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관하여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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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취업을 굉장히(는 아닌가) 늦게 했다.

27이란 여자로서는 늦은 나이에.

남자는 군대 갔다 오고 뭐 하고 20대 후반에 취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는 여군도 안 갔다 왔으나 과 남자 동기들과 같이 졸업을 했다.

졸업이 삼년 정도 늦어진 셈인데 2년은 중국 항주에 유학을 갔다왔고 1년 중 6개월은 중국 유학(중국 대학 학부 과정)을 준비하는 학원 과정, 또 6개월은 홈플러스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시트지를 팔며 짐을 날랐다.

이래저래 나름 자기 계발을 한다는 명목으로 취업을 미뤘으나 사실 내 깊은 속마음에서는 취업을 할 자신이 없었다.

27살까지 나는 6개월 홈플러스 알바 외에는 어느 알바도 해본 적이 없었고 (참 시키지 않으면 절대 안 하는 게으른 유전자의 소유자)
(【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남이 생각하는 나의 행복】편 참고 )
https://steemit.com/kr/@megaspore/5rgve4

항상 원조를 받고 살던 입장에서 내가 직접 사회 생활에 뛰어들어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없었다.

겉으로는 자기 계발 명목이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겪어보지 않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이다.

그러다 나이가 찰 대로 차 나도 더이상 너 뒤치다꺼리 못 해주니까 아무 데라도(이렇게까지 얘길 하셨었나?.. 가끔은 기억의 왜곡이 일어난다..)

취업하라는 엄마의 성화에 취업 사이트에서 여러 군데에 똑같은 이력서를 던졌으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연락 오고 면접에 합격한 곳으로 취직을 했다.

27에 그토록 고르고 골라(사실은 미루고 미뤄) 취직한 곳은 전체 직원이 나 포함 6명인 작디 작은 안양시에 위치한 무역 회사.

이틀에 한번은 술을 먹은 듯 싶고 기본 8시는 넘어야 눈치 보지 않고 퇴근을 했었던 듯 싶다. (참 효율성 없이 그저 자리만 지키는 식으로 눈치 보며 퇴근을 못 했었다)

그러던 중, 나처럼 미루고 미루다 같은 나이에 취업을 한 친구와 수다를 떨다 나온 얘기가 바로 이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리 오래 준비를 한거지?? 막상 일 해보니 별 거 아니야. 괜히 겁 먹었던 거였어!!"

나는 그 말에 완전히 동감을 했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 했던 사회생활은 정말 내가 생각하던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거나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그저 짜증이 날 뿐....ㅎㅎ)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던 것' 이다.

나는 무언가 환상의 어렵고 대단한 곳을 혼자 상상 속에서 그려내며 혼자 이유없이 두려워 하다가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혼자 두려워하며 돌고 돌아 낭비했던 내 지난 시절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남자는 군대 얘기, 여자는 출산 얘기로 다들 무용담을 늘어 놓는데, 기혼 여성의 가장 큰 관문인 '출산'도 나는 겪고 나서 생각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다>........'

(【남의 편과 함께 한 좀 지난 출산 이야기】 편 참고 )
https://steemit.com/kr/@megaspore/6jh72r

정말 하나도 안 힘들고 식은 죽 먹기라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그 정도로 두려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기혼 여성의 또 다른 더 큰 관문,
짜잔~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어디서나 존재하는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결투>인
'고부 갈등' ㅡ_ㅡv

그 고부 갈등도 사실 두렵고 이 관문을 극복하지 못 할 것 같아 다 때려 치우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으나 여러 번의 대들기(?)와 조율 끝에 나름 평화를 이뤘고 이것 또한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란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처음이 어렵고 두렵지
막상 내 뜻대로 해보면

'별 거 아니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우리가 머리가 희끗해지고
쇠약한 몸으로 과거를 회상해 볼 때,

내 생각엔 우리가 아마도
가장 후회할지도 모르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왜 그리 두려워 했을까?'

'왜 세상을 좀 더 탐험하지 못 했을까?'

다행히 우리는 오늘도 무사히 눈을 떴다.

우리에게 기회는,

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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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고 침대에서 나옵니다.. (별거 아니네요? ㅋㅋ)

이렇게 솔직히 말을 해주시니... 대부분 사람들은 속으로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해도 밖으로는 +@를 해서 힘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죠...

물론 그래서 그 일을 앞두고 많이 준비하고 두려워 했기에 막상 지나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리도 하구요...

남편을 사랑해 주시는 일요일 되세용 ㅋ

이거 읽고 침대에서 나옵니다.. (별거 아니네요? ㅋㅋ)
<- 이게 왠지 웃기네요 ㅋㅋ

저의 일요일이 연장되었습니다 덕분에 ㅎㅎ

'두려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운 것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두려운 것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두려움은
겸험해 보지 못했기에 두려워 하는 것 이더군요.
제 경험상 ^^

그에 대한 답을 오늘 @megaspore님을 통하여 얻게 되네요. ^^

'별 거 아니다'

별 거 아니다!!!

공감합니다. 저도 항상 버거운 일이 앞에 있을 때면, 이 세상에 한명이라도 이 일을 한 사람이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제 자신을 세뇌를 시켰습니다. ㅎㅎㅎ 젊을 때요... not now...

floridasnail님

not now...가 마음에 진하게 남네요 ㅎㅎㅎ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두려움이 사랑의 반대말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로 두려움 우리를 움츠리게 하죠.

두려움을 떨쳐내신거 같아 보기 좋네요.

etainclub님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라는 말을 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인간은 두려움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존재 같아요 누구 노래인지 가사 참 잘 지었네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없이 산다라는 노래입니다.
누가 걱정하는 소리하면 이 노래를 불러주곤 하죠.

별일없이 산다! 제목 참 맘에 드네요

헉...출산이 별거 아니셨다니...전 오히려 너무 아무 생각없이 가서 별거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셋이나 낳았네요. 저한테 문제는 두려움이 아니라 생각없음인것 같아요ㅜ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해피워킹맘님~~
제가 무통발이 잘 받기도 했고 원체 키가 있고 덩치가 있어 그런지 무통발이 떨어지기도 전에 낳아서 그런 걸수도 있어요^^ 제 친구들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 죽기 직전 되야 나온다 등등 출산이 별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더 많더라구요^^ 저는 유도분만하러 가기전에 뒷짐 지고 갈 정도로(간호사가 노인네냐고 함) 마음에 여유가 있었어요 ㅎㅎㅎ

시작이 반이라는게 .. 이 뜻도 있는거 같아요.
한편으론 '시작이라도 해서 다행' 이게 더 많이 함유된거 같지만

제가 살면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제 스스로 만들어 낸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들과,
제 스스로 만들어 낸 울타리의 한계범위들과,
제 스스로 만들어 낸 우물쭈물 한 결단력들 이나일까 싶습니다.

결국, 또 뭔가 시작해보면, 그런대로, 해결책이 있고,
해볼만 한것들이 대부분인데 말이죠. ^^

이 글과, 다른 분들의 댓글을 보니,
저 역시 힘이 나는 듯 하네요. ^^
모두들 감사합니다.

막상 부딧혀 보면 벌거 아닌경우가 상당히 많았던것 같습니다.
결혼도 취업도 업무도 모든것이 다요...

사람이 하는 걱정중 80프로(? 맞나모르겠네요)가 일어나지 않을일에 대한 걱정이라고 하죠..

그저 짜증이 날 뿐...100퍼센트 공감합니다.
동일 직종에서 조금 더 짜증나게 하는 곳에서 돈을 조금 더 주고
조금 덜 짜증나게 하는 곳에서 돈을 조금 덜 주더라고요^^

안녕하세요 megaspore님 편안한 주말 오후입니다. 실제 경험으로 느끼셨다니 그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두려움이 밀려올때가 있지만 잘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던 것 같습니다. 신은 인간이 이길만한 두려움만 준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 어떠한 일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라면 그 두려움을 더 쉽게 이겨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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