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듣기(상대의 고통을 듣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in #kr3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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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고 평안하라!
온 생명 부디 행복할지라!!!”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이야기하는 내용에만 주의를 기울이기 쉽다. 그런데 누구나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 사람은 더 더욱 없다. 따라서 내용에만 주목하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애인이 일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것을 듣고 있다 생각해 보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내용이 지루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푸념을 늘어놓는 쪽은 그 내용을 알리고 싶다기보다는 자신의 처지와 심경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들을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의 목소리와 말하는 속도, 호흡의 변화라는 정보에 주목해야 한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리하는 관점에서 귀를 기울이면, 상당히 흥미 깊은 변화가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의 목소리 톤이 높아져 차분하게 가라앉지 못한다거나, 차츰차츰 낮고 온화한 목소리로 변한다거나, 쉼 없이 지껄여대며 말이 빨라지거나, 천천히 말을 끊어서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정보들은 보통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무지라는 스위치를 켜고 마음속으로 중얼중얼 여러 가지 다른 생각들을 하면서 지낸다(사귄지 얼마 안 되는 연인이라면 예외이다). 하지만 말하는 속도나 호흡을 관찰하면 할수록 다양한 속도로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재행무상을 염두에 두고 계속 관찰해 보면, 지루한 일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또 상대의 고통을 나타내는 게이지의 눈금이 어떻게 증감되는지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야기를 하는 상대가 “아~!”“예~” “음~”하고 의미없는 말을 하고 있으면, 머릿속 여기저기에서 집중력 회로가 끊어져 쓸모없는 정보처리를 하느라 혼란 상태에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상대가 “아아~”라고 머뭇거리고 있으면, ‘이 사람은 지금 머릿속이 아주 복잡하군’ 하고 이해하면 훨씬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차분하게 상대를 관찰할 수도 있다.

혹시 상대가 말을 하기 직전에 숨을 푹 들이마시고 단숨에 내뱉듯이 말하면, ‘이 사람은 지금 심하게 고통 받고 있군’ 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 또 숨을 푹 들이마시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킬 때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언성이 높아졌을 때, 말소리가 빨라졌을 때, 가시 돋친 말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감정을 억압하며 지내는 사람은 화가 나도 스스로 인정하길 싫어한다. 그래서 화가 나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 점잖은 어투로 말하거나 대사를 읽듯이 목소리를 깔고 말하기도 한다. 표면상으로는 정중하지만, 분노의 감정을 억지로 감추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상대의 표정 역시 이야기하는 내내 끊임없이 바뀐다.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기도 하고, 눈을 내리깐 채 얼굴이 굳어 있다가 풀어지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런 변화 속에서 고통의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면, ‘안됐군.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고 상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샘솟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상대가 보내는 고통의 신호에 둔감하기 때문에 SOS 신호를 무시하고 그가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 뿐만 아니라, “그 얘기는 전에도 했잖아.”하고 상대에게 고통을 더하는 말까지 하게 된다. 또 ‘같은 불평을 도대체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거야, 이 사람 나한테 스트레서를 풀고 있군!’ 하고 화를 내며 스스로의 고통을 더하는 말까지 하게 된다. 또 ‘같은 불평을 도대체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거야. 이 사람 나한테 스트레스를 풀고 있군!’ 하고 화를 내며 스스로의 고통을 더하기도 한다. 사실 불평하고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풀기는커녕, 호흡이 얕아지고, 표정이 굳고, 목소리가 불쾌하게 올라가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말이다.

커뮤니테이션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상대가 자신을 희생양 삼아 쾌락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의 말소리라는 정보에 의식을 집중시키면, 상대가 실제로 느끼고 있는 것이 고통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망상을 멈추고 자비심에 가까운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얼핏 지루해 보이는 미미한 정보라도 그 정보 하나하나에 의식을 집중하면, 대개는 흥미가 생기고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학습을 하게 된다. 그 결과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대화에도 확실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의식 조절하기’에 도전해 보면,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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