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2-10. [뉴질랜드 여행] 3박 4일 밀퍼드 트레킹의 추억 - 넷째 날
넷째 날
마지막 날도 역시 일찍 일어났다. 비록 평지만 있긴 하지만, 18km를 걸어야 하고 도착 지점에서 밀퍼드 사운드로 나가는 보트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일어난 남편은 갑자기 점심으로 먹을 햇반을 데우기 시작했다. 대체 그걸 지금 데워서 어쩌자는 건가 했는데, 침낭 속에 돌돌 말아 넣었다. 이후 점심시간에 햇반을 꺼냈는데 하나같이 보온이 잘 되어 있었다. 남편의 침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트레킹의 시작이 평지에서 시작해서 산을 넘는 것이었기에, 산에서 내려와서 걷는 평지의 모습은 다시 첫날과 비슷했다. 그래서 앞선 3일에 비해 감흥이 덜했는데, 어쩌면 내내 걸어 아픈 발과, 그런데도 걷는 게 익숙해져서 휙휙 걸어가느라 주위를 제대로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 순간 큰 강이 보였다. 이젠 정말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변의 모래 위에는 갈색 오리들의 발자국이 가득했는데, 신기하게 그 오리 중 몇몇은 우리가 지나다니는 언덕 위까지 올라와서 돌아다녔다. 그 짧은 다리로 올라오려면 정말 힘들었을 텐데 대체 여기에 무엇이 있어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예쁜 냇물이 옆에 보였지만, 이 당시에는 그냥 빨리 문명이 있는 사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인터넷 접속도 하고 싶었고, 가족에게 연락도 하고 싶었다.
걸음이 빨랐긴 했는지 폭포 근처에 앉아 점심 먹는 데 시간을 꽤 보냈음에도 5시간 반 만에 목적지인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도착했다. 문제는 우리가 예약한 보트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것이었다.
선착장 앞을 서성이며 꽉 찬 보트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선장님께서 예약 시간과 상관없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셨다. 어찌나 고맙던지.
그렇게 우리는 다시 문명의 세계인 밀퍼드 사운드로 나왔다. 비록 이곳도 휴대폰 망은 잡히지 않지만(밀퍼드 사운드에서 2시간 거리인 테아나우부터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그래도 커피와 술이라는 것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물론 산행 중에 먹는 맥심 커피도 맛있었지만, 아메리카노와 맥주 한 잔이 그립던 우리였다.
보트 선착장에서 내리자 또 하나 문제가 있었다. 퀸스타운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밀퍼드 사운드 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예약하지 않은 시간에 보트를 타고 나왔더니 보트 선착장과 버스 터미널 사이를 운행할 버스가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54km 넘게 걸었는데, 55km 걸으면 어떠냐 싶어서 우리는 또다시 걸었다. 그래도 가는 도중에 커피숍이 있어서 이번엔 커피와 맥주와 함께였다.
1박짜리 등산도 안 해본 터라 많이 걱정했던 트레킹인데 예상보다 평지가 많아서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자신감이 생겨 언젠가의 가을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6~7일 소요)도 도전하기로 했는데, 과연 언제 갈 수 있을지. 그래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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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좀 오래 계셨나봐요?
ㅎㅎ 그런건 아녜요. 뉴질랜드 남섬으로 두번 여행을 갔는데 퀸즈타운이 주위 도시나 밀포드로 가기 편해서 의도치 않게 며칠 머물렀어요. :)
써니님 배고파요..... 전 입틀막. ㅠㅠ
그나저나 메뉴사진에서 고기가 특히 많이 보이는건 써니님의 무의식이 고기를 원하기 때문은 아니겠지요? ^^;
저에게 고기 알러지가 생긴 이유가 예전에 너무 많이 먹어서라는 가설이 있어요. ㅋㅋㅋㅋㅋ
아직 멀쩡했던 2014년 여행과 양고기는 먹을 수 있었던 2015년 사진이 모이니까 고기 비중이 많아졌네요;;;
본의 아니게 뽐뿌 드린 것 같은데 그래도 주말이니 답글 확인하실 때 쯤엔 맛있는 점심이랑 저녁 드셨겠죠? +_ +
예전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알러지가 생겼다니. ㅋㅋ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쫌 많이 웃겨요 ㅋㅋㅋ 마치 고기의 반격 느낌이랄까? ㅋㅋㅋㅋㅋㅋ 히히 죄송해요 !
뉴질랜드정말가보고싶은곳이에요!! 맛난후기 잘보구갑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어딜가나 술은 안빠지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정도가 남달라서요
재미있는 뉴질랜드 여행기 잘 봤습니다. 저도 뉴질랜드에서 3년정도 있다 왔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
제 블로그에도 여행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보팅하고 갈께요!
와 3년이나!! 거기서 공부하신거예요? 무슨 이유셨던 정말 좋으셨겠어요!
여행지에서 그곳에 맛있는음식을 먹어보는것도
즐거운것 같아요
와인과 함께하는 음식들이 맛있겠어요
잘 보았어요^^
네 한동안은 여행지에서도 아예 맛집 위주로 동선(아침-간식-점심-간식-저녁)을 짰는데, 요샌 그래도 좀 정상적인(?) 루트를 타고 있어요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힘찬 하루 보내요!
감사합니다 오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