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나의 장면, 영화 속 명장면 철학 읽기 3 <소스 코드>

in #kr6 years ago


△이 하나의 장면, 영화 속 명장면 철학 읽기 3 '<소스 코드>편' 영상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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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 : 소스코드(Source Code, 2011)
감독 : 던칸 존스
#장면 : 소스코드로 돌아가는 콜터 스티븐스
주제 : 헌신에 대한 우리의 태도

(*본 내용은 같은 영화의 여러 장면을 소개할 수 있음)


죽은 사람의 신경회로를 열어 그 마지막 기억속의 세계를 구현해 범죄를 종결시킨다는 '소스코드'.

주인공 콜터 스티븐스 대위는 일련의 이유로 이 '소스 코드' 프로젝트에 발탁되어 영문도 모른 채 죽은 사람의 마지막 8분을 계속해서 탐색하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소스 코드>는 사건의 순서를 따르는 기존 영화의 플롯 구조를 와해시키고, 반복된 사건 안에서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던칸 존스 감독의 연출도 뛰어난 작품인데, 작품의 형식적인 부분을 주목하는 맛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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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코드가 성공하고 범인 검거에 성공한 ‘소스코드 팀’

죽은 사람의 신경회로에 잔상처럼 남아있는 기억을 되살려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알아내는, 그로써 범죄를 소탕하는 계획 ‘소스코드’가 성공함에 따라 사람들은 잔뜩 고무되어 있다.

그러나 이전에 굿윈(베라 파미가)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소스코드 안에서 겨우 살아가는 스티븐스 대위(제이크 질렌할)의 요청을 기억하고 이내 불편함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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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부탁하는 거에요. 절 다시 보내주고, 그리고 스위치를 꺼요.”

콜터는 소스코드의 양자역학적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일련의 가능성을 본다. 소스코드는 죽은 사람의 신경 회로를 컴퓨터에 연결해 기억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인데, 상황이 진행될 때마다 별도의 독립된 결말에 이른다. 즉, 평행우주론의 그것처럼 매 상황이 별도의 세계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쨌거나 콜터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소스코드 속의 다른 세계에 살아남기를 희망하고, 가상일지언정 그 속에서도 테러를 막아야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목적이야 어쨌건, 굿윈은 자기 임무를 마친 콜터 대위의 의견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스티븐스의 부탁도 부탁이지만, 지금 만약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의 뇌세포가 살아있는 한 계속 '소스 코드'의 도구가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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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굿윈 대위

고통 속에서도 좋은 일을 하고 죽음에 이른 사람을 다시 살려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할 수 있는가?
공동의 안위를 위해 한 인간의 존엄을 짓밟을 권한이 과연 존재하는가?

이런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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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굿윈 대위를 바라보는 ‘콜터 스티븐스’의 시선. '사물에도 인간의 감각을 투사할 수 있다'는 감독의 훌륭한 영화 연출이 돋보이는 컷이다.

스티븐스는 사망한 상태나 다름없고 뇌의 신경조직을 연결한 컴퓨터로 굿윈 대위와 접촉한다. 카메라일 뿐인 렌즈 속에서 그의 간절한 눈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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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8분 후에 생명장치를 끌게요.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굿윈은 더 이상 스티븐스 대위를 소스코드 안에서 도구로 만들 수는 없다고 결론을 짓고 그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녀는 어차피 데이터를 리셋하면 그만일 일을 상관의 질책이나 법적인 책임까지도 감수한 채 인간 고유의 양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국을 위해 장렬히 전사한, 전사하고도 수백만의 시민을 구한 그에게 진심 어린 경배를 올리는데, 헌신에 대한 굿윈 대위의 태도가 마음속의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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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윈 대위의 말을 듣고 밝은 표정으로 떠나는 스티븐스 대위

최근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들에 대한 예우 문제로 세간의 말이 많을 때마다 나는 이 영화의 이 장면이 떠오른다. 적어도 우리는 굿윈 대위와 같은 “양심”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힘없는 평화는 오지 않고, 불가피하게 그 힘을 유지해야 한다면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한다. ‘총대를 맨다’는 표현이 우리 일상생활에 “책임을 진다”라는 표현으로 통용되는 만큼 군인들이 우리 대신 짊어지는 책임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일이다. 공기가 내일 사라질 것을 염려하지 않듯이, 우리의 일상이 내일 사라질 것을 염려하지 않듯이.

적어도 타인이 나를 위해 자유를 희생하고 있다면 최소한 거기에 대한 예우와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인간의 양심 아니겠는가. 그게 군인이든, 그 누가 되었든 말이다.


*이전 글과 영상 보기

이 하나의 장면, 영화 속 명장면 철학 읽기 2 <스워드피쉬>
이 하나의 장면, 영화 속 명장면 철학 읽기 1 <다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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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영화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요, 주인공의 같은 상황을 여러 번 맞으며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방식의 영화로, <사랑의 블랙홀>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비슷한 선상에 있는 영화로 기억하고 있어요.^^

낯선 문법은 아니지만 이걸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겠죠 ㅎㅎ 생각할 거리도 많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제목만 많이 들어서 본 영화인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군요. 조만간 한 번 봐야겠습니다.

괜찮은 작품입니다 여기서는 특정 부분에만 주목했는데 더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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