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JK필름은 윤제균 감독의 신작 <귀환> 준비 중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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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필름 신사옥)

어제는 하루종일 사람들을 만났다. 오전에 주간회의를 끝내자마자 일찌감치 합정역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라운드테이블을 하듯 한 시간 단위로 취재원을 만났다. 라운드테이블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감독이나 배우들을 인터뷰하는 자리를 뜻한다. 매체 숫자가 70~80여개에 이르다보니 여러 매체가 한 테이블에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은 자신이 준비한 질문을 전부 못 던질 수 있고, 질문 흐름이 맥락 없이 진행될 때가 많다. <씨네21>은 칸 영화제나 해외 정킷 취재가 아니면 단독 인터뷰를 주로 한다.

먼저 만난 사람은 영화시장분석가 K씨였다. 온라인 영화 예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매체에서 관객 성향과 박스오피스에서 나온 숫자들을 분석하다가 회사를 관둔 사람이다. 지난번 매크로 영화 평점 조작 취재를 하다가 <군함도>에 달린 평점 분포가 “통계학적으로 봐도 이상하다”고 해서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는지 좀 더 자세하게 듣고자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트위터에서 그가 남긴 멘션을 주로 보다가 뵌 건 처음이다. ‘오덕’ 기질이 충만한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인상적이었던, 1. 모든 영화는 악플이 존재한다. 2. 영화에 대한 악플은 그 영화 (제작비) 사이즈만큼 생긴다. 3. 관객들은 영화 기자나 평론가보다 영화를 더 까다롭게 고른다. 4. 관람객 평점은 관객이 자신의 기대치에 대한 평가다. 모든 평점 7점이 같은 의미의 7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5. 영화 평점, 악플보다 더욱 심각한 건 (영화)언론사들과 네이버의 선순환구조(?)다. 누군가가 이슈를 만들어내면 네이버가 그걸 메인에 올리고 그러면 나머지 언론사들이 그 프레임에 맞는 기사를 대량 생산하면 이슈가 마치 기정사실화된다. 6. 평점 조작을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어도 누가봐도 이상한 현상을 이상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다 맞는 말이다. K씨와는 종종 만나자고 얘기했다.

두 번째 만난 사람은 지난해 국정원 엔터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제보를 해준 제보자였다. 몇 주 전 그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영화를 만들어 영화제, 배급사, 영화기자들에게 의견을 듣고 싶어 메일로 영화를 보내주었는데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영화를 봐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이 메일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가 국정원 엔터팀 제보자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시간만 투자하면 영화를 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 영화제나 배급사나 심지어 영화기자들이 그의 영화를 안 봤는지 이해가 안 돼 영화를 보내달라는 답장을 보냈다. 나중에서야 그가 내 취재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본 영화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만큼 과감했다. 독립영화를 상업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정도로 생각하는 요즘 독립영화들과 다른 날 것의 매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영화제나 배급사나 심지어 영화기자들이 그에게 피드백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를 만나서 작년 취재 얘기부터 자신이 만든 영화 제작기까지 두루두루 나눴다. 그는 내게 한 영화제에서 받은 우산을 선물로 주었다. 쓰고 다니기 아까울만큼 너무 예쁜 우산이었다.

합정역 커피숍 자리를 정리하고 강남으로 이동했다. <해운대> <국제시장> <히말라야> 등 많은 영화를 만든 JK필름이 신사옥을 지었다고 해서 구경할겸 저녁 먹으러 갔다. 종종 만나는 길영민 대표, 이창현 프로도서가 있었고 윤제균 감독은 휴가가고 없었고,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히말라야> 등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이 신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CJ ENM은 지난해 11월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대표가 이끄는 JK필름을 인수합병했다. <국제시장>(2014), <히말라야>(2015) 등 여러 영화들을 흥행시키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해온 두 회사다. CJ E&M은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을 제외한 JK필름 라인업 전부를 투자, 배급해왔고, 그 과정에서 JK필름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 사이에 약 150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CJ E&M의 JK필름 지분율은 51%로 상향 조정됐다. 인수합병한 뒤 신사옥을 준공해 새 건물에 터를 잡은지 몇 달 됐다.
길영민 대표와 얘기를 나눈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겨레> 기자였던 고나무 대표가 설립한 ‘팩트스토리’를 알렸다. 팩트스토리는 논픽션 장르가 아직 산업으로 형성되지 않은 한국 시장에서 실화를 소재로 한 아이템을 발굴해 웹소설, 출판 소설,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고, 그것을 영화계에 영화화 판권을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신생 회사다. JK필름 또한 <히말라야> <국제시장> 등 다양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해왔기에 실화 아이템 판권 확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 하나는 영업기밀이라 아직 얘기할 수 없다. 윤제균 감독의 신작 <귀환>과 관련된 얘기였다. <귀환>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터-03’을 배경으로, 불의의 사고로 홀로 그곳에 남겨진 우주인(황정민)과 그를 귀환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중 한명이 후임 지휘관 역을 맡은 김혜수)을 그린 SF영화다. <국제시장>(2014) 이후 윤제균 감독의 4년 만의 연출 복귀작이다. 12월에 촬영을 시작한다니 내년 하반기쯤 영화가 완성될지도 모르겠다. 저녁 먹고 집에 오자마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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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만났던 분의 영화가 궁금해지네요~
배급사는 그렇다치고.. 영화제와 기자들까지 외면한다니..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이해가 잘 안될만큼 안타깝네요;;;

영화를 보니 영화가 너무 세서 영화제가 꺼려한 것 같고, 기자들은 보는 게 귀찮아서 외면한 것 같아요.;;;

글쿠만요;;; 얼마나 센 영화. 인지는 몰라도..
암튼.. 안타까운 일.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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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씨네21 공작의 황정민 인터뷰보다가 <귀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네요. 황정민 배우께서 이제 곧 바빠질거라고 하며 12월 촬영한다는 영화였습니다. 우주가 배경이고 미래의 최초 우주정거장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국내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

저도 궁금해요. 우주정거장이라든가 우주 공간을 어떻게 구현할지...VFX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 물인데 <해운대>로 이미 시도했으니.

영화를 적당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언급했던 영화들 중에 히말라야만 봤었네요?! 뭔가 소름입니다.

대신 다른 영화들을 많이 보셨겠죠.^^

헐리웃에선 우주 영화의 경우 나사의 자문을 자주 받던데, 한국에선 누가 도와줄런지 궁금하네요. 우주 영화는 헐리웃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만들면 어떨런지 기대됩니다.

아마도 이 영화 또한 나사의 자문을 받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하네요. 한국영화가 한번도 그려본 적 없는 배경이라 우주를 어느 정도까지 구현할지도 궁금하고요. 아직 베일에 쌓여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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