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불친절한 프리뷰: 영화 - 더 포스트(The Post, 2017)
출처: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4913
지난번 미스슬로운에 관한 프리뷰에 이어서 이번에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더 포스트(The Post, 2017)에 관해 불친절한 프리뷰를 해볼까 한다. 역시 불친절한 프리뷰이므로, 줄거리는 생략한다.
진실에 대한 기자의 신념이나 사회에서 언론사가 가져야할 역할, 수동적 역할이 강조되었던 여성의 인식과 자각 등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고, 누구나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바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므로 넘어가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생각한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 한정된 지면에 대한 시선의 편집
우리 모두는 역사의 연구자이거나 관찰자인 동시에 역사의 내용이 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역사 연구는 과거의 수많은 인간 행위 중에서, 그리고 그러한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 즉 작은 선택을 의미한다.
( 에릭 홉스봄의 역사론 중에서.)
어떠한 의미에서 보고서와 신문의 지면은 대척에 있을 수 있다. 보고서는 무한한 장수로 발행가능하지만, 신문은 그렇지 않다. 한정된 지면에 기사의 선택을 통한 편집을 통해 신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니 1면의 퍼즐의 완성되기 전까지, 그 목소리의 향방은 알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냐 - 여기에서부터 이미 내용이, 역사의 초고가 시작된 것이다.
- 주관과 객관의 변주
완벽히 주관적인 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가? 혹은 완벽히 객관적인 관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사람들을 볼 때, 항상 주관과 객관의 사이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 요소들을 우리는 주관적으로 해석하곤 한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사실, 핵심은 해석이다. 해석에 대한 행동은 어떠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취사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항상 소극적 의미의 행동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상대방과 나 사이의 주관적 요소를 객관화해서 판단한다던가, 혹은 객관적 요소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 활자 매체의 무게
조판을 통해 문장을 찍어내는 일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어떠한 말과 글이든 그 나름대로의 무게가 존재한다. 인쇄는 무게를 부여하기 위한 의식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무게를 견디어내는 것은, 단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진중함과 시의적절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할지도 모른다.
- 글의 가치와 가격
어떠한 글의 가치가 높다고 해서, 그 글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에서의 가격이 과연 높을 수 있는가? 우리는 종종 가치(value)와 가격(price)을 혼동해왔다. 그 둘은 정말로 양의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는가? 혹은 심지어 인과관계(causality)를 가질 수 있는가?좋은 글의 가치는 과연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그리고 밥벌이의 공간에서 우리는 얼마나 중립적일 수 있는가.)
@qrwerq 의 평점: 4/5
한줄평: 모든 것들은 기록되어야 하며, 그러한 기록 중 어떠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주체적 행위이다.
(이제 기록을 관계로 치환하여 읽어보자.)
기록과 관계 둘 다 인간에 의해
주체적으로 선택된다다는것에
저도 공감합니다. ㅎㅎ
우리의 삶은 결국 무수한 선택의 집합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택을 한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삶을 산다는 의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5점 만점에 4점이면 괜찮은 영화죠?ㅎ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ㅎ
제 취향이라는 것이 함정이기는 한데, 제 기준으로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조금 지루하게 느끼실 수도 있어요)
저는 최근들어서 완벽한 "객관" 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어요. 특정 숫자/수치도 객관적이지 않더라구요. 그 숫자/수치를 제시하고 보여준 사람의 "주관" 이 개입되어있기 때문에.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간략히 적어주신 감상평만 보더라도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언 해킹의 '우연을 길들이다' 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시지프스처럼 우리는 객관에 도달하려 애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도 완벽한 객관이란 존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우리가 인간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한에 있어서는 말이지요.
@qrwerp 님의 포스팅이나 댓글을 볼수록 대단하시다는 생각만 들어요! 어쩜 책들을 그리도 잘 아시고 정독하셨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
글의 가치와 무게라 어렵네요 모든 것은 기록이 되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우리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스팀잇의 공간에서 작성되는 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것은 기록되고 가치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가격이 결정되기도 하지요. 우리는 선택이라는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스필버그에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인데 왜 이 영화를 놓쳤을까요.심지어 존재조차 몰랐다는...ㅠㅠ 불친절한 프리뷰라 스포가 없어 다행입니다. 조만간 봐야겠네요.
배우들의 열연도 발군입니다. 불친절한 프리뷰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아마 정말로 재미있게 보실거라고 생각합니다. :)
헉,,, 진짜 불친절한 프리뷰네요.... ㅎㅎ 보팅만 계속 하고 가셔서 이제야 봤네요... 흔적이라도 남겨주시지...ㅎㅎ 글의 가치와 가격.... 중립이란 없겠지만,,, 그 답은 모르겠어요...
츤데레(ツンデレ) 같은 불친절함(?)을 표방합니다.
괜찮다 싶으면 우선 보팅부터 하고 (시간을 두고) 찬찬히 댓글을 생각한다음 댓글을 남기곤 합니다ㅎㅎ 글의 가치와 가격에 관해서는, 글을 적는 사람으로서 숙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릴적 활자사러 을지로로 심부름 엄청 다녔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 그 활자집들은 지금 다 뭘해먹고 살까... 문득 궁금하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심부름을 저는 해 본 적이 없어서 단지 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인쇄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물화(物化)된 생각이나 사상의 측면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무언가를 남겨놓기 위해, 전달하기 위해 활자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변화의 흐름을 골목 하나가 거부하긴 힘들겠지요.
영화 리뷰 좋습니다. 더 포스트 챙겨 봐야 할 영화네요... 주관과 객관 ... 객관성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90% 이상 객관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 를 통해 객관성을 나타내는 것도 신선한 프레임이라 생각합니다. 명확한 양 극단 사이에서 우리는 스펙트럼처럼 분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객관에 90%의 수치를 정한다면, 사실 이러한 90% 또한 객관적이냐는 무한 (연쇄) 고리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객관성 또한 상대적으로 정의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이거 보고왔어요! 스포를 최대한 지양하려고 하시는 것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댓글을 왠지 자제해야 할 것 같네요.. 어쨌든 영화를 본 입장에서 보기엔 역시 날카로운 통찰입니다. @홍보해
댓글을 자제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사실 감상만 나누어주셔도 충분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의 메시지를 우리 삶에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