮤직쪽 보급에 조금 힘써보려고 합니다:) 리스팀 정말 감사드려요 형님~~

옛날 피아니스트 란 영화가 생각 나네요 선율을 들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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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으니님의 gif댓글은 히트감입니다 히트감!!ㅋㅋ진짜 아름답네요 ㅎㅎ

호로비츠..음악하시는 분들은 모르는사람이 없더군요..
그만큼 대단한 음악가라고 생각했어시는데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계셨네요ㅠ

맞습니다 위대한 음악가라는 모습 이면에 안타까운 사연도 여럿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들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나데님!!

오늘도 좋은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
요즘 조성진군의 연주만 내리 들었는대
간만에 호로비츠의 연주를 들으니 다시 복습하러 가야겠어요ㅎㅎ
감성을 자극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죠 !

앗 켈리님 역시 클래식매니아!ㅎㅎ감성을 자극한다는 말이 너무나도 공감되는:) 조성진군도 30을 기점으로 음악성이 무르익으면 더욱 깊은맛이나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ㅎㅎ지금도 충분히 멋지지만요!

https://steemkr.com/kr/@asbear/k
안뇽하세요! 이 이벤트에서 상금후보로 2번이나 추천을 받으셨더라구요!! 들어가서 자기소개 한번 하셔야할것 같은데요~ㅎㅎ헿 좋은하루 보내세요!

헐...케이트초이님 저를 추천해주시고 정말 너무나도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ㅠㅠ이런 이벤트가 있는 것도 잘 모르고있었는데 신경써주시고 정말 마음이 따수수해집니다ㅠㅠ자기소개하러가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저로 호로비츠는 말로만 들었는데 저런 슬픈 비하인드가 있었네요 ㅠㅠ 연주실력은 대단한거 같습니다 전 느낌을 말로는 잘 표현멋하지만 절절한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슬픈 배경...ㅠㅠ연주실력은 그 어느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클래스인 것 같습니다:)좋은 댓글 감사드려요 kaine님!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음악을 들어며 글을 읽는데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좋네요. 영화 피아니스트도 떠오르구요 ^^

앗ㅎㅎ저도 아침에 커피한잔 마시면서 그렇게 시작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려요 kr-classicalmusic 관심가져주시면 정말 감사할것같아요~소모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실 클래식은 듣기만 해봤지 곡명도 모르고 누구 작품인지도 모르고 들을때가 사실 많아서,, 익숙한 곡이 흘러나오면 아! 하게 되더라구요^^ 앞으론 아침마다 월드님 담벼락에서 차분히 하루를 시작해 봐야 겠습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화이팅!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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