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감아 읽기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5 years ago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사람의 생각이 원숙해지거나 깊어진다는 것을 사실은 잘 믿지 않는 편이다. 겪었던 것 만큼이나 겪지 않았던 것에 대한 중요함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떤 경험들은 삶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하는데에 도움을 주지만 또 다른 어떤 경험들은 시야를 편협하게 하거나 누적된 편향을 가속화할 뿐이다. 사람의 일대기는 대체로 어릴적부터 나이든 순서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 경우가 많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이를 거꾸로 읽기를 바란다. 지금 시점에서 채워진 것들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을 때의 열망과 그리움, 좌절, 그리고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순수함이 읽히기 때문이다.

기억을 더듬을 때에도, 기록을 훑을 때에도, 지금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에 어떤 부분이 채워진 것에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넘어갈지를 상상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올 때에 무언가 채워진 것이 있다면 그만큼 잃어버린 것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현재에서 과거를 살펴볼 때에도 무언가 놓친 것이 있다면 새롭게 보이는 여백의 감상들이 있을 것이다. 기회비용을 다시 탐색하는 과정이라고도, 아니면 그 시간 대에 덩그러니 놓아둔 빛 바랜 열망을 다시 채색하는 작업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표현은 아무래도 좋다. 얻는 게 있었으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이 있을 것이라는 - 단순한 균형을 믿고 있는 것뿐이니까.

애초에 좌표계에 따라 성장의 방향 감각이 변하기도 하거니와,
성장이 항상 시간을 따라 걷는 것도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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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험들은 삶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하는데에 도움을 주지만 또 다른 어떤 경험들은 시야를 편협하게 하거나 누적된 편향을 가속화할 뿐이다.

인간이 오롯이 설 수 있고, 완벽을 이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서 그것 만으로도 괜찮다고 봅니다. 풍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편협한 시각과 대치되어 있을 때, 다양한 사고와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필연을 포함합니다.

즉, 나의 편협함은 타인의 다채로운 경험과 다른 시각으로 채울 수 있고, 성장의 지향점은 양보와 타협 그리고 이해가 되겠죠. 홀로 설 수 없는 존재.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온전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글보다 좋은 댓글이네요!

관계를 통한, 성장의 지향점에 관한 시각은 의미 깊다고 생각합니다.

별 말씀을요. 매번 님의 글을 보면서 깊은 통찰에 감탄하는 걸요.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때마다 슬퍼집니다..

😭

가끔 깜짝 놀랍니다. 예전엔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하면서요.

요즘 종종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나태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상태에 머무는 게 현 시점에서는 최선이야, 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슬그머니 주저앉아버렸던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오랜만에 글 잘 읽었어요^^
무엇보다 qrwerq님의 쓰는 삶을 응원해요!

오랜만이네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도 있지만, 그 해결 방식이 가끔은 스스로를 무디게 만드는 방식으로 되더라고요, 좀 더 어린 시절의 날카로움과 예민함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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