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욕심 / 안해원

in #kr7 years ago (edited)



20170919_055745.jpg

욕심 / 안해원

아내는 동태를 손질하며 대가리는 무서워서 버린다고 한다
눈깔이 불빛에 희번덕거릴 때마다 시퍼런 칼날로 토막 내면서도
지느러미를 치며 몰려다니던 군무의 우아함도 뻣뻣하게 얼어붙은
팔팔 끓는 물에서 마지막 생을 펄떡이지도 못할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도 제 몸 토막 내는 손가락 하나 콱 깨물지도 못할
죽은 동태가 무섭다고 한다
내리치는 시퍼런 칼날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태도
부관참시 백정의 춤사위에 흥이 돋은 칼날의 살기殺氣도
남편의 아침 밥상을 위해 참수도 불사하는 아내의 손도
무섭거나 잔인하지 않다
죽음의 무서움을 발라내며 맛있게 삼키는
삶의 잔인함을 감사하며 뼈까지 씹어 먹으려는
내 목구멍이 무섭고 잔인하다
무서움도 잔인함도 모르고 삼켜버리는 내 목구멍이
나는 죽도록 무섭다


《작가노트》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그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욕심이다. 죽음은 잠깐의 고통이나 욕심은 끝이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내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를 계산하는 인생이야 말로 고통에 칼날에 자신의 목을 내어놓으면서도 눈도 껌뻑이지 못하는 동태가 아닐까...

Sort:  

목구멍으로 뭔가를 넘기기 위하여 행해지는 일들 내일이라는 시간을 위한 오늘의 행위들이 모두가 살생이 아닌것이 없거늘 그래도 나는 남을 위해하지는 않았다고 하는 생각들이 얼마나 모순인지...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맞습니다. 모두가 다른 것들,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살아온 것인데 그걸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3
JST 0.027
BTC 60841.72
ETH 2603.92
USDT 1.00
SBD 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