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그들의 합류 #4

in kr •  7 months ago




그들의 합류 #4



멀린은 떠나간 다른 팀원들에 대해, 그들은 저주의 시간을 감당하고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주라.. 좀 과격한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멀린은 단호했습니다. 축복과 저주, 기회와 추락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인 것이라고, 사람이 자신에게 내려진 축복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때 그 축복은 언제나 저주로 변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들의 저주는 이런 거야.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적 인연과 어쨌든 스스로 선택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시간을, 나쁜 리더에게 속고 게으른 팀원들 때문에 망쳤다는 핑계와 자책감으로 덧칠하는 것 말이지. 하나하나 따져보면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기대에 찬 선택을 했을 텐데, 어느 관계에나, 어느 공동체에서나 겪게 되는 폭풍의 시간을 통과해 내지 못하고 튀어나가면서, 그 모든 관계와 시간을 저주로 치환해 버리는 것 말이야. 호랑이가 저도 인간이 될라고 곰처럼 마늘 먹고 쑥 먹고 했으면서, 못 견디고 도망치는 주제에 ‘미련한 곰 새끼가 사람 될라고 지랄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것 말이지.
 
선택한 자는 그것의 끝을 보기까지 포기해선 안돼. 도대체 이게 몇 번째 망치질인지 알 수 없거든. 딱 한 번의 망치질이 남았을지도 모르고, 아직 수백 번의 망치질이 남았을지 몰라. 중요한 건 어쨌든 그 횟수가 정해져 있다는 거야. 그러므로 이 팀에서 망치질을 끝내보리라 선언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가봐야 하는 거야. 그래야 후회가 없고, 설사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마음의 근육이 단련되어 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거야.

 
멀린은 안타까운 듯 말을 멈췄습니다. 듣기로는 이 팀원들 모두는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1년 동안 이 팀에 헌신하겠다는 서약서에 모두 싸인했다고 합니다. 멀린은 무슨 혼인서약도 아니고 헌신 서약서를 쓰는가 의아했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모든 서약은 그것 자체로 구속력을 갖기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팀원 10명 중 그 서약을 지킨 이는 3명뿐 이었습니다. 멀린의 말대로면, 스스로 서명한 서약을 지키지 못한 남은 7명은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저주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가장 큰 저주는 이거야.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을 다시 만나기 껄끄러운 문제적 관계로 변질시키는 것. 한때 미래를 함께하기로 약속하던 관계를 똥 밟은 관계로 만듦으로써, 회복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말이야. 그렇게 상처 난 관계는 회복하기가 너무 어려워. 이미 떨어져 나간 뒤에는 더더욱.. 다시 만나봐야 같은 지점에서 또 갈등하게 되고, 한번 도망쳐 본 기억은 또 쉽게 도망치는 선택을 하게 만들거든. 그러나 그렇게 지나간 과거로 두기에는 그들의 선택은 너무도 옳았어. 운명적 관계 말이야. 심지어 서약서를 쓸 정도로 확신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서로서로 말이야.
 
이제 이들은 모두 저주의 덫에 걸려서, 인생에 비슷한 순간이 나타날 때마다 도망갈 거야. 그리고 “아! 밴드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안 돼~”, “그 사람 내가 겪어 봐서 아는 데 틀렸어.” 등의 말들을 쉽게 내뱉으면서, 스스로를 자신의 운명의 자리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지. 또한 다른 운명적 관계들로부터 접근할 수 없게 만들지. 옛 상처 운운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자신을 자꾸 고립시켜 가게 되는 거야. 스스로 저주에 빠져드는 거지.

 
모든 관계에는 갈등의 시기가 있습니다. 모두가 서로 다르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갈등의 시기를 자꾸 회피하면 자라나지 못한 어른 아이가 되고 맙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관계에 대한 경험치를 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Gap, 모든 관계에 Gap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다르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존중한 다는 것은 너와 나 사이의 Gap을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그것으로 오히려 Gap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저마다 자신에게 상대를 맞추라고 하거나,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맞추려다간, 관계 사이에 놓인 Gap에 발이 빠져 실족하고 맙니다.

 

Mind the ‘Gap’.. Mind the ‘Gap’..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온전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온전한 나로 관계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Gap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관계의 환상은 그 Gap을 인식하지 못하게 합니다. 큐피드의 화살은 우리의 눈을 멀게 해서, 우리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 완전한 하나일 거라는 착각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뽕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깨어난 뒤 확인하게 된 Gap에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갈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Gap이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인식처럼, 세상에는 선인과 악인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 Gap을 잘 인식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확장해 가는 것이 어른의 할 일입니다. 성숙한 관계의 시작입니다.

저주의 시간을 감당하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하나의 이름으로 함께 했던 밴드로서의 서약을 지켜 낸 한스와 잭에게는, 저주의 시간이 아니라 시행착오로, 밴드의 성장 역사로 기록할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그들 또한 이 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해 낸 다면 말이죠.

 


무엇보다 가장 큰 저주는 마법사를 만날 수 없게 된 거야.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기회를 이 딴 식으로 해 먹나. 쯧쯧..

 
쩝.. 멀린, 지나치게 당당한 거 아닙니까? (마법사로서의 자기인식을 놓치지 않으려 애써 당당한 척하는 허세라면 마음이 짠하긴 합니다만..)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나는 그들 인생의 키 하나를 쥐고 있다구. 그렇게 나눠 가지고 이 땅에서 만나기로 하고 태어난 거야. 그래서 만난 거고.. 저렇게 가버렸으니 나는 그들의 키를 사용할 수가 없어. 뭐, 나로서도 두 개의 키를 동시에 돌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문들이니, 이따위 키들 주렁주렁 가지고 있어봐야 쓸모도 없지만..

 
멀린은 그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알고 있습니다. 두 개의 키를 나누어 쥐고 세상에서 다시 만나는 것. 그리고 함께 돌려야만 열리는 기적의 문 앞까지 신뢰하며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많은 순간들을 견디고 버티며 지내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큐피드의 화살 뽕이 약효를 다하자마자 도망치는 그들을, 쫓아가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오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평안감사도 저하기 싫으면 말아야지 어쩌겠나, 어차피 자기 인생인데..’ 하는 깨달음을 자꾸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심심해진다고.. ‘네 맘대로 하렴.’ 하고 있다 보니, 사방팔방 도망치다 자빠지고, 깨지고, 억울해지는 그들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려고 더 살아야 하나.. 회한이 든다고 말합니다.

 


이놈의 키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 소용이 없다구..

 
그 키는 마법사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운명적으로 만나는 모든 관계들은 그 키들을 맞추어 보려고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키를 사용하기 전에 도망치게 되면, 그것으로 그들에게는 저주인 것입니다. 남은 자는 남은 자 대로, 떠나간 자는 떠나간 자 대로.. 남은 키 하나를 달랑 거리고 있는 마법사에게도 역시..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그들의 합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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