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그들의 합류 #1

in kr •  3 months ago




그들의 합류 #1



차라리 편안해진 마음으로 멀린은 영화를 한 편 때립니다. <다시, 벚꽃>..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에 관한 다큐 영화입니다. 작정하고 본 영화가 아닙니다. 시간대가 맞는 게 이 영화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짜식.. 의연하다. 의외로 잘해가고 있네. 난 놈이구나. 너도 마법사다.

 
그러데 문득 직관은, 멀린이 잊고 있던 약속을 의식으로 떠올립니다.

 

너희들의 첫 음반을 팔아 천만 원을 만들어 오면 내가 천만 원을 더 투자해 주지.

 
그때 말입니다. 2차 여행을 떠나야 했던 그 2015년, 멀린은 운명을 따르지 않던 그 시간에, 어느 인디밴드랑 상호작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멀린의 직관으로 탄생한지도 모를 그 밴드는 마침 내분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멀린은 서쪽 여행을 가지 않고 이 밴드를 따라 다시 동쪽으로 미국 투어를 갔습니다.

 


음, 말하자면 긴데, 어쨌든 그 밴드의 탄생에 내가 일조를 한 탓도 있고, 미국 투어조차 내가 일전에 제안했던 프로젝트라 궁금하기도 하고.. 어차피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차라 따라간 거지. 하지만 그렇게 팀이 갈라지고 있는지는 나도 몰랐어.

 
멀린은 이 팀의 미국 투어를 따라갔다가, 앞에서 말한 그 가방마저 비행기에서 잃어버립니다. (*델타항공입니다. 사과 한마디 없이 마법사의 가방을 꿀떡 삼켜버렸습니다. 저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 그리고 이 밴드 또한 팀워크를 잃어버리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델타항공, 전산 장애로 전 세계 항공편 '마비', 2016년 8월 8일> 멀린은 자신이 직접 관여한 바는 없다고 말하면서, 델타항공이 자신의 가방을 삼켜버린 지 딱 일년만의 일이긴 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델타항공은 이 사건으로 1억 5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잘 되어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뒤에서 지켜볼 수만 없어서 봉합책을 하나 제안 한 거야. 이제 막 첫 앨범을 낸 밴드, 그러면 어쨌든 열심히 활동하고 음반 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사분오열 돼서 치열한 내분을 겪고 있는 밴드를 다시 묶어 보려고 말이야.
 
"너희가 연말까지 음반 천장을 팔아서 천만 원을 만들어 오면, 천만 원을 더 투자해 주지.”한 거야.
 
어쨌거나 남의 집안일이라 관여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 밴드의 탄생 과정에 역할이 없었던 건 아니라.. 그리고 좋은 구성원들이 안타깝게 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아서.. 뭐 그런 거 있잖아. 내분이 격할 때 공통의 새로운 목표를 제안함으로 결속을 다시 다져 보라는.. 그런 제안을 했었어.

 
멀린은 이 밴드가 결성되는 시점에 천만 원을 헌금했었습니다. 왜 헌금이냐구요? 이 팀이 처음에는 교회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비즈니스가 아닌 미니스트리, 일종의 선교사역을 한다고 해서 멀린은 헌금을 했던 겁니다. 그런데 팀은 미니스트리는 안 하고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멀린은 헌금이 투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팀은 봉합할 수 없을 만큼 갈라져 있었고, 상처는 곪고 있었습니다.

멀린은 쉽지 않겠지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팀원이 10명이니, 1인당 100만 원씩, 천만 원의 매출을 내면 다시 천만 원을 더 투자해주겠다, 하지만 연말까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내 투자금은 다시 상환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당시 이 팀은 멀린의 투자금을 스튜디오 보증금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1인당 할당량은 자신들의 첫 음반인 CD 100장입니다. 100장은 무얼 해도 팔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아는 사람이 없어도 전화번호부에 몇 백 명의 지인은 있기 마련이고, 멤버 대부분에게 첫 음반인 셈이었니, 일단 사주고 볼 지인들도 있을 터입니다. 문제는 열정이고, 애정입니다. 팀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 그것이 서로에게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려운 미션은 아니었을 텐데.. 처음에는 다들 반짝하고 흥미를 보였으나 곧 곪아버린 상처가 흥미를 덮어 버렸습니다.

 


미국 투어 후, 결국 팀은 갈라졌어. 그리고 내 제안은 이리저리 튕겨 다니다가 이번 순례 여행을 함께 가게 된 한스에게서 완수되었지. 여기도 뭔가 직관적인 상황이 있었는데, 팀이 깨어진 이후 나는 갈라져 나온 다른 팀과 상호작용하고 있었어. 그 팀이 천만 원 투자금 상환에 의지를 보였고, 그래서 나는 다음 프로젝트로 미국에서의 장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선발대로 먼저 팀원의 일부와 함께 다시 미국에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나는 직관을 따라 계속 조건을 확인했어. 선발대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천만 원이 상환되어야 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갈라져 나온 팀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준비가 다 되었다고 했어. 그런데 막상 출발하는 당일까지 투자금은 상환되지 않았지. 다만 미국에 도착하면 줄 테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만 전달되었어. 미심쩍었지만, 이미 짐 싸서 비행기를 타러 나온 마당에 되돌릴 수도 없고 단호할 수도 없었지. 그런데 말이야 찜찜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타 이제 휴대폰의 전원을 꺼야 하는 그 상황에 말이야. 갈라진 다른 팀의 리더인 한스가 천만 원을 상환한 거야. 그 천만 원이 내 통장에 들어와 버린 거야. 이제 비행기는 이륙해야 하는 상황에 말이야. 그것도 미국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천만 원이 준비가 되었으나 미국에 가서 주겠다던 다른 팀의 리더를 통해, 이제 막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 통장으로 상환이 되어 버린 거야.
 
‘아.. 이건 무슨 일이지. 운명이 바뀌는 건가?’
 
그리고는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우리는 무슨 운명의 장난처럼 입국 거부를 당했어. 심지어 나는 입국심사를 다 받고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 짐까지 찾아 놓고 있던 상황에서 말이야. 일행 중 한 명이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출입국심사 오피스로 끌려 들어가더니, 밖에서 기다리던 나와 다른 일행까지 소환되었어. 그리고는 8시간 동안 취조를 받고는 결국 20시간을 감금 당한 채, 중동 사람들도 모두 통과한 그 국경을 못 넘어서고 한국으로 송환되고 말았어. 멘붕이었지.. 결국 다른 팀의 리더 한스가 운명을 막아선 셈이 된 거야.

 
멀린은 다시 생각해도 매우 신기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합니다. 미국 프로젝트 팀이 원래 상환하기로 한 천만 원을 제때에 상환하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일행 중 1명이 두 달여 간의 체류 기간 동안 사용할 현금이 얼마나 있냐고 묻는 입국심사관의 질문에, 백 달러가 있다고 답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황해서 수중에 있던 현금만 떠올린 겁니다. 멀린은 지나간 일이지만 제때에 천만 원이 들어왔더라면 현금화해서 일행 셋이 나누어 가지고 있었을 테고, 그러면 당황해서 가진 금액을 말하더라도 3,000달러 정도를 말하게 되었을 테니,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러면 운명이 달라졌을까요? 직관은 이미 운명은 바뀌었다고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처음에는 일행이랑 같은 입국심사 줄에 서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 다른 줄로 옮겨가는 거야. 아마 다른 게이트들이 열리면서 빨리 심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옮겨 갔나 본데, 내게는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그 친구가 이동해 가는 순간이 느려지고 흐려지며, ‘아.. 운명이 바뀌는구나’하는 직관이 스쳤었지. 그리고는 그 일들이 벌어진 거야.

 
멀린은 이민국의 오피스에서 심사관들에게 취조를 당하며 심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이 팀의 미국 프로젝트는 메인이 교회 사역이었습니다. 본래 팀의 결성 목적이 미니스트리였으니 본질을 회복하자는 의미였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것을 애초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미국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의 활동은 교회들을 대상으로 한 자비량 사역이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민국의 심사관은 완강하게 의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 활동한다고 해서 댓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상도 없이 일을 할 수가 있냐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하고서는 ‘You are liar!’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마법사가 순식간에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교회 사역을 하게 되면 사례비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을뿐더러, 초청받아서 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보상을 기대할 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많은 경우 일부 헌금을 받더라도, 어려운 현지 사역 활동에 도로 기부하고 돌아가는 것이 통상적인 일입니다.

자본주의의 나라, 아메리카 대륙의 심사관은 댓가 없이 하는 일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의심을 합리화하기 위해 억지로 우기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멀린은 말합니다. ‘아,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보상 없는 일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구나. 아니 그것을 상식으로 하고 있구나.’ 멀린은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고 합니다. 강제 귀국을 당한 멀린은 관련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그들의 합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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