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다 내려다보는 말투, 나는 고쳐야 할까.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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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세상을 다 내려다보는 말투. 너는 그게 문제야.”

- 내 블로그에 남긴 누군가의 댓글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일명 ‘나영이 사건’의 피의자 ‘조두순’의 출소 임박에 관한 일로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바람대로 얼마 후에 있을 그의 출소를 막아달라 거나, 국민 신문고의 청원에 참여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의 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 것도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기어이 나는 그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성과 지성을 촉구했고, 불과 몇 개월 전의 광화문 광장에서의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그들의 무분별한 이율배반적 행동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자칫 법치주의와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점을 꼬집어 그들을 나무랐다. 더욱이 그들을 자극이라도 할 요양이었던지 유독 눈에 잘 띌만한 키워드로 제목을 뽑아 올렸다. 그 결과, 예상대로 단연 주목받는 글이 되었고, 오랜 시간 1면의 가장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를 타겟팅해서 쓴 글이 아니었음에도, 누군가는 큰 돈 벌 수 있어서 좋겠다고 비아냥 거리는 가 하면, 심지어는 ‘네 딸이 그렇게 당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당장이라도 그렇게 해 보일 테니 어디에 사느냐고 묻는 자들도 있었으니, 그런 댓글을 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애당초 예기치 못한 반응도 아니었으나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님에도 콩닥거리는 가슴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우리는 때로 사실을 들먹이는 자체를 몹시도 싫어하고 불편해한다. 설령 그것이 진실로써 믿을 수 있음에도 감정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 때에는 그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아무리 진실로써 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아’와 ‘어’를 잘 구분해서 말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훌륭한 처세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의 머리말과 같은 말을 왕왕 듣고는 한다.

“우리는 말의 내용이 아닌, 화자의 태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태도가 아군으로 만들 수 있고, 또 반대로 적이 될지를 결정짓는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의 저자이신 아주대 심리학과 이준기 교수님의 말씀이다. 그렇다. 나는 교수님의 이 말씀을 꽤 오래전에 들었음에도 내 말투에는 큰 변함이 없다.

나의 다분히 공격적이고 거만하게 보일 수 있는 문체와 어투는 사회적인 모순이나 주변의 행동 또는 철학적 삶이 요구되는 시점 따위에 관한 주제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편이다. 존댓말을 쓰거나 독자의 비위를 적당히 맞추는 문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고 고민도 했지만, 굳이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은 매번 해도 똑같다. 반대로, 오롯이 그들과 함께 같은 감정의 편에서 문제를 다룰까도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럴 것이면 뭣하러 나 말고도 그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비싼 시간을 낭비할까 싶었다. 때로는 거창한 말로, 스스로를 계몽주의자에 비견하기도 했고,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때, 나는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지성인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얼굴을 마주한 상황이건 아니건 잘 구분하지 않는 편이고, 심지어 위아래를 가리지 않아 적잖이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 물론, 학습능력은 있는 터라 많이 줄었다고 핑계 삼는다.- 그런 태도는 여전하다. 이를 두고 가까운 친구는 ‘변함없이 한결같다는 점을 높이살 수 있지 않겠냐’는 조롱 섞인 말을 하고는 한다.


김리 @kmlee 선생께서는 일단 아무 글이나 써 내려가보라고 했지만, 그래도 될까 싶은 의구심과 겁이 난다. 최근에, 스티밋에서 불거졌던 일단의 스캔들을 살펴보면서 다시 한번 내 말투와 문체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고, 언제까지 본래의 내 색깔과 사유의 바탕을 숨기고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싶었기 때문이다. 고로, 언젠가 나도 이곳에서 내 글을 읽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념의 투쟁을 할 것이고, 교만하고 오만할지도 모르는 나의 말투로 지성을 촉구하는 계몽 활동을 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보편적 가치 저 밑바닥으로부터 손가락이 아닌 그 끝이 닿는 곳을 볼 때까지 나의 글은 투쟁이 되고, 불가능한 꿈을 품은 리얼리스트의 외침이 될는지, 대나무밭에서 혼자 지껄인 쓰레기가 될는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글 ; 우유에 퐁당
사진 ; Photo by Nick Morri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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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도 말투때문에 고민과 번뇌중입니다. 안그래도 부드럽지 않은 말투인데, 내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버리니 사람을 잃는일이 생겨요. 그렇다고 내 색깔을 180도 다른 보색으로 바꿔버릴 수도 없고. 베스트셀러라는 말의품격과 언어의 온도에서 처럼 말하는게 절대적으로 좋은 것인지, 사회적으로 좋은것인지 어렵습니당

말의 품격과 언어의 온도. 참 좋은 책이지요. 그 책을 읽고 느낀 점이 없지는 않으나, 글쎄요. 말투를 바꾼다는 것이 쉽게 되는 일은 아니잖습니까? ;)

힘이 있는 글은 공격 받기 마련입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비난자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논리적 치밀함을 갖추는게 중요하겠지요.

말투나 어투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알맹이, 진심이 더 중요하겠지요. 욕쟁이 할머니의 말투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은 그 할머니의 거친 말 이면에 감추어진 정을 알기 때문이겠죠.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신의 글투를 일부로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담아 외치는 한 진지하게 읽는 이들은 알아줄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뭐랄까
무슨글을 쓰지?
로 고민하면서 포스트를 하는 저라서

님의 고민거리는 부러움으로까지 보이네요

저는 어떤 글을 써야하지?로 고민하는데
님은 어떤 글이 이미 있는 상태이니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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