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단상 2. 작가는 글로 말해야 한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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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학 시절 내가 존경하던 교수님이 강의시간에 했던 말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합류한 김지하 시인의 “운동권인 나도 박근혜를 지지한다” 라는 기사가 올라왔고, 그 다음날 교수님은 강의 도중 이런 말을 했다.

“작가는 글로 말해야 한다”고.

교수님의 말은 지금도 내 뇌리에 남아 어떤 사명이 같은 것이 되었다. 이후 나는 시류에 대해 직접 말하기 보단, 되도록 글 한 편을 쓰기위해 노력했다. 글을 쓰기 위해 너무 골몰한 나머지 타이밍을 놓치는 때도 종종 있었지만, 어쨌거나 나 역시 작가라면 마땅히 글로 이야기함이 옳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정비공은 말로 기계 작용을 잘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기계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듯이, 작가에게 글이란 곧 행동이며 행동은 현실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니까. 아마 김지하 시인이 박근혜 지지 선언을 시로 썼다면 교수님은 저런 말을 꺼내지 않았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내가 나의 사명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각 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적합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능력을 최대로 발현하는 것이 개인에게도, 그가 소속된 조직에게도 유익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것을 스팀잇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쓴다.


-작가의 역할, 큐레이터의 역할, 그리고 소통자의 역할이 있다.


스팀잇은 역할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지만, 크게 나누면 세 가지 역할이 존재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가 첫 번째고, 그 다음은 많은 자본을 가지고 보상을 실행하는 ‘큐레이터’, 그리고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는 않지만 소통 능력이 뛰어나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만드는데 탁월한 ‘소통자’다.

대개는 스팀잇에 발을 들인 누구든 이 세 가지 역할을 겸하게 되지만, 각자가 주력으로 삼는 분야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작가’의 위치에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글 쓰는 약간의 재주는 있지만, 자본도 없고 그렇다고 사람들과 소통에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글쓰기에 주력할 따름이다.

물론 이런 나조차도 큐레이터의 역할, 그리고 소통자의 역할을 수행해야할 때가 있다. 0.01$이 찍히는 미약한 보팅 파워로 이따금 소속된 태그에 찾아가 훌륭한 글들에 보팅을 하거나, 때로(아니, 정말 가끔) 좋은 글에 댓글을 달고 괜찮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팔로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나의 창작활동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단지 나는 시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듯, 스팀잇에 소속된 스티미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 정도를 하는 것일 뿐이지, 내가 큐레이터 혹은 소통자가 아님은 확실하다. 오히려 나는 이런 활동들에 주력할 시간과 노력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데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 비해 더욱더 하지 않는다.

문제는 나처럼 작가활동만을 하게 되면 스팀잇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타플랫폼은 알아서 좋은 글을 찾아 공유영역에 올려주는 ‘에디터’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스팀잇은 에디터란 곧 큐레이터이므로, 큐레이터들의 눈에 띄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노력이란 직접적으로 보팅 파워가 높은 이들의 취향을 따르거나 혹은 자주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중의 기호를 읽어 많은 보팅과 댓글을 유도해 소위 ‘고래’들이 ‘음? 못 보던 글이 반응이 좋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그런 점에서 나는 향후 업데이트될 ‘하이브 마인드’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곧 언급해보려 한다)

자신이 많은 스팀파워를 보유하고 있으면 사실 ‘소통자’의 역할을 하지 않아도 제법 영향력을(셀프 보팅을 하든, 혹은 사람들이 ‘지갑을 노리고’ 팔로우를 하든) 발휘할 수 있지만, 스팀파워가 없는데 소통자의 역할까지 게으르면 필자처럼 거북이 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나는 설령 작가 활동에 전념하다 스팀잇에서 사장되는 날이 오더라도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생각에 훌륭한 보상이 따른다’는 이 매력적인 슬로건은 당장은 스팀잇만 내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효하려면 큐레이터들이 보팅을 할만한, 먼저 좋은 콘텐츠들이 양산되어야 하고, 큐레이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좋은 콘텐츠를 찾는 안목을 기를 필요가 있다. 스팀 가격에 따라 활동자가 들쭉날쭉해지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의 수에 따라 활동자가 유입되는 스팀잇이 되어야 한다.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고 소통하던 이들이 이에 영감을 얻어 다시 작가가 되고, 또 이들이 수많은 독자들을 불러 모으며, 스팀파워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투자자가 유입되고 새로 생겨난 큐레이터들이 스팀잇 콘텐츠 보상에 기여하고, 이런 선순환의 무한 루프가 되어야 한다.


-어뷰징도, 보상 문제도, 모든 문제의 근원은 ‘좋은 글에 보상이 따르고 있는가’의 문제일 뿐.


그런 점에서 자신이 ‘작가’로서 이곳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면, 스팀잇 내부의 활동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활동의 부재로 그 작가의 글이 묻히게 된다면 그건 스팀잇의 고질적인 문제일 뿐, ‘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가 스팀잇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여는 훌륭한 글을 써서 외부자들이 보기에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야만 이런 멋진 글을 읽을 수 있군!’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스팀잇에서 걱정해야할 문제는 오직 ‘내 글이 훌륭하고 좋은가’일 따름이다. 비약이지만 전 세계(혹은 적어도 kr 커뮤니티 안에서라도)에서 좋은 글과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스팀잇 밖에’ 없다면 스팀잇은 싫어도 가치가 상승할 것이고 그들의 암호화폐는 소위 ‘떡상’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일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애석한 것은 스팀잇이다. 작가는 자신의 콘텐츠 혹은 작품을 싸들고 ‘알아줄 만한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스팀잇엔 이를 악질적으로 사용하려는 사용자들이 있는 만큼 좋은 글에 좋은 보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또한 타 플랫폼에선 찾아보기 힘든 ‘소통자’들의 존재는 작가들에게 창작의 질료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해준다.

그러니 내가 충분히 좋은 글을 쓰고 있는데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봐야한다. 첫째는 큐레이터들이 내 작품에 접근할만한 물리적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다. 스팀잇은 좁다란 관문에 수많은 글이 쏟아지는 구조다. 먼저 이런 환경을 이해하고, 나의 글이 더 많이 보일 수 있도록 관문을 넓혀야한다. 이 관문을 넓히는 행위는 ‘태그’의 활용이다. 큐레이터들이 보다 더 원활하게 보상하기 위해서 특정 태그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짱짱맨(jjangjjangman)’ 태그이고, 특정 분야의 숨은 재목을 발굴하고자 하는 태그(kr-pen)도 존재한다. 물론 이런 태그를 많이 안다고 해도 이곳에도 수많은 글들이 쏟아지는 건 마찬가지인데(비록 kr 태그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물리적으로 큐레이터들이 우리를 발견하게 하는 방법은 꾸준한 업로드 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떤 큐레이터가 3일에 한 번, 혹은 주말에만 접속해 특정 태그를 통독한다고 하자. 매일 글을 올린 사람은 어쨌거나 큐레이터에게 발견될 것이지만, 일주일은커녕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올리는 사람은 운이 따르지 않는 한 큐레이터에게 발견되기 어렵다. 그러니 글을 올릴 때에도, 스팀잇 내부 시스템을 이해하고 태그를 활용하는 방법, 또 사람들이 어떻게 태그를 분류하는지, 그 태그에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는지 살필 필요가 있으며, 주기적으로 글을 올려 큐레이터들이 자신의 글에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부분은 ‘작가’의 위치를 고수하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것마저도 귀찮아서 그저 골방철학자처럼 글만 써서 배척된다면 더는 도리가 없다.(그러나 이런 불편한 UX/UI를 만든 개발자들에게도 분명 문제는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요소가 중요한데, ‘내가 보상을 받을만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솔직히 요즘은 보팅하고 싶은 글이 많이 줄어들었다. 내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영화 리뷰를 보자. ‘이런 영화를 봤는데 액션 씬도 많구 짱짱 재미있었어요’ 피상적으로 느낀 감정을 토막글로 적어놓은 글에는 아무리 신규 가입자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추천하기가 어렵다. 내가 애독하는 풍류판관(@admljy19)님의 글이나, 김리(@kmlee)님의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볼만한 글, 최소한 성의가 있는 글은 되어야 한다. 나 역시 자료조사, 초안 작성, 퇴고, 논리 검증에 이르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오랜 시간 공들인 글을 쓰는데도 어떤 글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주목받지 못한 글에서는 ‘주목 받지 못한 이유’, 주목 받은 글에서는 ‘주목 받은 이유’를 끊임없이 분석하며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스팀잇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했고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 함에도 크게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내가 작성하는 글, 콘텐츠에는 문제가 없는지 진지하게 살펴볼 일이다. 글이 좋으면, 제발 읽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을 테니까.

그러니 ‘작가’라면, ‘좋은 글’을, ‘꾸준히’ 쓸 생각을 하자. 그것이 스팀잇에서 ‘작가’로 살아남는 법이고,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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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따지자면 소통자에 가깝네요
그마저도 요즘은 좀 게을러졌지만요
제 입장에서는 성의있는 글을 쓰시는 분들도 좋고
신변잡기 위주로 올리시는 분도 좋습니다 ㅎㅎ
스팀 시세에 따라 들쑥날쑥거리지 않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요!

생각에 가치를 부여하는 건 저마다 그 기준이 다르겠지요 ㅎㅎ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움직이면 될 일입니다.
비록 일기에 불과한 이야기일지라도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감명을 얻을 수도 있는 법이지요!
그러나 길게 놓고 보면 어떤 콘텐츠건 간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가다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더 많은 보상을 받는게 합당할 것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당장은 그것 밖에 할 수 없네요.

제가 보기엔 지금 김리님의 노력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와 비슷한 입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을 뵈어 정말 반갑습니다. 극히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
잡지식님의 글도, 글에 걸맞은 보상이 따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보팅 파워가 낮은 '작가'인게 한스럽네요.

결국 스팀잇의 미래는
양질의 글과 그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고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나뉠 것 같습니다.

결국 본질은 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는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본질을 잊게 된다면 스팀잇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입니다 :(

작가는 글로 말해야 한다. 멋진 문장에 이끌렸습니다..
저도 멋진 작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보상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글을 쓰다보면 내공이 쌓이고 결국 좋은 기회가 온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는데 조금 글이 호전적으로 쓰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

그래퍼님 뿐만 아니라 저도 그렇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습하고 노력해야겠지요!

작가는 글로 말해야 한다.
스팀잇을 하면서 명심해야 하는 문장 같습니다.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절로 보상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보상이 끝내 따르지 않는다면 스팀잇은 썩은 물이니 그만 떠나야겠지요! 어쨌거나 스팀잇이 '썩은 물'이 되지 않는 한은 보팅이나 팔로우 갯수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저는 작가, 큐레이터, 소통자 그 모두에 속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경민님의 글을 애독하는 독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합니다 :) 경민님,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D

사실 어떤 사람의 글을 정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떤 이의 글을 읽고 이해하고, 거기에 덧붙여 의견까지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훌륭한 소통자가 될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셀레님은 이미 충분히 훌륭한 소통자의 역할을 해주시고, 작가로도 손색없는 '작가의 씨앗'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

글 많이 올려달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도통 글쓰기에 흥미를 못 붙이고 있군요. 사실 요즘은 힘이 좀 빠지기도 하고... 좋은 글 꾸준히 쓰라는 글 올려놓고 정작 본인은 그렇게 하질 않고 있네요 ㅎㅎ

실수로 7일 지난 글에 보팅을 했네요;;; 대신 댓글에 보팅하고 갑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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