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1- 영화적 상상력과 인터페이스

2002년 7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개봉하였다. 2054년 워싱턴을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을 이용하여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내용이다. 톰 크루즈는 프리크라임 팀장인 존 앤더슨 역으로 분해, 스토리를 펼쳐나간다. 영화 자체의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나 톰 크루즈가 범죄 장면을 검색하고 범행 위치를 추적해 내는 동안 보여준 일련의 화려한 인터페이스는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촉각 디스플레이 장갑을 끼고 손동작으로 파일을 처리하고, 장면을 검색하며 손가락을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확대하는 모습은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 HCI – Human Computer Interface )의 미래상을 보여주며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관람한 사람이라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이러한 인터페이스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환호하고 미래의 인터페이스 기술이라는 극찬을 쏟아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단지 영화 속의 한 장면일 뿐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는 어느 연구소에서 연구과제로 진행할 만한 프로젝트이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상용화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시일내에 가능해 보이지 않는 기술에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애플은 2005년 Fingerworks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멀티터치에 대한 인터페이스 특허를 확보하였으며,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다양한 방식의 터치 인터페이스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최근에 등록이 되었다. 애플의 특허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터치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다양한 기기의 인터페이스의 혁신을 만들어 내었다. 특허로 보호를 받음으로써 경쟁사보다 최소 1년 이상 앞서갈 수 있었으며, 2010 년 초가 되어서야 멀티 터치를 적용한 기기들이 많이 출현하게 되었다.

2004년 1월 사토루 이와타 닌텐도 회장은 21세기 독특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할 새로운 게임 디바이스를 제공할 닌텐도 DS를 개발했다고 발표를 했다. 같은 해 세계 최대의 가전쇼인 E3에서 닌텐도 DS의 자세한 사양이 발표되었다. 3인치 TFT LCD 디스플레이 두 개를 장착한 듀얼 스크린을 가지고 있으며, 터치를 통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포터블 게임기였다. 하드웨어적인 성능은 먼저 발표한 소니의 PSP에 미치지 못했지만 독특한 듀얼 스크린과 터치 인터페이스를 내장함으로써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제품이 되었다. 2009년말까지 약 1억 3천만대 가량이 전세계적으로 판매가 되었으며 하드웨어의 성공과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 소프트웨어의 성공으로 소니에 뒤쳐져 있던 게임시장에서 재역전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애플과 닌텐도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인터페이스를 제품에 적용하면서 성공을 이룩하게 된다.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은 점차로 확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 성공하는 제품과 기업은 인터페이스에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기술의 발전하면서 기술자체로 차별화를 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스마트폰 시장만 살펴봐도, 이미 기술은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로 차별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차별화를 꾀해야 할 시기이다. 그 동안 우리가 갇혀있던 2차원의 시각 인터페이스는 1970년대 스타워즈에서 보여준 홀로그램이나 레디 플레이 원 영화처럼, VR을 이용한 3차원으로 진화할 것이다. 인터페이스는 짧은 시간의 고민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은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