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 - 내가 본 박OO 회장

in #kr6 years ago

어느정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보면, 누군가에 대해서 쉽게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직접 부딪힌 적은 몇 번 없더라도 주변 얘기나 평판을 통해서 특정인에 대해 우리는 쉽게 단정한다.

어제 @funder2000 님이 올리신 글을 읽고, 글에서 언급된 분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링크 : https://steemit.com/gender/@funder2000/ver-2018


내가 본 박OO 회장

최근 언론에 오느락내리락 한 금O그룹의 박OO 회장님에 대해서 나는 쉽게 단정지었다.

이상하리만큼 꼭 도쿄행 비행기안에서 박OO 회장님을 본다.
내가 인지한 것만해도 6-7번은 된다.
평소의 나는 비행기에 헐래벌떡 타고, 타자마자 물 한 잔 마시고, 기내식은 필요없으니 깨우지 말아달라고 승무원님께 당부한 후, 쿨쿨 잔다.
자는 게 남는 거라는 평소의 소신을 철저히 지킨다.
그래서 6-7번 이상 같은 비행기에 탔어도 몰랐을 확률이 높다.

그러다가 그 분을 맨 처음 인지를 하게 된건, 여느때와 다름없이 쿨쿨 자다가 도쿄에 착륙한 후 내릴 때 였다.
어떤 키 큰 아저씨가 옆에 있는데 얼굴이 왠지 낯이 익었다.
그때 내가 한 생각은
‘아, 이 아저씨도 도쿄 자주 오는구나. 나랑 같은 비행기에 여러번 탔었나보네’ 였다.
그리고 두 세번째 봤을때도 ‘또 같이 탔네? 반갑네ㅋㅋ’ 라는 정도만 생각했다.

혹시 나한테 경제뉴스도 안보냐고 생각하실 분들한테 하고싶은 말은…
내 최대 단점 중 하나가 정말 사람 얼굴을 잘 인식 못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님 얼굴을 익숙하다고 생각한 것도 용할 정도다.
유명 연예인도 직접 보면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ㅜㅜ
그냥 이쁘고 잘생겼으니 연예인이겠구나 싶지, 내가 드라마에서 그렇게 실컷 본 연예인 얼굴도 못 알아본다..


그러다가 4번째 마주쳤을 때는 엄마랑 같이 탔는데, 엄마가 알아보고 나한테 말해줬다.
그제서야 박OO 회장님이란 걸 알았다.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그래서 그 이후 3번정도 더 마주치면서 저절로 관심이 가서 지켜봤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승무원님들과 잘 지냈다.
모르고 보면 승무원님의 친척뻘 아저씨가 탄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다고 보였다.
대화는 주로 사무장님이 진행했고, 사무장님은 약간 ‘반말’까지 섞으면서 대화를 했다.
주제는 진짜 중구난방이었던 거 같은데, 사무장님의 애들이 어떻게 크는지 이런 얘기까지 했던 것 같다.

거의 항상 그런 분위기였다.
사무장님과 승무원님 1명정도가 이륙전에, 그리고 착륙 직전에 잠깐씩 ‘신나고 활기차게’ 대화를 했다.
비행 중간에는 내가 잠들어서 모르겠다.
그리고 내리고 나서는 미리 나와 있던 직원 2명(여자 1명, 남자 1명) 정도가 악수를 했다.
그런데 그 직원들 표정도 항상 밝았고,
진심으로 자기네 회사 회장이 와서 기쁜듯이 행동했기 때문에,
‘아시O나 직원들 사이에서 회장님 인기가 정말 좋구나. 직원들한테 잘 대해주나보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랑 5번째쯤 마주쳤을 때 내가 인사 했을때도,
날 정말 반갑게 대해주었고 실제론 별로 궁금하지도 않겠지만 전공이 무엇인지, 언제 졸업했는지 관심있다는 듯이 물어봤고, 내 직업의 고충을 공감해주었고, 도쿄서 뭘 할건지에 대해 물어본 후 이곳을 가봐라 저곳을 가봐라 추천도 해주셔서
내 기억에는 ‘땅콩항공’과 비교되는, 인간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직원에게도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직원들도 회장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박OO 회장님이었다.

한창 땅콩항공 사건으로 시끄러웠을 때, 예전에 금O그룹 프로젝트를 맡았던 선배님이 했던 말도 나의 그러한 생각에 힘을 실었다.
그 선배님 왈,

내가 여러 곳 다녀봤는데, 거기만큼 회장 욕 별로 안하는 곳 못봤어.
실무진들 사이에서 오너 인기가 꽤 좋아.
사람이 괜찮나봐.


기사가 터진 후…

그래서 맨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도, 박찬O 회장님 쪽에서 흘린 악의성 기사인줄 알았다.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읽을수록 ‘내가 목격했던 장면들이 성추행의 현장이었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하게 웃고 격하게 반겨주고 신나게 대화하는..

끔찍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내가 그러한 일을 당했을 때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도 안됐다.

물론 내가 본 상황들은 사건현장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느낀 그 분의 추악한 면이 그 분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분명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도 있다고 느꼈다.
클래식 음악계를 포함해 우리 사회 여러 곳으로 향한 그 분의 따뜻한 지원이 순수한 열정에서 나온 것도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분이 약자에게 했던 일이 없던 일로 되는 건 아니다.

어떤 한 사건으로 누군가를 성급히 평가하지 말자.
나는 내가 피상적으로 본 장면들로 유추해서 특정인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그 평가에 커다란 오류가 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성급하게 잘못 내린 평가가 비단 그 한 사람 뿐이었을까.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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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주식 잠깐 샀을 때 주주들이 그렇게 이름을 오르락 내리락 많이 입에 담았던게 기억에 남네요 :D 사람을 평가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해요!

몇년을 만난 친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때도 많죠. 그런데 저 스스로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정의내리기가 어려운게 사실이예요. ㅜㅜ

좋은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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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했더니 숫자 이름으로 된 분이시군요. 흠....

네.... 그래도 악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자신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그런 일을 했다는건 매우 비겁하죠.

한 길 사람 속을 알 길이 없군요 :)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정말.

누군가가 저에게 물어본적이 있어요. 그 비행기 주식에 관해서, 저는 말했죠 사면안돼! 지금도 잘예기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오 통찰력이...! ㅎㅎ

조용히 보팅 누르고 갑니당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기사가 터지기 전까지는 몰랐었지만... 평소 A항공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 지켜보는데 기내식과 관련하여 중국업체와 어처구니 없이 계약한 관련 에피소들과 함께 박 회장님와 금O 그룹 이미지에 대해서는 대충 그려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며느리 윤모씨가 아들의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뉴스를 듣고 나서 점점 실망을 하던 가운데 승무원들의 실상을 알게 되니 이미지가 진짜...

승무원들의 근속년수가 짧은 원인 중 하나겠지요.

역시 애증의 A항공사를 자주 타시니 그 분과도 자주 마주쳤나 보네요. 도대체 얼마나 비행을 하시길래 그렇게나 자주 마주치는 것입니까?

기내식 관련한 에피소드는 전혀 몰랐어요.. 전 그래도 k사 보다는 a사 기내식을 좋아해서 ㅠㅠ
하네다 가는 시간대에 그분과 제가 많이 겹쳤나봐요.ㅋㅋ 그리고 도쿄행은 퍼스트 운영을 안하니까..

제가 좋아하고 세계에서 인정받던 A사의 기내식이 해가 지날수록 점점 나빠지는 이유가 있지요. A사 캐이터링 업체를 중국의 H그룹의 자회사인 G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실망스러운 일이 진행되었는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나올 정도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박회장님이 연관, 그것도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죠. 혹시 궁금하시면 나중에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찾는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어 링크를 남겨드리고 싶어도 그 분들 하는 행동들을 보니 겁이 나서 이거야 원....

그나저나 신기해요 어떻게 같은 사람을 그것도 비행기안에서 다섯번씩이나 보다니요!

'설마 인연....?' 은 아니구요. ㅋㅋ 워낙 상대방이 익숙한 얼굴이기 때문에 제가 유심히 기억해서 그런가봐요.
그리고 전 몇몇 특정 구간의 사무장님들은 기억해요. 그분들도 절 기억하시더라구요 ㅎㅎ 그 구간을 자주 다녀서 그런가봐요.

저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할께요!!

감사합니다!

6~7번이면 굉장히 자주 보신 것 같은데요?ㅎ 사람은 정말 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모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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