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3 희운각대피소(喜雲閣待避所)
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3 희운각대피소(喜雲閣待避所)
오늘의 목적지인 희운각대피소에 드디어 도착했다. 예전 지리산 종주 때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이후로 대피소 이용은 실로 오랜만이다. 기억 속 장터목대피소는 남녀 방이 구분되어 있고 큰 방에서 다 함께 자는 구조였는데, 이곳 희운각은 남녀 구분 없이 개방된 2단 침상(2인실 형태의 2층 구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기 좋고 경치 뛰어난 깊은 산속에서의 하룻밤이라는 로맨틱한 환상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깨지고 말았다. AI의 말만 믿고 모포를 빌려줄 거라 예상해 배낭 무게를 줄이려 아무런 침구도 챙겨오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맨 나무 바닥에서 그냥 자려니 등이 배겨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방에서 탱크가 몰려오는 듯한 우렁찬 코골이 소리 폭격에, 평소 곰처럼 무던한 아내조차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뒤척였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햇반과 컵라면을 미리 챙겨왔는데, 이곳 매점에서도 햇반(3,000원)을 판매하고 있었다. 다행히 햇반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는 대피소에 준비되어 있었다. 식수용 물(2L, 3,000원)을 두 병 구입하고, 빌린 버너와 코펠에 쓸 부탄가스(4,500원)도 새로 구입해 무사히 끼니를 준비할 수 있었다.
희운각대피소(喜雲閣待避所)
'희운각'이라는 이름은 건물 뒤편으로 늘 구름이 아름답게 감돈다고 하여 ‘구름도 기뻐하며 머무는 누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이름 뒤에는 한국 산악 역사상 가장 큰 비극 중 하나가 숨어 있다. 1969년 2월, 설악산 가야동계곡과 공룡능선 일대에서 해외 원정을 앞두고 훈련 중이던 한국산악회 등반대원 10명이 거대한 눈사태로 목숨을 잃는 일(이른바 '죽음의 계곡' 참사)이 발생한 것이다.
이 참사 이후, 산을 지극히 사랑했던 기업인이자 당시 한국산악회 이사였던 희운(喜雲) 채태원 선생이 사재를 희사했다. 그는 "다시는 설악산에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조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피소를 만들어달라"며 건물을 지어 국립공원에 기증했다. 이에 그의 호인 '희운(喜雲)'을 따서 지금의 '희운각'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설악산 소청봉 아래, 천불동계곡의 최상단과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요충지(해발 약 1,050m)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소공원에서 천불동계곡을 거쳐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등산객이나 무시무시한 공룡능선을 타기 전 체력을 비축하고 정비하려는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전초기지다.
1969년 최초 건립 이후 시설이 노후화되고 공간이 협소하여 등산객들이 대피소 밖에서 노숙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컸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대대적인 정비 사업을 거쳐, 바로 최근인 2024년 정식으로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장하였다.
과거 30여 명에 불과했던 수용 인원을 80명 이상으로 대폭 늘렸고, 현대식 친환경 시설로 탈바꿈하여 등산객들에게 한층 안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시기(2020년)를 기점으로 위생 및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과거의 모포 대여 서비스는 전면 중단된 상태이고, 자연보호를 위해 치약 및 비누는 사용할 수 없고 물도 계곡 근처 작은 호수에서 나오는 물로 손이나 세수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대피소에서 자려면 코 고는 소리, 이 가는 소리 심지어 방귀 소리까지 감내해야지요.^^
시설이 생각보다 좋네요~ 저는 아직 등산을 제대로 못해봤지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