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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과학 에세이] 양자역학, 경제학, 그리고 진화론 (2)

in #kr6 years ago (edited)

좋은 시리즈 잘 읽었습니다 :)

말씀하신대로 진화론은 '과학'임에도 '정치'화 되어 여러 문제가 발생한 대표적인 분야같습니다.

다만,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인만큼 과학인체로 내버려 두기도 힘든 분야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이 어떤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당장 요구되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죽이되든 밥이되든' 견해를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요.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스토리가 필요하거든요. 그 스토리로부터 자기 삶의 의미를 구축하고 살아냅니다. 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그 세계관이 요청하는 선한 삶을 살아내면서 행복을 찾을 것이고, 디킨즈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유전자, 혹은 문화적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노력을 할 것입니다. 실존주의자처럼 알수없는 세계에 '오직 던져졌을 뿐' 이라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자기 존재 의미를 찾기위해 부단히 움직이겠죠.

이런 이유로, 저는 진화론에 대해 모두가 견해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넌 생물학을 모르니깐 조용히 해'라고 말하기엔 진화론을 해석하는 방식은 우리의 삶에 너무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비전문가들의 견해가 세계관을 형성하고, 정치적 힘을 갖게 되는 현상은 필연적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생물학자들이 (제한적이지만) 공헌할 수 있는 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창조론자들이 비과학적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을 정책에 도입하려고 할 때, 과학자들은 그들의 근거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창조론 논리를 반박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세계관을 굳힌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힘들겠지만, 자신의 세계관을 일반화할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기 되면, 자기 주장을 정책화하려는 고집은 한풀 꺾이지 않을까요. 아마도, 생물학자는 물리학자와 경제학자 중간 어딘가에 놓인 임무를 수행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글에서 인용하신 최재천 교수님께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여러 의견을 제안하시는 것처럼요.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
다음 글들도 쭉 따라서 읽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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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으신 지적입니다. 하지만 세계관을 형성한다라는 이유라면 물리학도 생물학과 마찬가지로 가장 선봉에 서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과거 지동설때에도 그랬고, 관성이 신의 권능에 의해 부여된다고 믿던 시대가 그랬습니다. 물리학은 뉴튼 이후로 신을 그 분야에서 끌어내리는 데에 성공했을 뿐입니다.그리고 현재의 양자역학도 그것이 갖는 불확정성의 논리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고 어떤한 주장에까지도 이릅니다. 결정론적 세계관과 비결정론적 세계관, 이들은 상대론과 양자론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부딪히게되는 하나의 '운명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리학이야말로 세계관을 형성하는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물리학에서 사람들이 가져오는 세계관은 과학자가 제시하는 어느정도의 개연성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여전히 지구는 평평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관철시키는 사람과,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세상에 전자라는게 어디있냐 휴대폰은 신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물리학에 모두가 견해를 가질수 밖에 없지"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반면에 진화생물학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저는 이렇게 물리학과 생물학의 비대칭적인 면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물학에는 최소한의 과학적 개연성을 갖추지 않은채, 주장만이 존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 개인이 어떠한 견해를 갖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물리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사상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같은 견해는 결코 과학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의 견해와 싸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도킨스 같은 생물학자들에게 살해 협박 편지를 보내지도 않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실제로 바라는 것은, 다른 댓글에도 썼지만, 과학에 대해서 '모르면 입다물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이 좀더 대중화되어서 사람들이 어느정도 지식을 갖고, 이제 막 새로이 등장한 증거와 가설들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말씀하신 일반 사람들의 견해라는 것이 21세기적 지식위에 기반해야 건설적인 대화가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쓰는 과학 에세이도, 어떤 과학적 사실에서 제 의견을 덧대고 있는 형식이 많습니다. 저도 비전공자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의 종예외주의는 생물학자들의 견해와 이론들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을 끌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창조론자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저는 제 견해를 형성하기 위해 최근의 인용수가 많은 논문을 검색해보고, 읽고 이해하고 견해를 수정하고 논리를 세워보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입니다. 모쪼록 생물학자들이 그 말씀하신 임무를 다하여 뉴튼이 했던 것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신을 끌어내릴 수 있도록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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