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순례의 서막 #3

in kr •  3 months ago




순례의 서막 #3



세상의 어떤 비의秘儀를 쫓는 세계관들과 음모론에 심취한 사람들에 의하면, 인류가 곧 의식의 대상승을 경험하게 될 지구 변혁의 시기에 도래하게 되고, 이를 위해 2000년에서 2017년까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의 스타게이트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시기와 원인에 대한 설명은 모두 제각각이면서 일정 부분 일치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기원을 따지자면 채널링과 UFO, 외계 문명과의 조우 경험 등과 같은 신비적인 접근과 격암유록, 천지개벽과 같이 동, 서양을 막론하면서도 서로 간의 연계성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제각각 말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같은 흐름을 공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멀린은 이러한 흐름에 마음을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언가 인류의 무의식을 말하는 단초들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을 어디서는 신으로 섬기며, 또 어디서는 자신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영적 존재로 여기더라도, 그만큼 태양이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만큼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온갖 비의들과 비밀스러운 세계관과 음모론 속에서 말하는 존재와 현상들의 영향력은 실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건 말이죠.

멀린은 자신의 직관이 말한 2017년과 소위 뉴에이지 세계관에서 말하는 2017년, 그리고 현상적으로 보이는 2017년의 한반도의 상황들이 멀린과 그의 삶에 어떤 행동과 선택을 촉구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 현상과 해석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말이야. 곧 지구의 의식이 고차원으로 상승하게 되고, 그 에너지가 스타게이트라고 불리는 지점을 통해 열리게 되는 데, 그 지점이 세계에 여러 군데가 있다고 말해. 남극점, 버뮤다 삼각지대, 미국 플로리다, 이집트의 가자 스핑크스,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 러시아 모스크바, 중국 산시성의 시안, 티베트의 라싸, 그리고 단골로 등장하는 영국의 스톤헨지와 프랑스 남부 몽세귀르.. 주로 세계 몇 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지역들이지. 그런데 말이야 스톤헨지.. 거기를 갔어야 했나? 지난 영국 방문 때 누군가 스톤헨지는 안 가보냐고 했었거든.. 스톤헨지 그 돌무더기, 뭐 볼게 있겠어. 하고 가지 않았었는데 말이야.

 
멀린은 실은 지난 영국 방문 때 스톤헨지를 가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교통편이 불편하고 미스터리류 소재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터라, 애까지 써가면서 방문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 내가 어딜 간다고 했었지. 런던~스페인~베를린..

 
지도를 보며 2차 여행의 예상 코스를 짚어보던 멀린은 깜짝 놀랍니다. 영국의 스톤헨지와 프랑스의 몽세귀르.. 스타게이트 중 2곳이 여행코스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쩌면 멀린은 2017년 이 스타게이트가 닫히기 전까지 이곳들을 방문해야 할 인생의 미션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기회는 있었습니다. 8년 전, 첫 번째 유럽여행 때, 그리고 딱 1년 전, 영국 방문 때에도 이곳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멀린은 왜 깨닫지 못했을 까요? 어쩌면 그곳에서 이 젊은 마법사를 기다리고 있는 미지의 존재들이, 기다림에 지루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매번 깨닫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이 마법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숨겨진 칠천 명의 마법사들이 이곳들을 모두 지나가야 지구의 의식 상승이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순례하듯 그곳을 지나쳐야.. 그들 모두의 발자국이 인증샷으로 담겨야.. 이 거대한 우주의 새로운 차원의 에너지가 지구에 쏟아져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마치 누군가의 인생에 결정적인 땅콩 하나가 얹어짐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듯, 천 번째 만의 망치질 끝에 드러날 보석을 찾기 위한 998번째, 999번째의 망치질처럼.. 이 젊은 마법사의 방문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운명은 멀린의 삶을 강제로 붙들고, 당근으로, 채찍으로, 경고하고 권고했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지 않든 말입니다.

 


우울하던 기분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했어. 스타게이트.. 외계인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마법사가 필요한가? 스톤헨지.. 거길 갔어야 했던 거야. 작년에 영국에 갔을 때 말이야. 아직 내가 오길 우주선이 기다리고 있나 보다. 한 명이 부족해서 지구를 못 떠나고 있나 보다. 알았어. 내가 가주지. 까짓 거 지구인의 의식 속에서 나라는 인물, 사라진 지 꽤 되었어. 유명인이 아니니 가족과 지인들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나는, 지난 1년 여간 전화통화 한 번을 한 지인이 손에 꼽을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꺼져가고 있었어. 그러니 병거 타고 하늘로 승천해도 아무 문제없어. 다만 내 직관을 유일하게 수용해주는 어머니와 그나마 나를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실종’ 그거다. 실종, 생텍쥐베리처럼.. ‘스톤헨지에서 사라졌다고 전해주오.’ 하고 떠나는 거야.

 
멀린은 길 잃은 사람이 이정표을 찾은 듯,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의미 없는 삶을 지탱해 내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습니다. 삶에 아무런 맥락을 부여하지 못하고 그저 쳇바퀴 돌 듯하는 순간들을 견뎌내기는 지옥같이 힘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신화를 부여합니다. 종교든, 이념이든, 음모론이든.. 이 지루한 삶에 어떤 맥락을 부여하지 않으면 존재 의미를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대할 때 그 사람이 어떤 신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 그게 말이 되냐” 이런 소리 하지 말고 말입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왜 그런 신화를 받아들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신념화하였는지, 그것을 살펴야 합니다. 그것이 사이비 종교든, 입신양명의 성공주의이든, 이타적 삶이든, 속물적 삶이든, 어쨌든 모두 분리 개별화되어 가고 있는 인류 의식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흥미롭게 존중하며 바라보아야 합니다.

맥락이 부여될 때,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체계화하기 시작한 누군가는, 다른 이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물론 귀가 얇은 사람들은 주체적이기 보다 의존적으로 삶의 맥락을 부여해 갑니다. 온갖 이야기들이 짬뽕되어버리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세상에는 온갖 퓨전들이 넘쳐나는 데, 오히려 그것이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들 사이에도 존재하는 자기중심입니다. 나만의 맥락을 가지든, 온갖 사람들의 맥락이 혼재되어 흐르든, 그 중심에 자신만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맥락에 지배당한 채 질질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맥락이든, 그것을 부여하고 수용하는 권리만큼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말고 내 스스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마저 타인과 환경에 넘겨준 채로 혐오스러운 삶을 산다 해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끝까지 그렇게 살아낸 삶은 심지어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멀린은 맥락 없이 흘러오던 시간들 속에서 맥락을 찾아내어 편안해졌습니다. 이제는 따르기만 하면 될 뿐입니다. 그러면 왜 2015년의 봄에는 2차 여행의 맥락을 놓쳤을까요? 이유는 분명치 않아도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직관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만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할 수 있는 결과들을 피하기 위해 따라야 할 때가 있습니다. 멀린은 2차 여행의 맥락을 놓침으로써, 또한 직관을 무시함으로써, 괴생명체의 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정황상으로 볼 때 여행을 떠났다면 겪지 않았을 일입니다. 오랜 여행으로 지칠 대로 지친, 게다가 어쨌든 암 환자의 신분으로서 여행을 이어가지 않은 것은 상식적인 선택입니다. 그러나 그 상식은 괴생명체의 습격 따위는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브렉시트나 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탄핵 등과 같은 현상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상식적으로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상식적으로 산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비상식적인 일이 되고 맙니다.

이 비상식이 상식인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맥락을 파도타기 하듯 이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대처가 가능합니다. 나는 어쨌든 나의 길을 가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물 위를 걷던 이가 자신만의 맥락을 놓치는 순간 두려움에 빠지게 되고 그 두려움은 파도처럼 자신을 덮칩니다. 그러니 그는 물이 아닌 두려움에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젊은 마법사가 마법사로서의 자기 인식을 잠깐 놓은 사이, 그의 삶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상식적인 일들로 침몰해 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상식적인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비상식의 파도타기를 이어온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상식적 선택을 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마법사가 말입니다. 비상식의 우주를 사는 마법사가 상식적인 선택이라니.. 요리사가 식칼을 들고 발레를 하는 꼴입니다. 운전기사가 버스로 자동차 레이싱을 하는 꼴입니다.

어쨌든 이제야 비상식 모드, 아니 마법 모드로 다시 전환한 이 젊은 마법사는 오랜만에 프레쉬한 분위기를 풍기며 생기를 찾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는 이 여행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단지 숙제하듯 떠나면 되는 2차 여행이 아닌데.. 이것은 그가 이미 그의 이전 책에서 예언한 것처럼 두 번째 순례여행이었음을, 그의 숨겨진 검을 찾기 위한 순례여행이었음을 멀린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본 여행은 일종의 순례여행이기도 합니다.
 
_ M.멀린 <개새끼 소년 Ridiculous boy>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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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생명체라니... 소설인가요 멀린님? 아니면 실제?? ㅎㅎ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