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2-12. [뉴질랜드] 퀸스타운부터 폭스 빙하까지

in #kr7 years ago (edited)

두 번째 뉴질랜드 여행은 작게나마 뉴질랜드 남섬을 한 바퀴 돌아볼 계획이었다.운전자가 2명이긴 하지만 운전석이 한국과는 반대 방향이라, 하루의 운전 시간이 5시간이 넘지 않도록 군데군데 숙소를 예약했고, 퀸스타운을 벗어난 첫날은 뉴질랜드의 서쪽에 있는 폭스 빙하 마을(Fox Glacier)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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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행 일정은 새해를 포함하고 있어 이후 여행지에서의 마트 영업 여부를 알 수 없었기에 일단 대형마트가 있는 크롬웰부터 들렀다. 크롬웰에서 장을 본 이후에는 한국에 가지고 갈 와인을 사기 위해 경치가 아름다운 와이너리가 있다는 와나카로 향했다.


언덕 위에 있는 Rippon Vineyard & Winery에 도착해서 조금 걷자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포도밭과 와나카 호수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마다 라벤더 향이 퍼져 나가는 곳이었는데, 기대했던 것과 다른 어딘지 서늘한 광경에 조금 더 따뜻한 날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여행도 삶도 항상 맑은 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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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간 우리는 시음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만드는 와인은 총 10종류인데, 고가의 2종류를 제외하고 모두 시음할 수 있고, 와인을 사면 시음비는 무료이다.

그 당시 제일 좋았던 와인은 Rippon Gewürztraminer 2014로, 복숭아 향과 약간의 감귤향, 새콤달콤하고 부드러운 게 목 넘김이 굉장히 좋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전해져 오는 라벤더 향도 한 몫 한 걸까? 왠지 모르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몸이 나른해졌던 와인이다.

이곳은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에 있는 포도밭답게 Pinor Noir를 메인 품종으로 키운다.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 정착한 이후 밭에 적합한 포도 품종을 찾기 위해 품종을 변경하길 반복하였고, 현재는 몇몇 소량의 품종과 함께 크게 총 4구역으로 나누어진 피노 누아 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피노 누아 4종류 중 시음이 가능한 와인은 Rippon “Rippon” Mature Vine Pinot Noir 과 Rippon “Jeunesse” Young Vine Pinot Noir였다. 우리의 여행 시에는 "Jeunesse"가 없어서 대신 "Rippon"의 두 가지 빈티지를 맛보았고, 결국 Rippon 2012와 Gewürztraminer를 한 병씩 샀다. 이후 Gewürztraminer는 어느 술에 취한 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Rippon 2012는 멍게, 방어회 등 해산물과 함께 마셨는데 적당한 산도와 딸기향, 그리고 약간의 알싸함이 해산물과도 참 잘 어울렸다.


와나카 호수를 지나 발견한 휴게소서 커피를 한잔하고 또 한참을 달려 서쪽 해안에 닿기 전 마지막 관문인 Gates of Haast에 다다랐다. 구글 지도에는 카메라 아이콘도 표시되고, 다른 차들도 많이 주차되어 있어서 멋진 풍경을 기대했지만, 밀포드 트랙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산 아래 흐르는 계곡물만 봐서는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질 않았다.



Knights Point Lookout에서. 묘하게도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동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드디어 서해에 도착했다. 이 사진을 찍은 전망대는 다른 곳과는 달리 화장실도 있고 꽤 큰 편이었지만, 냄새도 많이 나고 샌드플라이도 많아서 오래 머무를 곳은 아니었다.


구글맵으로 확인했을 때는 한참 동안 해안도로를 달릴 것만 같았는데, 실제로는 아주 잠깐이었다. 바닷가에서 잠시 쉬었다 가고 싶었지만, 사진의 느낌과는 달리 이미 오후 8시 정도였기에 그냥 숙소로 쭉 달렸다.


이날의 숙소는 Ivory Towers Lodge였다.
우리는 혼성 4인용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복도를 지나서 방으로 들어오는 문 이외에도 창문 대신 미닫이 유리문으로 이루어진 방 구조로, 건물 안팎에서 바로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방 맞은편에 있는 샤워실도 깨끗한 편이고, 4인용 도미토리의 경우 인당 NZD$30(약 25,000원)으로 가격도 싼 편이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부엌이었다. 널찍한 원목 식탁과 함께 여러 종류의 식기, 식칼, 향신료가 준비되어 있었고, 야외에는 BBQ를 할 수 있는 그릴과 자쿠지도 있어 마치 SIMS 게임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널찍한 주방만큼 공용 냉장고도 3대나 있었는데, 음식 보관을 할 때에는 봉지에 음식을 넣고 포스트잇으로 이름과 날짜를 써서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사실 공용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때마다 누군가가 내 음식을 꺼내먹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다행히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퀸스타운에 도착했던 날은 시차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4일은 트레킹으로 매일같이 지쳐 잠들었다. 이날은 드디어 문명의 세계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냈기에 맛있는 음식과 와인으로,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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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향 나는 와인은 가볍게 마실수 있어서 참 좋은것같아요 ^^

그쵸! 막 기다릴 필요 없이 그냥 바로 따서 마실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우와, 딸기향 가득한 피노라니 ! 우리나라에서는 못 찾겠지요? ㅠㅠ

네. 똑같은건 없어도, 뉴질랜드 피노가 다른 나라꺼보다 좀 마시기 쉬운 것 같아요 :)

피노 맛이 궁금하네요
경험해봤던 뉴질랜드 피노누아들은 좋은 의미로 "친절"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동가격대에서 피노 누아를 고른다면 구대륙보다는 신대륙을 선호합니다.

저도저도!
프랑스산은 시간이 좀 걸려야 딸기향이 나고,
으음... 근데 신대륙도 미국 와인은 오크향, 리저브 같은 경우는 정말 단단한 경우도 있어서,
역시 뉴질랜드 피노가 가장 "친절"한 것 같아요.

풍경이 정말 이쁘네요. 저런곳에서 와인사면서 와인시음도 할수있고 좋네요. 분위기가 더 맛나는 와인을 만들거 같은 느낌입니다. 와인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언젠가 뉴질랜드에 간다면 가보고싶긴하네요^^

집사님은 미국에 계시니, 나파밸리도 가까우시고(하지만 사실 멀죠..).
오늘 친구들 만났는데, 미국 애들이 나파밸리 이야기 한참 해서 완전 가보고 싶어졌어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저는 스페인 와인을 좋아해서 ... 템프라리뇨 품종에 익숙해요 ㅎㅎㅎ 혹시라도 뉴질랜드산 와인을 보게된다면 한번 사마셔봐야겠어요 ㅎㅎㅎ 그롷게 밋나다니... 궁금하군요

아하 템프라니요도 독특한데 가볍기도 하죠. 스페인 와인은 템프라니요 보다 맛있는 품종이 많은데 걔네가 자국에서 다 소비해버려서 ㅡ.,ㅡ
담에 스페인 와인 템프 아닌거 발견하시면 도전해 보세요! 초콜렛 향기나는 보발(bobal)도 좋고, 전 화이트인 고데요(Godello)에 반했는데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네요.

와인에 회....

역시 술꾼~ 써니님 ㅋㅋㅋㅋㅋㅋ

?고래라고 불러주십쇼.

넵 핑크핑크한 술고래님~!!

ㅋㅋㅋ 저는 핑크핑크 하지 않습니다. 본연의 색을 유지할 뿐이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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