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상담을 부쩍 자주 하게 된다.

in #kr7 years ago (edited)

그와 눈을 맞추고 현실적인 답변을 해 주고 나면, 그의 눈이 나를 너무 슬프게 바라본다.
그래서 힘들다, 그 눈이.


자주-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주변인의 상담을 꽤 많이 해 왔다. 주변인이라고 해 봤자 지인보다는 친구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들은 마음에 어둠이 드리워지면 이따금씩 나를 찾아 온다. 학창 시절의 그 어둠은 대개 학업이나 가족 관계로 빚어진 것들이었는데, 작년부터 부쩍 이성 관계로 생겨난 그림자가 많아졌다. 성장-했다는 것일까. 연애를 두고 성장이라고 하기엔 변수가 많고, 학업의 틀을 벗어난 것 쯤이 되겠다. 어쨌든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찾아오는 그들이, 나는 좋다.

고민을 털어논 이들은 보통 을의 위치에 있다. 갑의 위치에 있으면서 상담을 받고 싶어 했던 이는 - 한 명 밖에 못 봤다. 그것도 상대방과 잘 되고 싶어서가 아닌, 거절을 하면서 나쁜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는 방법을 물색하려는.
오늘도 친구를 만나 그의 고민을 들었다. 그 역시 을의 위치에 있는 자였고, 그는 이미 지쳐 있는 상태였기에 그의 눈에는 슬픔과 분노, 허무함이 자리 잡은 상태였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음을 확신시켜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를 현실 세계로 이끌어 준다면, 그것은 상담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그에게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 것이 된다.

그의 슬픔에 찬 눈동자에 슬픔으로 마주하고, 그의 가쁜 숨결에 위로를 건네고, 그의 분노에 찬 언행에 동조를 했다면, 그의 얼굴을 현실과 마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내가 지금까지 누군가를 위로하면서 지키는 철칙.
그러나 그들이 언제나 안타까운 처지에 있는 것은, 또 아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이 미워하는 '갑'의 입장도 이해가 되어 버리는, 그런 곤란한 상황이 나와 버릴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주의하는 것은, 최대한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 "그런데 그건 걔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객관성은 이야기가 끝날 때 쯤 보여도 늦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서 내가 상대방에게 최대한 공감을 해 주고 있다는 것.

이미 상처 받은 을은 달리 나를 찾아 오는 게 아니다. 그저 위로가 필요해서, 이야기를 털어 놓을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서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것이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된 것. 그래서 나는 그에게 최대한의 공감 능력을 보이며 마지막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어 그의 슬픔과 마주하는 것.

공감이 끝나고 조언을 해 주고 날 때면, 늘 아프다. 그가 후에 더 큰 상처를 받는 것이 걱정이 되어 미리 작은 상처를 내 주면, 그는 머리의 인정을 한다.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 한다. 하지만 그도 안다, 그게 맞다는 것을.


오늘 내가 그에게 낸 작은 상처가 후에 더 큰 성장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 더치페이를 했다는 점. 힘든 일로 찾아오는 이에게는 항상 뭐든 사줬었는데, 그의 밥 값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밥은 다음 약속 때 사줘야지.

그 약속이 얼른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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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려운거 중에 하나가 연애상담 왜냐하면 본인이 답을 다 알고있는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연애를 글로 배웁니다ㅠㅠㅋㅋ

맞아요 본인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
연애 박사시군요 단바인님 ㅋㅋㅋㅋㅋㅋ 서울대 의예과라니, 대한민국 최상위권 아닙니까~!!

그냥 서울대 의대를 가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분 엄청난 브레인이셨다.. 동공지진

위니님 인생 2회차라고 소문돌던데....!!

;; 누가 소문내고 다녔어요? 범인 잡히기만 해봐라 아주 이렇게 저렇게 묵사발을 내줄거임; 0_0

https://steemit.com/kr-event/@safebreaking/kr-event-2
그뤠잇 포스팅 소개 이벤트에 당첨 되셨어요~!
공감능력이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상담을 자주 해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상대분께 조언하는 @winnie98님 마음도 전해받으셨을 거에요~!!
미약하지만 하프보팅으로 응원하고 갑니다.

에고 ^^ 다른 분들도 덧글 많이 달아주셨던데 제가 당첨이라니 엄청난 영광입니다!!!
ㅎㅎ 하프보팅 감사해요 :) 스팀잇에서 좋은 일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공감이 끝나고 조언을 해 주고 날 때면, 늘 아프다. 그가 후에 더 큰 상처를 받는 것이 걱정이 되어 미리 작은 상처를 내 주면, 그는 머리의 인정을 한다.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 한다. 하지만 그도 안다, 그게 맞다는 것을.

정말 공감 그 자체입니다. 최고👍🏼

꺅 공감에 대한 공감이라니, 감사해요! ^^
글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요 당황당황 0_0~

아무리 상담해줘도 결국 자기 하고싶은대로 함ㅋㅋㅋㅋ
좋은 글들이 많아서 팔로워 눌리고 가요 !
괜찮으시면 맞팔 부탁드릴게요 ㅎ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안녕하세요 :)

아무리 상담해줘도 결국 자기 하고싶은대로 함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답정너이기 때문이죠!!! ㅋㅋㅋㅋㅋ
그래도 상담해주면서 상대방이 마음의 안정을 취한다면, 그걸로 저는 좋습니다 ㅎㅎ
좋은 글들이 많다니, 글 칭찬이 제일 기분 좋아요~!
잠깐 블로그를 구경했는데, funnydony님도 좋은 글이 많으신 것 같네요. 저도 팔로우했어요 :) 앞으로 자주 뵈어요~!

오늘도 연애 글로 하나 배워가네요ㅎㅎ 요즘엔 연애보다 더 험난하고 다양한 것들이 많아서 정신이없는데 그래서 지금이 좋은것같아요 뭔가 받아들이기 버겁지않고 버틸수있다고해야하나요 ㅎㅎ

댓글 감사드려요 relief님!! 연애사보다도 더 힘든 일들이 많죠..ㅠㅠ 삶이 더 평안해 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ㅎㅎ

저도 대학시절 연애상담 참 많이해줬는데 결국은 그냥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저를 찾아온것같아요

힘든 일 있으시면 저를 찾아오시길. ㅋㅋㅋ

따뜻한 위니님 위니님이라고 부름 되죠 이상하게 정이 가더라구요 글을 볼때마다 마음도 따뜻하고 감성적인듯해서,,매일 뵈용..가까우면 차라도 한잔 하고픈,,언니 동생이지만 넘 멀어서 아쉽지만,,ㅋㅋ

앗 수란님 자주 찾아오시네요!! 정말 반가워요 ㅎㅎㅎ
저도 매일 찾아갈게요! 수란님은 어느 지역이신가요~?

점심 맛나게 드셨나요? ㅎㅎ
좋은 글이네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게 참 어려운 일인데. 저도 노력하긴 하는데 자꾸 말이 하고싶어요.. ㅋㅋㅋㅋ 남친이랑도 서로 말하려고 해서 투닥거리지요.
위니님 친구들은 마음을 다스릴 친구가 있어 좋겠어요. 글구 밥은 위로 받으러 온 사람이 쏴야죵~ 이야기들어줘서 고마워 라구! ^^ 미안해하기까지 마음씨가 넘 좋네요.

저는 맛있게 먹었어요~^^
사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꾸 자신의 이야기가 하고싶어지죠. ㅋㅋ 그래서 꾹 참고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음씨가 좋다니, 칭찬 감사해요 @'-'@ 칭찬은 위니를 춤추게 한다~!!

생각이 참 깊고 다정한 사람 같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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