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그들의 합류 #3

in kr •  3 months ago




그들의 합류 #3



수고한 자가 자신의 보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종교의 언어로 창조의 섭리입니다. 그것은 작용, 반작용의 물리법칙임과 동시에, 원인과 결과로 구성되어지는 피조 세계의 질서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는 ‘카르마’라고 부릅니다. 수고가 있으면 그것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 에덴에서 쫓겨난 최초의 사람에게 한 신의 약속이었습니다.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_ 창세기 3장 17절

 
거저먹던 것을 수고하여야 먹게 되는 것. 그것은 다시는 물로 세상을 멸하지 않겠다던 약속의 무지개처럼, 타락한 세상일지라도 네가 수고하면 보상을 얻게 되리라는 신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선택이 있으면 책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원인에 따르는 결과와 책임을 신조차 거스를 수 없어, 세상의 죄를 대신해 그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기독교의 교리입니다. 기독교의 교리는 카르마를 말하고 있습니다. (용어가 이교적이라고 해도 말이죠.) 원인과 결과의 방식으로 세계가 구성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는 말씀을 따라 시작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지금까지도 아메리카 대륙 국경의 저 입국심사원의 일상적 상식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고한 자가 마땅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는, 신의 공의가 사라진 무신론적 사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종교지도자들은 매우 강력하게, 수고에 따르는 보상을 하늘나라의 상급으로 치환해 버렸습니다.

수고에 따르는 보상이 필요한 곳은 하늘나라가 아닌 여기 바로 ‘세상’입니다. 수고에 따라 보상을 얻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은 바로 타락한 세상인 ‘여기’입니다. 그래서 그 지도자들이 그토록 경멸하는 공산주의 시스템은, 수고에 따른 보상이 아닌 일률적 보상으로 사람들이 게을러져서 망했다고 설파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수고에 따른 보상을 하늘나라의 면류관으로 미룸으로..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이 땅의 소산을 중간에서 가로채어 폭식함으로.. 보상을 기대할 수 없어 노동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N포세대들을 양산해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수고하는 자가 보상을 기대하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예수의 비유에 의하면 정당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노동을 포기한 한 달란트 받은 자는, 그의 주인이 ‘아무 수고도 하지 않고 남이 심고 뿌려 놓은 것을 거둬들이는 지독한 분인 줄을 알았다'고 (마태복음 25장 24절/현대인의 성경) 핑계 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있는 것마저 빼앗기고 바깥 어두운 곳에 내쫓겨 통곡하며 이를 갈게 되고 맙니다. 그는 주인의 말처럼 은행에라도 맡겨 이자라도 받아야 했습니다. 땅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수고하는 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하찮게 여기며 땅에 묻어두면 일어나는 결과입니다. 어두운 곳에 내쫓겨 통곡하며 이나 갈게 되는 최후 말입니다. 마법사 멀린은 깨어진 이 팀원 모두에게서 숨겨진 달란트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 (마태복음 13장 44절)고 성서에 기록된 바와 같이, 자신의 전 재산과 다름없는 천만 원을 들여 이 밴드의 미래 지분 일부를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재능과, 마법사의 투자와, 인연과 시간을 연결해 준 하늘의 기회를 하찮게 여긴 이들은.. 첫 앨범이라는 결과물과, 대부분의 인디밴드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인 미주 투어의 기회를 놓고도, 주어진 기회를 보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두려움으로 치환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덮기 위해 익숙한 핑계인 성격차이, 의사소통의 부재, 리더십에 대한 불만들을 정면에 내세우며, 하늘이 내어 준 기회를 뭉개버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그리던(?) 불만 모드로 가득 찬 평범한 루저의 일상으로 재빨리 회귀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남은 기회는, 그것을 매우 안타까워하며, 많은 실수와 부족함에도, 여전히 간절함만을 잃지 않았던.. 남은 팀의 리더 한스에게 돌아갔습니다. 그에게는 약속대로 이천만 원의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멀린은 남은 팀의 리더인 한스에게 찾아가, '네가 미션을 완수했으니 약속대로 나는 너에게 이천만 원을 투자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뒤에 한스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생각했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입국 심사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청춘을 미국에서 보낸 한국계 미국인인 한스에게는 낯선 일이었나 봅니다. 오히려 뚜벅뚜벅 마법사를 찾아와서, 파라오 앞에 선 모세처럼.. 내가 미션을 수행했으니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어렵게 직관적 선택을 해 놓고서도, 금방 깨어나 내가 뭔 짓을 한 거지하고 어리둥절해하며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 또한 떨어져 나간 다른 팀원들처럼, 밭에 감추인 보화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어쨌든 자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이, 간당간당하게도 이 길을 지속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일로 많은 상처를 입고 눈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바로 인식하기에는.. 쏟아지는 슬픔과 아픈 마음을 다스리기에도 아직 시간이 부족했나 봅니다. 게다가 그로서는, 어쩌면 인생 최초의 도전이자 최초의 좌절이었을 이 사건이, 감당하기 벅찬 결과를 내어, 해석은커녕 감정처리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 한스에게는 약속되었지만.. 아직 그의 상황이 그 금액을 집행할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 나 또한 이미 직관의 궤도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내 길 찾기에도 벅찼고.. 다만 이 모든 일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지점에서 무언가 다시 시작되리라는 막연한 믿음만 있었지. 그러다 영화 <다시, 벚꽃>을 보는데 아무 맥락도 없이 남겨진 한스의 팀이 생각났어. 간간이 만나 안부는 묻고 있었지만.. 버스커버스커.. 그래 이들이 갈라지고 만 미국 투어도 실은 버스킹 투어였고, 내가 제안했던 거였는데.. 왜 정작 미국까지 가서 버스킹은 한 번도 못했던 거지.. 직관이 말하기 시작했어. ‘제안해 보렴. 유럽에서 버스킹 투어를 해보자고 말이야.’
 
“한스! 유럽에 가자, 가서 버스킹을 하자!!”

 
마법사 멀린과 한스, 그리고 유일하게 남은 한 명의 팀원 잭은 그렇게 유럽 버스킹 투어를 가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남은 자들에게 보상이,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보상으로 여길지, 그저 우연히 일어난 행운, 해프닝쯤으로 여길지는 받는 자의 몫입니다. 멀린에게는 자신의 두 번째 순례여행이 될 이 여행이 마치지 못한 숙제처럼 주어졌고, 한스에게는 다섯 달란트 가진 자임에도 한 달란트 가진 자처럼 자신을 인식하던 옛 습관을 벗고, 다섯 달란트 모두를 잘 관리해야 할 미션이 다시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남은 팀원 잭에게는, 후에 알게 되었지만 오롯이 보상으로 주어진 여행이었습니다.

멀린은 이 일이 역사에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께서 자신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의 행적을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서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게 하라.’ (마태복음 26장 13절)고 한 것처럼, 자신을 마법사로 인식하기를 멈출 뻔했던 젊은 마법사의 어리석은 순간과, 비록 한 달란트 받은 자처럼 자신을 업신여긴 탓에 팀이 깨어지는 아픔을 겪고 모두가 떠나가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부르심을 붙들고 놓지 않고 있었던 한스의 행적에서,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밭에 감추인 보화로서의 자신을 깨닫고, 그런 존재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서쪽으로 떠나는 2차 여행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그들의 합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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