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기생충' 스포 많음 주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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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주 재밌게 보았다.
유머스런 장면, 기괴한 느낌, 마지막으로 생각할 거리까지 주는 몰입도가 강한 영화였다.

실감 나는 베드신(쇼파신)과 “박사장님 리스펙트”를 외치던 희번덕거리던 눈빛이 인상 깊었다. (야한 것과 기괴한 것을 좋아함에 틀림 없다..) 주연배우 모두 연기가 좋았다. (‘기정’ 역할을 맡은 박소담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고 처음엔 생각했으나 마지막에 살해를 당할 때 “씨발”을 나지막히 내뱉던 그녀의 연기를 보고 나니 그 역할을 잘 소화해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강호나 이선균이 연기를 잘 하는 것은 알았는데 조여정이 연기를 잘 하는지는 이번 영화에서 알았다. 생각보다 볼륨 있는 몸매 외엔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 <방자전>의 그녀의 연기력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무르익은 것 같다.

영화는 명문대생 친구(박서준)가 ‘상징적’인 수석(돌)을 기택(송강호) 가족에게 가져다 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구의 소개로 부잣집에 고액 영어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게 된 기우(최우식)는 동생 기정(박소담)을 미술 과외 선생으로 소개시키고 기정은 그 집 운전기사로 아빠 기택(송강호)을 소개시키고 아빠(이하 송강호)는 그 집 가정부로 자신의 아내인 충숙(장혜진)을 소개시킨다.

거짓과 속임수로 모든 가족이 박사장(이선균)네로 전원 취업을 하게 된다. 박사장네가 아들 생일을 기념하여 캠핑 여행을 떠났을 때 송강호 가족 일가는 온가족이 전원 취업(?)한 것을 축하하며 박사장네서 술잔치를 벌인다.

송강호 가족 일가는 며칠 전 잘린 가정부인 문광(이정은)의 방문을 받고 박사장네 지하실에 사채 빚에 시달려 쫓겨 다니는 문광의 남편인 근세(박명훈)가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광 또한 송강호 가족 일가가 가족 사기단이라는 것을 알고는 사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하다가 이를 저지하던 송강호 아내인 충숙 때문에 뇌진탕으로 죽게 된다.

다음 날 박사장 아들의 생일 파티에서 기우는 지하실에 있는 문광 부부를 해하기 위해 수석(돌)을 들고 지하실에 들어가다 문광 남편 근세가 던진 자신의 수석을 맞고 쓰러진다.

근세는 밖으로 나와, 생일 파티 케익을 들고 있던 기정을 살해한 뒤 기정 엄마 충숙에 의해 죽게 된다. 죽은 근세의 냄새에 코를 막는 박사장을 본 송강호는 자신에게도 냄새가 난다 했던 박사장을 충동적으로 살해한다.

지하실로 숨어 들어가 살게 된 송강호는 전등의 깜박임으로 아들 기우에게 모르스 부호를 이용한 편지를 보낸다. 뇌수술 후 깨어난 기우는 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하고, 자신이 돈을 모아 아버지가 숨어 지내는 지하실이 있는 집을 사서 다시 가족이 상봉할 것을 다짐하는 편지를 쓰며 영화는 마무리를 짓는다.

우선, 영화의 처음과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상징적’인 수석(돌)의 의미는 무엇일까.

수석은 합격의 의미로 기우네 집에 들어왔고(기우가 4수생이므로)기우는 좋은 운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했던 수석을 머리에 맞고 쓰러지게 된다. 수석으로 인해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수석으로 인해 이야기가 비극적으로 끝을 맺었다.

수석은 보통의 서민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뜻한다고 보여진다. 스펙, 지위, 돈 등.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심지어 정당하지 못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송강호네 가족 일가가 거짓과 속임수로 전원 취업하고 축하파티를 벌였듯이) 얻고 싶어하는 바로 그것.

하지만 자신을 구원해줄 것으로 믿었던 그것의 맹목적인 추구로 인해 결국 파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있어야 다시금 행복을 찾을 수 있기에 (아버지와 상봉할 수 있기에) 결국 그것(돈)을 다시 목표로 삼게 된다.

그것을 목표로 달려왔고, 그것으로 피폐해졌지만 결국 그것을 다시 목표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보통의 우리네의 삶이다. 이것이 왠지 정답은 아닌 것 같지만 결국 다시 이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는..

송강호가 재난(홍수)대피소에서 기우에게 묻는다.

“넌 왜 그 돌을 계속 껴안고 있냐?”

기우 왈: “이게 붙어서 안 떨어지는 거야.. 나한테 달라붙어서 안 떨어져..”

우리가 떼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 마음 속 수석에는 무엇이 있을까?

반지하 방에 근처 개업한 커피숍의 와이파이가 잡히는 사소한 기쁨에도 축하 멘트를 하고, 박사장네로의 가족 전원 취업에도 축하 멘트를 하고, 아내와의 싸움을 자식들에게는 장난으로 속아 넘기고, 지하실에 사람을 묶어 놓고 몰래 도망쳐 나온 후 불안해 하는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계획이 있다며 안심시키는,

아버지의 약함을 드러내지 않고 시종일관 유머 (박사장 살인 후 지하실에 숨어 지내는 상황에서도 아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새로 이사온 독일 가족이 소세지만 먹지는 않는다는 웃픈 유머를 한다)와 가족들에 대한 응원 (자식이 문서 위조를 하여도, 결혼식 때 대리 부모를 데려오면 된다는 말을 들어도)을 하는 송강호가 맡은 가장의 역할은 겉으로는 유머스럽고 속으로는 짠하다.

자식이 문서 위조를 해 과외 면접을 보러 가도 혼을 내기는 커녕, 응원을 해줄 수 밖에 없는 무능한 아빠. 결혼식 때 대리 부모를 부르면 된다는 말을 들어도 서운해 할 자격도 없는 무능한 아빠. 자식이 무엇을 하여도 그저 격려와 응원 밖에는 해줄 것이 없는 슬픈 아빠.

늘 괜찮은 척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세상의 풍파에 그나마 지키고 있던 자존심도 무너진다. (송강호는 자신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했던 박사장을 충동적으로 살해했다) 하지만 쓰러졌던 가장은 다시 일어나 가장의 역할을 한다. (박사장 살해 후 지하실에 숨어 지내면서도 아들에게 잘 지내고 있다고 아들을 격려하는 편지를 보낸다)

송강호가 재난 대피소에서 아들 기우에게 하는 말:

“계획이 없으면 실패도 없어. 왜냐.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거든.”

“박사장님 리스펙트!” 희번덕거리는 눈빛의 명대사 속에 등장하는 박사장 (이선균).

이 영화에서 상류층, 즉 서민들이 꿈꾸는 ‘돈’을 의미하는 박사장은 겉으로는 젠틀한 척 하지만 사실은 사람을 깔보고 못 믿는 사람이다. (송강호의 운전주행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주행 중 커피가 흔들리는지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차량에서 나온 윤기사의 여자친구가 흘리고 간 (사실은 기정이 놓고 간) 팬티를 발견하고 더럽다며 치를 떨더니 아내인 연교(조여정)의 관계에서 그 팬티를 찾는 장면에서는 고고한 척 하는 겉모습과 속마음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박사장의 아들이, 숨어 지내던 근세를 귀신으로 오인하고 경기까지 일으켰지만, 다 그러면서 크는 거라 넘기고, 심지어 귀신 나오는 집에서 사업이 잘 된다며 그것을 좋은 징조로까지 본다.

하지만 아들의 생일 파티에서 인디언 역할을 맡고 (송강호에게도 같이 인디언 역할을 맡아주기를 부탁(하는 척)하더니 이것도 근무의 연장이라며, 재난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우고 온 송강호에게 닥치고 인디언을 맡기를 종용한다)

비 오는 날 튼튼한 미제 텐트에서 잠을 자는 아들과 무전기로 소통하는, 겉으로 보기에는 역시나 젠틀하고 다정한 아빠이다. 죽어가면서도 자신을 경배해 마지않는 (박사장님 리스펙트) 근세의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았기에 송강호에게 죽임을 당한다.

박사장이 전 가정부 문광의 해고를 언급하며 송강호에게 하는 말:

“아줌마야 쌔고 쌨지. 그래도 아쉽지. 그 아줌마가 선을 안 넘어. 나는 선 넘는 거를 제일 싫어하거든.”

영화 처음에 명문대생 친구 민혁(박서준)이 ‘심플’해서 맘에 든다고 묘사하던 박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는 낮잠을 자며 등장했다. 대화 중간에 줄곧 영어를 섞어 쓰고 (제시카~나이스!) 자식 걱정에 우아한 치맛자락 속 다리를 떠는, 구김살 없는 (돈이 구김살을 펴는 다리미이기에) 전형적인 상류층 전업 주부이다.

내내 자식 걱정을 하고 (그러나 자식이 과외 선생과 사귀는 것은 모르고, 귀신을 보고 경기를 일으킨 자식 얘기를 하며 그래도 사업은 잘 된다며 웃는 단순함) 경제력이 있는 남편에게 능지처참 혹은 교수형을 당할까봐 우아한 겉모습 속에 늘 남편의 눈치를 본다.

결핵이 있는 가정부를 고용했다고 남편에게 혼이 날 것이 두려워, 송강호에게 남편에게 말하지 말 것을 부탁하려 연교는 송강호와 단 둘이 만났다. 송강호가 알았다며 앞으로 잘해보자는 뜻으로 갑자기 악수 형식으로 연교의 손을 잡자 연교가 당황해하며 말한다.

“손은 씻으셨죠?”

송강호가 갑자기 조여정의 손을 잡는 이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하다가, 나중에는 이 장면을 서민들이 위로, 더 위로 올라가 그들(‘믿음의 벨트’로 연결된)과 손을 잡길(연대하길)원하지만 그들은 그런 연대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그들만의 리그를 꿈꾼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아니면 말고..)

이 영화에서 ‘수석’만큼이나 중요한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송강호 가족 일가가 반지하에 살 때 축하 파티를 열면(예를 들면 커피숍 와이파이가 잡힌다던가)꼭 창가에서 소변을 보는 취객이 있는데, 기우가 나가 그에게 정신 차리라며 물을 뿌리고 취객은 소변을 뿌리는(?)장면을 기정이 핸드폰으로 담고 ‘웃으며’ “완전 물바다네~” 하는 장면이다.

아마도 이 장면은 조금은 식상한 주제이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삶의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들이 있다는 것을 저 장면에 담았으리라.

뭐, 아주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저런 교훈 같은 식상한 주제가) 내 스스로도 나름 힘들었던 시절에 비해 훨씬 잘 살게 된 지금을 비교해 보았을 때, 힘들었던 그 시절에도 기정이 웃으며 핸드폰으로 담았던 ‘소변 물바다’에서의 반짝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추억은 있다.

인생은 그런 면에서 언제나 좋다.
힘들었던 그때도, 살기 좋아진 지금도, 앞으로 어떨지 모를 미래도.

리뷰에 길게 소개하지 않은 문광 부부의 의미 있는 대사도 소개한다.

송강호의 아내 충숙의 발차기에 뇌진탕에 걸려 죽어가는 문광이 하는 말:

“그 언니가 ‘진짜 좋은’ 언니인데, 나를 발로 확 찼어..”

(서로의 처지에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서로 살기 위해서 서로를 밟는다)

아내가 뇌진탕으로 죽고 분노로 기우를 ‘행운’의 돌로 찍고 기정을 죽게 한 ‘묻지마’ 살인범 근세가 죽어가며 하는 말:

“박사장님 리스펙트!!!”

(돈에 대한 동경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것 때문에 죽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경하는 그것.)

이리 긴 리뷰를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실까. (감사하다) 리뷰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영화는 돈을 벌기 위해 박사장 집에 들어갔고 돈 때문에 파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돈을 버는 것을 다짐하며 끝나는.. 슬프지만 결국 우리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결말로 끝이 난다.

튼튼한 미제 텐트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비(세상의 풍파)에도 끄떡 없는 미제 텐트(돈)와 조그마한 비도 홍수로 변하는 반지하의 오물(슬픔)이 넘치는 변기 중에서 누군들 선택 못 하겠는가. 그러니 결국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다짐하며 영화도 끝이 나지 않는가.

‘믿음의 벨트’로 단단히 묶여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오늘도 악수를 청하는 우리들,

“손은 씻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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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과 끝의 장면이 똑같은게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은 그걸 벗어날 수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악의적인 의도로 기생을 하려는 사람은 잘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제자리라는 의미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했던 제 감정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어요~^^
잘 살든 못 살든 영화 속에 나왔던 'pretend'의 삶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그런 삶을 살고 싶네요 ^^
SCT에서 놀다가 보니 며칠이 손살같이 지나가네요 ^^
그래도 메가님의 글은 읽을때마다 저 자신을 들여다 보면서 저를 생각할 수 있게 되어 꼭 찾아와서 읽고 글을 쓰고 갑니다.
그런 시간을 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영화 내용을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어차피 못 볼 것 같아 영화 내용을 알고 싶었는데, 다른 분들 리뷰는 다들 냄새만 풍기고 실체를 안보여줘서 답답했었거든요.

냄새만 ㅎㅎㅎㅎㅎ

아직 보기전이라 글도 일단 내렸습니다ㅎ 이 글은 영화 보고나서 읽어야겠어요ㅎ

수석에 꽂혔군요.
저는 이 영화보면서
계단과 냄새에 꽃혔는데...

저 이거 봤거든요^^ 보면서 알아채지 못했던 부분들을 해석해 주시니,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리스펙트😀 그리고 리스팀

리스펙트 ㅋㅋㅋㅋ
그리고 리스팀

jcar토큰 보팅합니다.

좋아요. 상을 받은후의 느낌도 써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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