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웁시다' -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in #kr6 years ago (edited)


개인적으로 많이 애정하고, 자꾸 톱아보게 되는 글이 있습니다. 박준 시인의 작품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그 중 하나입니다. 무례함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배려와 위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산문집입니다. 이와 함께 나는 그동안 얼마나 차가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그들을 멀리하고 있었는지 부끄럽게 만드는 글이기도 합니다.


전역을 하고는 몇 통의 유서를 더 본 적이 있다. 다행히 자살 시도에 그친 이들의 유서도 있었고 안타깝게도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람의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유서들의 내용 또한 핏발 서린 분노와 원망보다는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어쩌면 유서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넘어 자신이 스스로의 죽음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것이므로.
얼마 전 일부 복직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7년의 시간을 견뎠다. 그것은 죽음보다 죽음에 가까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26명의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이 자살을 했고 상당수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등졌다.
그들이 유서조차 남기지 못한, 그래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분노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게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잘도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잃은 세상, 노동이 노동을 잃은 세상, 법이 법을 잃고 강이 맑음을 잃은 세상에서, 도처가 죽음으로 가득하지만 애도와 슬픔에까지 정치성을 들이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 p.183


3536일 간의 긴 밤을 견딘 사람들과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관심, 그리고 잘 알지 못하면서 무심히 던진 말에 많은 상처를 받았을 그들에게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위안이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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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iatrics@promisteem 독서 챌린지 #9 미션 완료입니다. 이 글에 1/3만큼 보팅&리스팀 하고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머지 보팅은 3일에 걸쳐서 찍어드리겠습니다!!
( 또한 1달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제가 눈물날 때마다 하는 생각이네요ㅠ
'운다고 달라질 게 없는 걸 알지만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어떡해!' 하고요..
박준 시인을 기억해둬야 겠어요
좋은 작가를 알게 돼서 기쁩니다!

저는 좀 달라져요. 한참 울고나면, 대체 왜 울었지?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니었던걸로 마음이 바뀔 때가 있어서 좋은데, 남들 앞에서 울었던거면 민망해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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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안타깝네요... 운다고 달라지는게 없다는게... 그래서 제가 잘 안 우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 하소연하지도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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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hol 저는 남자는 울지 말라는 꾸중을 들으면서 자라왔지만서도 눈물이 많이 나더랍니다. 그렇게 개인적인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면에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에 대한 감각이 많이 무디더라구요😶

기억해두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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