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그들의 합류 #2 (샌프란시스코의 거짓말쟁이)

in kr •  3 months ago




그들의 합류 #2


Title : 샌프란시스코의 거짓말쟁이
 
 
"You are liar! 너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란 말이니?"
 
폭풍 같은 어처구니없음이 쏟아집니다. 거짓말로 매도 당하고 있는 우리의 진실은 모두 상식 밖의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공항에서, 우리는 교회에서는 공연을 해도 보수를 받지 않는다고 애써 항변하고 있었습니다.
 
''니네 나라에 돈 벌러 온 게 아니라니깐.."
 
그러나 현지 통역조차도, 이 사람들은 그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합니다. 교회에서 하는 무보수 공연.. 밥을 얻어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떡과 물고기로 밥은 먹였어도, 돈 줬다는 얘기가 없어 그런지 교회는 밥은 잘 줍니다. 밥만 잘 줍니다. 거진 20여 년 동안 변하지 않는.. 팀이 가면 차비도 겨우 될까 말까 한 수준의 사례비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그건 거짓말, 액수가 적어도 돈을 받은 건 받은 거고, 밥을 얻어먹어도 보상을 받은 건 받은 겁니다.
 
"너 같으면 믿겠니?"
 
도리어 내가 한 말을 자기가 고대로 반복합니다.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상식의 차이가 아닌가.. 설득 당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나라, 기도하고 폭격을 시작하는 나라에서도 무보수, 자비량은 상식이 아닙니다. 이것은 아마도 이미 오래전부터 구축되어 온 일인지도 모릅니다. 일한 수고에 대한 보상을 적당히 하늘나라의 상급과 퉁 치려는 그런 우리의 작태 말입니다. 현대 자본주의의 근간을 세운 이 나라의 방식에는, 수고에 대한 보상이.. 지금 이 세상에서의 보상이..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확장시켜 온 힘이자 도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어하는 모습을 보니 말입니다.
 
저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만난 거리의 버스커에게, 동전지갑에 들어있던 동전 전부를.. 그의 기타 가방에 털어 넣어 준 적이 있습니다. (긴 여행 중 쌓여 온 동전의 양이 꽤나 되었습니다.) 마음에 감동을 얻었고 이 나라의 방식대로 기꺼이 보상을 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네요. 거리의 버스커에게도 보상이 자연스러운 이 나라의 법칙을 따르려면, 교회에서의 공연도, 특송 한 곡에도, 보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문화를 구축해 가는 일은 아마도 보상이 없는 자리에 서지 않는 일이 지속되고 반복되어야 가능한 것일 겁니다. 이미 그런 시간이 오래고..
 
그래서 다들 떠났습니다. 여름성경학교가 없어지고, 중고등부가 자취를 감추고, 청년부가 쪼그라드는 건 이미 예언되어 있던 일입니다. 그들은 모두 하늘의 상급을 기대하며 날아가 버렸습니다.
 
하늘의 상급은 하늘의 몫입니다. 감동한 자의 몫은 기꺼이 공연자의 수고를 보상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발에서 먼지를 떨어버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되기 전에..
 
그래서 우리는 입국 거절을 당하고, 20시간을 꼬박 감금당했다가, 비행기에 태워져 무보수, 자비량의 나라로, 무급 인턴의 천국天國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그리고 이 하늘나라의 보상은 열.정.페.이.입니다. ‘그런 비상식은 너네 나라나 가서 해라..’ 아메리카 땅을 밟지도 못하고 떠나오는 뒤통수에 그런 말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이제껏 모두들 그랬던 것처럼 ‘숙식은 제공할 테니, 비행편은 직접 마련해 오세요.' 했습니다. 것도 뻔뻔하게.. 시혜를 베풀 듯 말입니다. 물론 보수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못된 버릇 덕에.. 몹쓸 경험을 했습니다. 반성하며.. 참회하며.. 마땅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컨퍼런스를 연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 봅니다. 싼값에.. 무보수에.. 하늘의 상급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안위하며, 마땅히 보상할 만하지 못한 실력을 위장하지는 않았는지.. 실력에 자신 있는 자는 보상하지 않는 자리에 서지 않고, 마땅한 보상을 쫓아 더 큰 자리로 나아가고 도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판치는 조국을 떠나, 실력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땅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던 한류의 개척자들처럼.. 보상하지 않는 세계는 도태되게 두고, 보상받을 만한 실력을 키우기 위한 일만 시간의 반복을 지속해가야 합니다. 자비량은 자신의 사역을 위한 것이지, 남의 수고를 그럴듯하게 착취하는 명목이 아닙니다. 열정페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이 지불하는 것이지, 다른 이의 정당한 대가를 후려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비량도 열정페이도 아닌.. 정당한 보상과 마땅한 대접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맞을 수 있게 될 때, 컨퍼런스를 다시 열도록 하겠습니다. 이 컨퍼런스를 위해 허접한 제안에도 기꺼이 동참해 주시려 했던 사역자님들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좀 더 단단하고 견고하며 자양분이 가득한 토양을 준비하여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그들의 합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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