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삶을 위하여

in #kr7 years ago (edited)

IMG_2838.JPG

집에 책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완독한 책은 정말 손꼽을 정도다.
책을 사고 한쪽도 읽지 않은 책도 다수다.

그렇게 읽지도 않은 책이 많으면서 또 서점에 가서 책을 기웃거리다 사오기 일쑤고 핸드폰에 깔린 전자책의 숫자는 실로 어마하다. 그리고 역시 완독한 전자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많은 책은 나의 공허함을 말해준다.

무언가 나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사람으로 채울 수 없었던 나의 허전함을 나는 책으로 채우려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우리 가족들은 나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고 나는 왠지 그런 이미지에 맞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그들 앞에서는 왠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괜히 손에 들고 있기도 한다.

(심리학에 ‘낙인 효과’라고 있었다. 한번 누군가를 그렇게 낙인 찍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한다는 효과였을 것이다.)

그럼 책이 좋냐고 물어보면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책의 장점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짧고 또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가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당장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무궁무진하게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몇천년 동안 전해 내려온 지혜를 책에서 손쉽게 익힐 수 있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스릴 만점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기도 한다.

이토록 책의 장점이 많으나 내가 책이 좋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책을 나의 도피처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어쩌면 가장 고상해보이는,
현실에서 용납되는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의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현실의 문제와 부딪히지 않아도 책을 들고 있으면 무언가 열심히 인생을 탐구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자기계발에 열심인 부지런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사실 실생활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

실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또 내가 실제로 일터에서 느끼는 그러한 땀과
나의 소중한 감정들.

책에서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닌,
나의 인생에서 나의 경험으로 여실히 배워 나가고 싶다.

‘나의 지금 현실은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의 총합’ 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나는 생각보다 그다지 불행한 생각만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지금 내가 과거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한 삶의 조건을 누리고 있다. 나는 꽤 운이 좋은 사람인 모양이다.
혹은 어쩌면 나의 불행은 어릴 적에 이미 많이 지나갔는지도모르겠다.

한때 죽고 못 살 것처럼 붙어 다녔던 친구들과 사소한 오해로 연락이 끊기고 또 새로운 인연들이 생겼다.

나와 비슷한 불행을 겪었던 친구도 있고
지극히 평범한,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도 있는데
나와 비슷한 불행을 겪어봤던 친구는 나와 공감대가 많아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어서 좋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는 또 나만큼 어둡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또 나와 달리 일상의 평범한 행복을 잘 누리고 있는것 같아서 배울 점이 많아 좋다.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너무나 편리해졌고 마음만 먹으면 전세계에 친구를 만들 수도 있고 오만가지 정보를 습득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다 핸드폰만 보고 있고 왠지 그러한 모습을 보면 나도 딱히 할 일이 없지만 괜히 핸드폰 어플을 살펴보거나 관심도 없는 뉴스를 클릭해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실제 눈을 보면서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그 사람의 웃음을 보면서 같이 대화하는 시간은 과거보다 확실히 줄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문화가 이토록 급격히 달라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아직도 예전처럼 사람과 사람의 살이 맞부딪히는 그러한 유대감을 마음 속으로 그리워한다.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많은 정보를 나누고 친해지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이웃들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고 서로 일상을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시시콜콜한 담소를 나누는 그런 시간을 조금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의 왠지 모르게
공허했던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지 않을까.

모든지 잘 쓰기 나름이다.

우리의 지금 이토록 편리한 환경을 잘 활용하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독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주어진 환경을 잘 활용하여
더 충만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Sort:  

저의 책은 매번 업데이트가 됩니다.
매우 소중합니다.

오늘도 업데이트 해주셔서 고맙습니갑!

:-)

전...
집에 공간 줄인다고 마눌님이 버리라고 해서 ...
버리고도 버릴수가 없어 회사에다가 캐리어에 담아 책을 꿍쳐놨답니다 ㅋㅋ

네, 좋은글 감사합니다.^^

요즘엔 참 휴대폰시간이 많아 책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겉같아요.
아이에겐 책 을 많이 읽으라 하면서 정작 제자신은 책보다 휴대폰을
많이 보고 있는거같아 부끄러워지네요
megaspore말씀 처럼 가족과 이웃과 따뜻한 시간을 많이 만들어와야겠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저랑 공통점이 참 많다 싶을 때가 있어요. 저도 이상하게 책 욕심이 있어서 끝까지 읽지도 않으면서 방 한개가 책장으로, 그리고 그 책장에는 책들로 다 채워져 있어요. 이사를 자주하는 저에겐 큰 짐이긴 한데 그래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네요. 저는 살아가면서 책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아이들도 책을 많이 읽히는 편이에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신나게 노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요즘 저는 왜 이렇게 책을 안 읽는지 모르겠네요ㅜㅠ 오늘도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안녕하세요 megaspore님 필리핀에 넘어와서 정말 고딩때부터 친한 친구녀석과의 오해로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네요.. 그 이후 또 다른 인연으로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되었네요.. 친한 친구의 기준이 무었일까를 잠시 생각해 보니 말씀대로 일상이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가 더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또 이번주에 필리핀에 들어온다고 하네요.. ㅋㅋ

인연이 다하면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지나간 인연은 안타깝지만 순리에 맡기고 새로운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ㅎㅎ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시길 바랄께요^^

today is "present"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요즘은 정말 시간만 나면 휴대폰에 코를 박고 사는것 같습니다.
메가스포님의 글을 보니 제가 책 읽는걸 정말 좋아했던건지 곰곰히 생각해보게됩니다. 저도 어마어마하게 책을 사모았거든요.
요즘은 점점 사람대사람이 아닌 사람대 기계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이 넘치던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오늘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보는 하루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책 사는걸 좋아하는데.. 사기만 하고 안읽은 책들이.. 정말 많네요..
컴퓨터와 핸드폰에 사로잡혀 책을 많이 가까이 하지 못한 기분이...

하루를 되돌아보면 책읽는시간보다 핸드폰을 만지는
시간이 더많은거같아요.. 점점더 기계화가 되면서 우리삶도 더
각박하게 변하는거 같네요..
기계가 아닌 사람과의 만남,소통이 더중요한데 말이죠 ㅎ
megaspores님 말씀처럼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이웃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하루가 되야 겠어요~ 좋은글 늘 잘보고 갈께요^_^

@megaspore님 글을 읽을 때마다 느꼈지만 역시 책과 가까운 분이셨군요 ^^ 매일 따뜻한 책 한페이지를 읽고 가는것같아요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5
JST 0.028
BTC 56677.48
ETH 2329.02
USDT 1.00
SBD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