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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과학 에세이] 양자역학, 경제학, 그리고 진화론 (2)

in #kr7 years ago

다르게 생각합니다.
진화생물학자가 아니면 진화론에 견해가 없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조리사 자격증이 없으면 '넌 왜 밥을 이모양으로 했냐'라고 말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는 마치 보건 관련 자격증이 없으면 '음식이 상했네'라는 견해를 말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또한
생물학자면 '당신 내 엄마 맞아? 유전자검사 해보자'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저는 엄마가 '내가 널 낳았어'라는 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생물학자 입장에서 유전자검사를 해보고 '음, 엄마 맞네.'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내가 내 엄마를 엄마라고 믿는 것에 대해 '너는 너무 비과학적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진화론과 이런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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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요리'라는 것은 사람의 취향이 많이 작용하는 영역이고, 과학이 아닙니다. 그리고 음식이 상했다는 것은 충분히 오감을 통해서 알수 있는 상식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요.
또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는 단순 사건에 대한 진위 여부입니다. 생물학자가 그런 사실 관계에 어떠한 이론을 세운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친자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생물학자가 아니라 양자역학을 하는 물리학자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확률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관측해보기 전까지 알수 없다는게 양자역학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양자역학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하지 않지요?

더구나 유전자 검사라는 것은 과학 이론을 적용한 공학적 사례이지, 과학이론은 아닙니다. 경찰관이 과학 수사한다고 지문따고 혈흔 분석한다고 해서, 경찰관이 과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가 어떠한 이론을 만든 것도 아닙니다.

과학 이론은 자연이 돌아가는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학문아니겠습니까? 앞서 제시해주신 예들은 과학이 밝히고자 하는 목적 대상이 아닙니다. 진화론도 누군가의 취향을 묻는게 아니라, 지금 드러난 증거들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명백한 과학입니다.

제가 글에서 말하고 싶은것은 그 점에 있습니다. @naha 님께서 말씀하신 예시들처럼 일반적인 상식에서 토론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첨단을 달리는 과학에서 전문가들끼리 토론하는 영역이 있는데, 진화론은 후자의 영역에 있다라는 것입니다. @naha 님께서는 전자의 영역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구요.

하지만 진화의 역사는 우리가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시간 범위 밖에 있어 상식으로 논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에 따라, 진화론은 유전학을 비롯하여 고고학에서 밝히는 증거와 모든 면에서 정합적으로 맞아 떨어집니다. 만약 진화론을 부정하려면 생물학 전체를 부정해야 할 겁니다. 우리가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DNA가 복사되지만 그 중에 일정 비율로 오류가 발생하여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사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분류한 계통과 화석증거들이 맞아떨어지는 사실들에 대해 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전문지식없는 사람들이 너무 쉽고 당당하게 진화론을 반박합니다.

사실 진화론이 상식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물리학 만큼은 아닙니다. 같은 생물학인 유전학도 어렵지만 사람들은 "오~"하고 받아들이지 싸우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학이 좀더 대중화되어서 사람들이 어느정도 지식을 갖고, 이제 막 새로이 등장한 증거와 가설에 대해서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만, 현대 과학은 너무 일반상식에서 멀어져 버렸습니다. 진화론 논쟁은 미분적분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계속 3+4=7이 맞냐고 따지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과학은 침대... 가 아니기에... 너무 어렵죠. ㅠㅠ

사람은 내가 배운 것, 내가 아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분야에서 경력이 20년이야. 내가 가장 잘 알아.'
'내가 이 공부만 50년을 했어. 논문만 수백개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지.'

그런데... 과거엔 옳다고 생각했던 것도 과학이 발전하며 오류였다고 판정되고 있어요.
지금 옳다고 판정됐다 하더라도, 수백년 수천년 후에 과학이 더 발전하면,
마치 과거 천동설을 주장했던 사람처럼 우리 모두가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21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말이야, ㅇㅇ이라고 믿었어. 그런데 31세기에 사는 우리는 그때보다 더 과학이 발전해서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했지.' 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A라고 생각해. B라는 소수의견과 C라는 의견도 있지. 판단은 네가 하면 되는 거야. 정답은 신(?)만 아니까. 오늘은 맞고 내일은 틀릴 수 있거든.'

말씀하신 것처럼 진화론은 연구하기 매우매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각 과학자들의 주장을 대부분 그냥 수용합니다. 진화론자의 주장도 수용, 창조론자의 주장도 수용. 누가 맞는지는 우리의 과학 수준으론 알 수 없는 거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고 실제로 연구 중인 과학자들도 아마 진화론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오면 바로 폐기할 것입니다. 과학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사실'과학'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하는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과학'은 무엇이고 '과학적'이란 무엇이며 '유사과학'이란 무엇인지 한번 글을 써볼까 하는데, 아직 엄두가 안나서 계획만 하고 있습니다.

그냥 일단은 진화론도 제대로 된 과학이 맞으니 좀 믿어달라 말씀 드리는 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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