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하는 교양인을 위한 과학한다는 것" : 과학의 과학 외적인 것 [BOOK]

in #kr7 years ago

   『상과 소통하는 교양인을 위한 과학한다는 것』(이하 『과학한다는 것』)에서 저자 에른스트 피셔는 과학 자체가 지닌 내재적 한계와 더불어 과학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과학'만을 추구할 때 생기는 한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과학이 그토록 많은 작은 분야들로 나뉜 이유는 '객관성'이라는 사고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각 과학 분야는 고유한 연구 대상이나 객체가 있다. 천문학의 연구 대상은 별이고, 화학의 연구 대상은 물질, 생물학의 연구 대상은 유기체다. 이 학문 분야들은 아주 깔끔하게 나뉜다. 이렇게 명확한 대상이 존재하고 그 대상에 관한 질문이 제기될 수만 있다면 과학은 객관적으로 기능한다. 예컨대 우리는 행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물질들이 어떻게 결합되는지, 유기체가 어떻게 증식되는지에 관해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개별 학문 분야와 무관한 질문이 제기되면 객관성이라는 관념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난다. 어떻게 자연 파괴를 막을지, 어떻게 인간의 건강을 증진할지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과학자들은 그 질문이 객관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인간을 낳은 것은 자연이다. 그리고 인간을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즉 객체로 보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는 일이다.

31p
   과학은 주관적 요소를 많이 갖게 마련이다. 이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과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깊이 이해해야만 과학이라는 용감한 과업의 한계도 이해할 수 있다. 이 한계는 우리 인간 모두에 해당한다.

33p
   간섭 현상에서는 빛과 빛이 서로 합쳐져서 어두운 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어쩌면 전자들도 그 움직임을 교묘하게 융합하면 서로가 서로를 간섭해 특정 위치에서 자기 존재를 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브로이의 이단적인 제안은 실제로 옳았으며, 전자는 빛과 마찬가지로 이중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입자로서뿐 아니라 파동으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이렇게 해서 적어도 이때부터는 현실의 모호함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듯 보였다. 보어는 '상보성'이라는 대단히 풍부한 개념을 제안했다. 상보성complementarity이라는 말은 라틴어 '콤플레툼completum'에서 왔는데, 이것은 모든 지성이 알려고 하는 전체를 가리킨다. 상보성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말해 주는 것은 우리가 어떤 현상(예컨대 빛 같은 것)을 포괄적으로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한 동아리에 속하는 동시에 서로 모순인 두 가지 측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든 현상에 대해, 상반되는 듯이 보이지만 똑같이 타당한 설명들이 있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한 상보적 이론들은 각각 올바르지만, 그중 어느 하나도 혼자서는 진리를 잡아내지 못하며 모든 상보적 이론이 모여야만 진리를 포착할 수 있다.​

...


   우리는 빛이 입자인가를 물어볼 수 있고 파동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으며,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그렇다.'다. 다만 이 두 질문에 모순 없이 대답할 수는 없을 뿐이다.

209p~210p

   역설적이게도, 현대의 과학을 만들고 이끌어낸 중요한 과학사의 업적들은 객관적인 과학 이상의, 혹은 과학 이외의 어떤 것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즉, 그들은 목표는 공식이 아닌, '세상에 대한 이해'에 있었으며, 이러한 목표에 의거해 그들의 내부에서 조합된 공식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기 전에는 우연적인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잠결에 뱀 여섯 마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돌고 있는 꿈을 꾸고 벤젠의 구조를 생각해낸 케큘러의 이야기는 과학이 영감의 도움을 받은 수많은 일화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렇게 과학적 이해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이미지를 '표상(Bild)'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사고는 표상으로 드러나며, 내면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그림을 그려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과학적 사고가 표상들로 나타나는데, 이 표상들이 또 다른 표상들을 창조해 내면서 물결처럼 밀려오고, 그러면 그는 이 표상의 물결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와 형식 면에서 고심하면서 재현해 내야 했다고 말했다. 많은 자연과학자들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들도 같은 경험을 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케플러도 뭔가를 알아내는 것은 표상들을 통해서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찰자가 자기 내면에서 이 표상들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감각을 통해 외부에서 끌려 들어오는 어떤 것이 스스로의 인지를 통해 표상의 형태로 변한다. 케플러는 이 외부에서 들어와 만들어진 표상들을 다른 표상(또는 상상)들, 즉 구체적으로 자신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표상들과 비교한다. 케플러는 이 두 가지 표상의 물결들이 어떤 한 지점에서 서로 만나며, 이 지점을 옛날 사람들이 영혼이라고 불렀다고 추측한다. 만약 이 만남이 성공하면 사람들은 깨어나서 영혼이 빛을 내게 된다.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다.

   ... 만약 우리가 표상을 통해 세계를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면, 우리는 세계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상상이 진행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라틴어 어원은 '인포마티오informatio'로, 이 단어에서 '인포메이션information'이 나왔다. 오늘날 자주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 정보라는 영어 단어는 원래 표상과 연관된 뜻이 있었지만, 이제 표상이라는 의미와 무관하게 쓰인다.

50~51p

   아인슈타인 역시 공식을 찾아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우주의 시공간 구조에 대해서 알려고 했고, 이것을 그의 공식을 통해 해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적 모형을 실제 주어진 물리량에 대한 기호의 약자로 (즉 중력을 G로, 공간을 R로 나타내는 것처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하이젠베르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인슈타인에게 수학적 모형이란 이성적인 능력만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통해 세계에 대한 지식을 마련해 주는 상징 기호를 의미했다.

   수학 공식은 과학적인 내용을 담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에 이르게 하는 상징적인 열쇠일 뿐이다. 과학적 법칙에 접근하는 데는 또 다른 열쇠들이 있다는 생각이 점차 퍼져 가고 있다.

49~50p

   끝으로 영화 『인터스텔라』(2014)의 한 장면과, 『과학한다는 것』의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집필 목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덧붙이고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가 수학적인 숫자와 기호를 상징으로 바꿈으로써 얻은 실재에 대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림이나 상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림이나 상징을 통해서 우리가 결국 지식이라고 표현하는, 즉 이해나 기억의 형태로 이어지는 내면의 형상이 생겨날 수 있다.

50p
   이런 과학적 조형을 만들려면 적어도 과학 자체에 들이는 노력만큼은 공을 들여야 한다. 과학적 조형의 필요성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결국 이 세계를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이해한 것처럼 이해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53p

(본 글은 2015년 10월 13일 네이버 블로그에 직접 게재했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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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뵈어요^^ㅋ

    좋은하루여~^^

    오늘도 즐건하루되세요 ^^

    잘 보고갑니다! 팔로우하고가요^^!

    감사합니다~ 맞팔했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시간 될 때 사서 한번 읽어봐야것어요~
    자주 소통해요^^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cchstory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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