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in #kr4 years ago

가끔 혼자서 감자탕이나 김치찌개를 먹다가 감상적인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면 목이 뜨거워지면서 (감자탕 뜨거운거 아님)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이젠 나한테 윽박 지르면서 내가 못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이제 나에겐 너가 가치가 있다고 널 믿는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윽박 지르던 사람은 많이 슬펐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밖에 자신의 세상이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고, 다른 표현 방식은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었을 것이다.

똑같은 '나'이지만, 누군가는 나를 보며 분노를 느끼고, 누군가는 나를 보며 희망과 우리 인연의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좋은 것을 느끼는 사람은 좋은 것을 많이 받아본 사람이다. 더 나은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배울 기회가 있었던 사람이다.

내 과거가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이해한 순간, 드디어 받아들인 순간, 내 안에 있던 얼음이 안도인지, 감동인지 모를 어떤 뜨거운 것을 만나 드디어 녹아내림을 느낀다.

우리에겐 다 슬픔이 있다.

얼마나 외로움의, 자기 불신의 늪이 깊은지.

이 거대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나의, 그의 기운을, 그리고 우리의 이 끊어지지 않는 (끊고 싶어하면서도 끊고 싶지 않은) 인연을,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서로 화해할 수 있을지.

결국 더 가진 사람이 먼저 주는 것이다.

준다는 것은 내가 이미 있다는 것을 뜻하기에 자신감을 불러온다.

그리고 받은 사람은 드디어 받아본 경험으로 인해 더 나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기억해가고,

우리는 결국 화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화해가 비록 너무 늦었더라도,
늦었다고 해서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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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 국물을 입안에 떠 넣으며 눈물이 핑 도는 장면을 상상했어요. ^^*

꼭 눈물과 어울리지 않는 토속적인 음식을 먹을 때 감상적인 눈물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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