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2. CPU 전쟁과 인텔 인사이드

in #kr6 years ago (edited)

이전글
1장1. GUI-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모방전략

Prologue2.인터페이스란?
Prologue1.영화적 상상력과 인터페이스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CPU는 여러 회사에서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었다. 인텔, 썬의 스팍, IBM 진영의 파워PC, 모토롤라, 델 등등… 이 중 IBM 호환 PC에 주로 사용하는 인텔의 CPU와 애플에서 사용하는 모토롤라 CPU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IBM 호환 PC가 대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텔은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인텔의 80286, 80386 등이 이 시기에 대표적으로 사용된 CPU였다. 386 세대라는 말도 1980년대 PC에서 주로 사용하던 인텔 CPU의 명칭에서 유래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인텔은 CPU보다는 메모리 분야에 집중을 하고 있었으며, 일본 기업이 메모리 시장에 진출하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인텔에게 많은 손해를 주고 있었다. 인텔 80386을 개발하고 PC가 폭발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CPU 분야가 회사에 가장 커다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황금을 알을 낳는 거위임을 인식하게 된다. 인텔의 성공을 지켜본 사이릭스나 AMD 같은 몇몇 기업들이 인텔 80386 CPU를 모방한 클론을 생산하면서 CPU 시장에서 인텔의 아성을 흔들려고 시도한다.

AMD는 인텔 CPU의 하청 업체로 시작을 했다. AMD는 여러 이유로 자체적으로 CPU의 개발 필요성을 느끼고 Am386이라는 80386호환 CPU를 제작하게 된다.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CPU 시장의 오랜 경쟁은 이 때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텔이 80486을 개발하자 AMD도 Am486을 만들어 출시한다. 인텔은 상표권 침해 등으로 AMD를 고소하지만 법원은 단순한 숫자에 상표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패소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서 인텔은 다음세대의 CPU부터는 펜티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상표권을 등록하기에 이른다. 인텔은 이제 PC CPU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면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마케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텔 인사이드라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다.

인텔 인사이드가 어떻게 인터페이스와 연결이 되는 것일까? 앞서 기술한 것처럼, 인터페이스는 사람과 사물간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방법에 속한다.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사람은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사람이 어떤 편리함을 가지게 되지는 어떠게 인지하게 되는지 등 사용자 경험과 관련된 인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인텔 인사이드는 컴퓨터 내부에 내장된 CPU를 스티커나 화면에 브랜드 자체를 노출 시킴으로써 사람의 인지에 특정한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인지 심리학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인텔 CEO였던 앤디 그로브는 34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여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게 된다. 물론 그 당시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이 인터페이스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컴퓨터를 제조하는 회사가 인텔의 CPU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노출을 시켜주면 이에 대한 대가로 해당 제조사에 CPU 구매 가격의 6%를 할인해주었다. 그 당시 마케팅은 완성된 제품에 대해서 진행을 하는 것이 상식인 시대였다. CPU는 단지 컴퓨터의 중요한 부속품에 지나지 않았으며 제조사가 누구냐가 소비자 구매의사결정에 있어서 주요한 고려 요소였다. 인텔은 자사의 로고나 효과음 등을 제조사가 광고나 컴퓨터에 노출시키게 함으로써 시각, 청각적으로 각인 시키게 된다. 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인텔 인사이드라는 마크나 소리가 신뢰할 수 있는 CPU가 들어 있으며 이 제품은 성능이 뛰어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 속에 심어주게 된다. 이를 통해서 인텔은 시장 점유율 88%를 달성하게 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의 성공과 더불어 윈텔(윈도우와 인텔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사실 인터페이스 마케팅이라고 하면 모호하고 지나치게 인터페이스라는 정의를 광의로 해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오감을 통해서 사물과 지속적인 인터렉션을 하면서 생활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문의 손잡이가 그렇게 생긴 이유도 나를 사용하면 문을 열 수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디자인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버튼으로 되어 있었다면 과연 손잡이라는 것이 눌러서 문을 열수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사실을 쉽게 인지할 수 있었을까? 당연하게 생각되겠지만 아프리카의 부족을 데려다 투명 유리로 사면을 둘러싼 건물에 유리문을 설치하고 여기에 현재와 같은 검은 버튼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면 제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상상해보자. 현대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동문인지 아니면 버튼이 어디있는지 찾게 될 것이지만 여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사람들에게 버튼이 문을 열 수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인지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인테페이스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고객을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대면 방식, 대중 이 미디어를 통한 방식, 소셜 미디어를 통한 방식 등을 통칭하고 있다. 또한 특정 음식점이나 상점이 한 곳에 몰려있는 것도 일종의 사람의 인식에 작용하는 인터페이스마케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식, 사용해보기. 장충동에 가면 족발집들이 몰려 있으니 그 중 맛있는 집으로 들어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동종 업체가 한 곳에 몰려 있다면 당연히 심한 경쟁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특정 공간(족발 골목)이 사람의 인식 속에 명확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인터렉션 한다면) 이는 일종의 인터페이스며 이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을 모아서 경쟁보다는 보다 많은 소비자가 찾게 되므로 모든 사람이 윈윈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Sort:  

사람이 명확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마케팅인 모양이군요.

네, 인텔인사이드 마케팅은 좋은 사례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본체 소켓 속에 숨어 있는 CPU를 인텔이라는 브랜드로 연결시켜준 획기적인 마케팅이었습니다.

68K 맥빠로써 저 인텔인사이드라는 저 스티커가 보기 싫었었는데...
이젠 맥도 인텔을 쓰니,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나 봅니다.

저도 초기에 파워북을 샀다가 너무 제약이 많아서 팔았던 기억이 나네요.
애플이 인텔을 사용한 후로는 계속 애플 맥미니, 아이맥, 맥북프로 등을 쓰고 있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30
BTC 58331.25
ETH 2509.22
USDT 1.00
SBD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