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1. 아마도 그냥 일기

in #kr6 years ago (edited)
  1. 독일에 사는 친구가 주말 동안 다녀갔다. 마지막으로 봤을 땐 친구 부부와 5개월 아기와의 조촐한 만남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느덧 8살이 된 첫째와 4살, 2살의 꼬맹이들이 함께 들이닥쳤다. 미니언즈처럼 바나나를 외치며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체감온도 53도였던 이 더운 날씨에 관광을 다녀서일까? 잠을 줄여가며 밀린 얘기를 나눠서일까? 오늘은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2. 아이가 셋인 친구는 여전히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나로서는 그 상황이 너무나 신기했기에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얻은 답변들.

    • 아이들은 유아원, 유치원에 다닌다.
    • 친구는 주당 30시간을 근무한다.
    • 주 4일은 집에서 근무하고 하루는 회의를 위해 출근한다.
    • 친구는 현재 파트 타임 형태로 일하지만, 원하면 언제든 풀타임으로 변경할 수 있다. 반대로 풀타임 근무자도 파트 타임으로의 변환이 언제나 가능하다.
    • 파트 타임의 시간도 계약에 따라 변경 가능할 수 있다. (주당 20시간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 남편 역시 종종 자유롭게 집에서 근무한다.
    • 산모의 경우 출산 전 6주, 출산 후 8주 동안 유급 휴가를 얻는다. 최장 3년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고, 그중 1년은 주에서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최대 수령액이 1,800유로로 제한되어있어 일찍 복직하는 경우가 많다.
    • 독일 또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편은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남편의 경우 출산 휴가는 1일이다.
    • 대학교 등록금은 한 학기에 1,000유로. 특정 전공이 유명한 대학교가 있지만, 대학교 간의 서열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집 근처 대학교에 진학한다.


    그 와중에도 열정적으로 줌바를 배우러 다니는 내 친구, 일주일에 2~3번은 친구들과 농구를 한다는 친구의 남편. 치열하게 살면서도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출 줄 아는 그들이, 그리고 그 환경이 부러웠다.
    그런데 독일은 세율이 높다. 소득의 4~50% 정도. 역시 유토피아는 없다.

  3. 스팀(Steam)에서 오버쿡드2 게임을 구매했다. 키보드를 반으로 나눠서 남편이랑 같이 하는데 그래픽도 귀엽고 꽤 재밌다. 다행히 중독성이 강하지 않아서 딱 2~30분만 하고 끝낼 수 있다. 커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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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나라에선 언제쯤이나 저런 꿈의 삶이 가능할까요 ... 그저 부럽습니당. 저런 시스템이 갖춰지고 유지될만큼, 사회 인식과 분위기, 개개인의 역량이 더 부러워지네요 ^^; 스위스 사는 친척 한 분도 1년의 1/3만 일하고 나머지는 알프스 스키 타러, 전세 뱅기로 필리핀 스쿠버 하러 다니는데 ... 흑 갑자기 슬퍼지네요. 세금 문제가 있긴 하지만... ^^

유럽은 그것도 부럽죠. 제 친구도 알프스에 스키타러 가고, 동네 마실 가듯이 네덜란드에 놀러가요. 하지만 세금 때문에 또 마냥 부럽지는 않아요. 연금이라고 생각하기엔 유럽 친구들도 연금이 자기 세대에서 끊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하더라고요.

아. 오버쿡2 이틀만에 다 깬 1인입니다. 중독성이 강하지 않다고 느끼셨다니...대단합니다. (전 기록 지우고 또다시 깨고있거든요..신기록을 위해..)
독일은 상대적으로 워킹맘들에 대한 제도가 잘되어있는 편이죠. 세금을 버는만큼 내는 유럽에서도 세금에대한 불평이 생각보다 적은걸 보면 그만큼 삶과 일에 대한 균형을 사회에서 비교적 잘 잡아주고 있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일기 참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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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 이틀만에.. 저희는 보통 11시 넘어서 시작하니까 졸려서 오래 못해요.
유럽은 세금이 높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4~50%의 세금을 내다가 영주권을 못 따고 돌아가면 그건 또 문제가 되더라고요.

i am not understand your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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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정 수준 소득 올릴 자신만 있다면 디노가 최고군요. 현재로서는..

그렇죠. 그래서 한땐 발리같은데서 일 하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꿈꿨어요 ㅋㅋㅋ

살던 나라들에서도 항상 느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금이 저리 높으니 절대 좋아보이지 않아요.

저도요. 일찍 퇴근하고, 복지가 잘 되어있는건 좋은데 영주권을 위해선 그나라 언어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섣불리 못가겠어요.

사실 복지로 인해서 주어지는 혜택들은 질적으로 그리 좋지 않은 경우도 많고, 좋더라도 그만큼 대가를 지불한 것들이죠. 겉으로 보기엔 이것저것 다 공짜인 것 같아도 문제 역시 많은...

오랫만에 스팀잇에 복귀하여 잘 읽고 갑니다:)

저희가 반려동물 관련 작가를 모집 중에 있는데, realsunny님의 좋은 글들이 떠올라 안내 드리고자 방문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goo.gl/4rkwmu 참조 부탁드리며, 관심 가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독일 세율이 높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렇게 환경이 조성된다면 불평없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ㅜㅜ 전 세금 낼 때마다 나라를 위해 쓰이는 게 아니고 이상한 사람들의 주머니 속을 채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정말 내기 싫더라구요. ㅎㅎ by 키만

네 저도 똑같이 원치 않는 곳에 돈이 쓰이는걸 보면서 엄청 짜증났었어요. 국민연금 대체 돌려주긴 할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나라엘 가도 또 그 곳 만의 단점이 있어서 좋은 방법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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