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ser] 검이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서라도 검을 사라

in #kr6 years ago

 
"자비로운 주여, 우리는 콤포스텔라의 길을 순례하기 위해 여기 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우리의 존재가 악함이 될 수도 있나이다. 당신의 무한한 자비 속에서, 우리의 앎을 우리 자신에 반하여 사용치 않도록 저희를 도우소서.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이들을 굽어보소서. 자신들은 선하나 삶이 불공평하게 대우한다고 여기고 부당한 일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들은 결코 '선한 싸움'을 이끌어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에게 잔인하며, 자신의 행위에서 악한 것만을 발견하며, 세상의 부당함에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불쌍히 여기소서. 그들은 '그분은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놓고 계신다'는 당신의 말씀을 알지 못합니다.

 
남에게 명령하는 자와, 사방이 닫혀 있고 갈 곳 없는 일요일을 맞바꿔 오랜 시간 일만 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도 굽어 살피소서. 또한 당신의 과업을 신성하게 하며, 당신의 끝 간 데 없는 열정 너머로 가려다가 큰 빚을 지고, 자신의 형제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마는 이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그들은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당신의 말씀을 알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세상을 정복했으나 자신 안의 '선한 싸움'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또한 '선한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세상을 이기지 못했기에 삶의 갈림길에 머무르는 이들도 생각하소서. 그들은 '그러므로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는 당신의 말씀을 모르는 자들입니다.

 
펜과 붓과 악기와 도구를 들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들은 이미 누군가가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자신은 놀라운 예술의 세계로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그러나 하찮은 것들 안에 영감을 쏟아넣기 위해, 펜과 붓과 악기와 도구를 손에 들고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더 낫다고 믿는 이들을 더욱 불쌍히 여겨주소서. 그들은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라는 당신의 말씀을 모르는 이들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 자신들이 거쳐온 수많은 왕국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 이미 수없이 경험한 죽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 언젠가 세상이 끝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불행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비를 베푸소서. 그러나 수없이 죽음을 경험했음에도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으리라 믿는 사람들을 더 불쌍히 여기소서. 그들은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아니하면 아무도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는 당신의 말씀을 모릅니다.

 
스스로를 끊어지기 쉬운 사랑의 끈으로 옭아매 누군가에게 예속되는 사람, 자신이 다른 이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사람, 시기심을 느끼고 사랑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망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들은 들판에 부는 바람이나 다른 모든 것들처럼 사랑 또한 변한다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며, 자신도 알지 못하는 더 높은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더 큰 자비를 베푸소서. 그들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라는 당신의 말씀을 모르는 자들입니다.

 
우주를 한마디로 설명하려고 하거나, 신은 신비한 물약 정도로, 인간은 충족되어야 하는 원초적 욕망만을 지닌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을 측은히 여기소서. 그들은 천체의 음악을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맹신하는 자들, 실험실에서 수은을 금으로 변화시키려 하거나 타로카드의 비밀이나 피라미드의 능력을 이야기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이들을 더욱더 불쌍히 여기소서. 그들은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당신의 말씀을 알지 못합니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리무진을 타고 거리를 지나갈 때 멀리 보이는 어렴풋한 풍경 정도로만 여기는 사람, 에어컨이 돌아가는 펜트하우스 사무실에 자신을 가둬놓고 고독한 권력으로 조용히 고통받는 이들을 불쌍히 굽어보소서. 하지만, 언제나 손을 벌린 채 자비를 베푸는 사람, 오직 사랑으로만 악을 이기려고 하는 사람들도 측은히 여기소서. 그들은 '검이 없는 사람은 겉옷을 팔아서라도 검을 사가지고 가거라'는 당신의 말씀을 모르는 자들입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당신이 약속한 검을 찾아 감히 손에 쥐고자 하는 자들이며, 신앙심 깊은 지상의 죄인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조차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입니다. 우리는 종종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벌거벗은 자들이며 사실은 누군가를 구하면서도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사의 한 손과 악마의 한 손으로 동시에 검을 쥐고 있는 우리를 잊지 마시고 당신의 자비로 감싸주소서.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며, 세상에 머무를 것이며, 우리에겐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가 너희를 보낼 때 돈주머니나 식량자루나 신발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 부족한 것이라도 있었느냐?'는 당신의 말씀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페트루스는 입을 다물었다.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우리 주위의 밀밭을 말없이 응시했다.

 
_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Sort:  

친애하는 마법사님,

글 내용이 참 좋습니다.


그렇지만 스팀시티와 관련되어서 무언가 답변을 해주셔야 할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명확하지가 못하니 오해를 더 불러 일으킬 것도 같습니다. 아예 포스팅을 안하신다면 모르겠으나 이렇게 포스팅을 하신다면 관심을 갖고 있는 대다수의 분들께서 혼란을 더 일으킬것도 같습니다. (저의 조심스런 생각입니다)

지금 이시점에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스팀시티의 가치, 일의 진행방식은 명확할수록 좋다고 생각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마법사님의 글을 좋아하고 스팀시티에 대하여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아주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지지해서 임대를 해주었기 때문에 더더욱 잘되기를 바라는 스티미안중의 하나입니다. 혹시나 제 댓글이 결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하늘님의 포스팅도 있었고, 지금 올리신 이 포스팅이 그에 대한 공식 입장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하늘님의 그간의 포스팅을 보고 소통 방식에서 약간 어려움이 있었구나라고 이해했거든요. 지금은 모호하신 포스팅보다는 명확하신 포스팅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주제가 넘었다면 사죄드립니다. 그렇지만 스팀시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지지의 표현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마법사님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팔로워라는 것도 잊지마시고요.

이건 완전 제 상황을 놓고 쓴 것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ㅎ 팍팍 꽃힙니다. 명검을 가져야 되겠어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마법사님.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3
JST 0.032
BTC 60826.65
ETH 2907.17
USDT 1.00
SBD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