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화해 과정에서 우리, 한국사회가 넘어야 할 고지

in #kr6 years ago (edited)

전 정치공학 같은거 잘 모르고, 한 매체에 꽤나 오랫동안 글을 써왔음에도 한국 정치에 대해 써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거기다 전 1969년생입니다. 휴전 후 16년 뒤에 태어났고,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베트남 전쟁이 끝났으며 1987년을 고3때 겪었습니다. 영락없는 아저씨지요. 그러니 이 글은 동네 술자리에서 정치인의 이름 불러가며 자기 생각을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저씨들의 술자리 대화 정도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동네 아저씨의 협소한 시각으로 보자면, 지금까지의 상황을 만든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을 두고 감탄하지 않는 이들은 없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미회담은 문재인(대통령)의 승리라는 기사를 썼고 https://www.wsj.com/articles/a-u-s-north-korea-meeting-reflects-victory-for-moon-jae-in-1520572528, BBC, 알 자지라 등도 비슷한 형태의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일본의 아베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결과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지요. https://www.nytimes.com/2018/03/08/world/asia/trump-kim-meeting-asia-reaction.html?smid=tw-nytimesworld&smtyp=cur 물론 앞으로도 넘어가야 할 지점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사안에 있어선 유일한 야당일 수 있는 자유한국당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겁니다. 죽음, 혹은 슬픔의 5단계라고 알려진 1 부인(Denial) 2 분노(Anger) 3 협상(Bargaining) 4 우울(Depression) 5 수용(Acceptance)에서 1과 2 정도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국에서 그동안 ‘보수정치세력’이라고 자처한 곳의 주류가 바뀔 수도 있다 싶습니다. 바로 이분들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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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인 3월 10일은 탄핵 1주년이었습니다.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이 부당하게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믿는 분들이 어제 서울 시내에서 꽤 대규모 집회를 열었죠. 덕택에 1시간 20분이면 오는 서울역-수원 집 코스가 3시간 걸려버렸습니다. 본인들을 아스팔트 우파라고 하시던데, 이 양반들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이유는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 우리 쪽에서 바꿔야 할 것들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바꿔야 할 것들 중에 하나는 도로에서 태극기 휘두르는 분들은 물론 현 정부 지지층에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지금의 달력으로 놓고보면 남북정상회담은 사실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것들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과정입니다.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미국이 가질 옵션은 전쟁 밖에 없기 때문에 일거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지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협정이 되려면 북미수교까진 합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미수교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한 나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우리의 헌법 제3조 개정 압력이 높아집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입니다. 어중간한 평화지대를 놓는다 정도가 아니라 국가 vs 국가의 관계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헌법의 영토조항은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그 영토로 한다에서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곳을 영토로 한다로 바꿔야 합니다.

이거, 세대전쟁꺼리입니다. 아스팔트에서 애국하신다는 분들은 “있는 영토도 팔아먹는 매국노”라고 현 정부를 공격할 겁니다. 무엇보다 이 분들은 이게 경제적인 이유도 걸려 있습니다. 북한에 땅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 저 집에서 가장 강고한 입장을 갖고 계신 분들이거든요. 영토를 줄여버리면 그 땅 자체의 소유권은 완전히 날아가니까요.

더불어 통일운동하셨던 분들은 평화체제 안착을 위해 두 국가 체제로 간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이 분들은 연방제 ‘통일’을 주장해왔지... 평화체제 안착을 위한 ‘국가 분리’이라는 것은 받아들이실 수 없을 겁니다. 뭐 요즘은 존재감이 많이 약해지신 분들입니다만.

근데요...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정리된지 불과 16년 뒤에 태어난 제 입장에서도 북한 영토가 우리 영토라는 이야긴 상장폐지된 코인 이야기하는 거란 말입니다. 1987을 자신이 참여한 역사의 장면이 아니라 역사 영화로 기억하실 분들 입장에선 뭔 허깨비 같은 소리라고 하실겝니다. 무엇보다 완전한 분단을 통한 상호체제 인정이 되어야 우리가 먹여살릴 부담을 덜 갖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김정은이 그렇게도 원하는 체제보장을 할 방법이 있나요?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긴 사실 어려 곳에서 나오기 시작한지 꽤 됩니다. 박지원씨만 하더라도 자신의 소원은 초대 평양 대사가 되는 것이라고 하고 다니신 분이죠. 하지만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사실상의 두 나라가 되어야 평화체제가 안착된다는 것에 대해선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온 상태는 아닙니다. 폭동 일으킬 집단이 있으니 어느 정당에서든 본격적으로 이야기 꺼내기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통일’은 좀 많이 먼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오히려 경의선, 경라선을 연결하고 러시아에서 가스 파이프를 들여오는 경로로 만드는게 가장 많은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 아닐까요? 체제 인정을 해야 경제협력과 관계된 로드맵을 만들고, 그 로드맵이 있어야 청년 고용율도 좀 많이 개선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경의선, 경라선은 물론 시베리아 횡단 열차, 중국의 대륙횡단철도까지 연결하는 공사는 많은 인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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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통일에 대한 시각 자체는 동의합니다만, 보수 개신교계를 비롯하여 많은 (소위 말하는) 애북고수.. 아니 애국보수들과 그들의 뒤에 있는 기존 정경유착 세력이 이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한 것 같다고 보진 않습니다. 죽음의 5단계에서 부인의 이전 단계로 보는거죠. 충분히 ‘심리전’을 통해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뭐 결론은 더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지선, 총선에서 물갈이를 잘 하는 수 밖에 없겠지만요.

제가 책 개정하면서 집회와 시위를 조직하는 방법을 집어넣었던 이유는 저 분들이 아직도 본인들의 권리인 집회와 시위하는 법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당이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가 되면 강경파가 득세해서 판을 말아먹기 마련이죠;;;; 솔직한 심사로는 좀 말아드셨으면 입니다만... 이게 현 여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도달해보지 못했던 지점들 중 하나란 말이죠... 영토조항 바꾸겠다고 나서면 안 될 것 같으니 평화지대 뭐 이런 애매한 이야기들을 해왔던거라;;;

이게 다 우리 가카와 최순실 열사님의 크신 은덕 덕분... 읍읍

14일 검찰 조사 받고 아마 15일 정도에 구속영장 청구되실 분도 한 삽 뜨셨죠;;; 역사란 이렇게 굴러가는가 싶기도 합니다. ㅎㅎㅎ

최근 BTC 관련해서 여론 장난을 치는걸 보면서... 아직 얘네들은 여전히 정의롭지 못하다는걸 많이 느꼈습니다. 정말 꼼꼼하신 그 분은 한방에 훅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각되면 진짜... 뭔 일이 일어날지.

아내님께서 매일 힌두교 주요 신들에게 빌고 있으니 '나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일은 좀 꼬이게 해도 나랏 일은 좀 풀어주시는 분들인지라;;;

쫄지마 시바 신입니까(....)

애초에 우리나라의 보수라고 부르는 정당은 그저 과거 반공 세력을 기반으로 한 보수 포지셔닝에 불과했죠.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견고하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젠 사람들이 보수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를 정도..

스페인도 분리 독립 외치고 영국도 여전히 분리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같은 민족과 언어를 쓴다고 꼭 같은 나라여야 하는지.. 차라리 다른 나라로 분리된 후 동맹을 맺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네요

완전한 분리가 되어야 평화체제가 안착되고 이웃나라로 잘 살 수 있는 방안들을 서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젠 불과 16년전만 하더라도 이 이야길 하면 미친놈 취급 받았었습니다. ㅎㅎㅎ 사실 이 글은 드러누울 것이 뻔한 으르신들을 설득할 방법은 없지만... 중도를 움직일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야 할텐데... 란 생각에서 써본 겁니다. 스팀잇 사용자로 치면 제가 나이 많은 축에 들어가서 그런건지 다시 좀 생각해볼 꺼리가 많네요.

쓰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한 가지 고민되는 것은, 3조를 개정해 국가 범위가 줄어들 경우 탈북자의 지위가 애매해진다는 것이네요. 2국가 평화체제가 되면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일단 영토 내의 우리 국민이라고 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난민으로 대응하는 것은 다를테니까요..

비자 받아서 다니는 서로 다른 나라가 되고 고용허가와 관련된 법률 같은게 만들어지면 굳이 탈북할 이유가 없겠죠... 지금 새터민들도 상당수는 북한 국적 회복하고 한국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글잘봤어요!
보팅하고가요^^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세상 일 어찌 될지 모르지만) 통일은 먼 얘기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본문과는 좀 다른 맥락의 이야기인데요. 저는 통일을 바라온 사람이지만, 요즘은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통일을 꼭 해야 할까? 이산가족 분들을 생각하면 욕 많이 먹을 말이란 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이 한켠에 자리잡았네요. /
같은 민족이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 한국은 섬나라다,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지하자원이 많다. 등등. 일련의 주장들 모두 설득력이 있지만, 다른 생각도 드는 것이지요. 민족은 만고불변의 개념일까? 동·서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전체주의 지도자를 섬기던 사람들과 친화할 수 있을까? 양국의 엄청난 경제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냥 각각 국가로 인정하고 교류하며 살면 안 될까? 등등의 물음이 떠오르네요. /
물론 아직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그러나 통일이 금방 되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통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뒤숭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ㅠㅠ

두 나라로 확실하게 분리하고 비자 발급 받아서 서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봅니다. 그래서 헌법 영토조항을 바꾸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보는거구요... 경제적 격차를 줄인 다음에 경제공동체 정도부터 따져보는게 서로에게 나은 상태가 되었으니까요.

위에 저와 비슷한 의견의 댓글에 이미 답을 하셨었군요. 답변 고맙습니다. ㅎㅎ

김현정의 라디오쇼에 나온 어떤 전문가는 연방제 같은 형태를 예상하더군요. 북한의 확실한 체제보장이란 결국 한국과 같은 지붕 아래 들어가는 것이라면서요.

정은이 속은 정은이만 알겠죠... ㅎㅎ 북한의 체제보장의 형태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1국가 2체제 방식의 연방제든, 2국가로의 분리든, 태극기 두르고 길바닥에 누을 분들과 통일운동 하셨던 분들의 뒤통수를 치는 결과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쩝.

이재명 성남시장도 주장했듯이 전 통일이라는것을 "바란다 vs 바라지 않는다" 가 아닌 "해야만 된다" 라는 생각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래야만이 현 한반도 불안요소들이 해소되지 않을까요 ?
미국과 중국, 양국의 협상을 이용한 북한정부의 붕괴가 정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요 ?
전 이게 현정부 혹은 다음정부앞에 놓여진 과제라고 봅니다만......

대한민국은 북한을 빠져나온 3만명의 새터민을 제대로 안지 못해서 중국계 한국인처럼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가 숟가락 들고 내려올 2700만명을 보듬어 안을 능력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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